UPDATED. 2024-05-10 15:36 (금)
기사 (19건)

“정말 외로워서 못 살겠네!” 노인 5명 중 1명 고립 상태지난달 12일 경남 김해시 장유면 모 아파트에 사는 A씨(77)가 아파트 15층에서 떨어내려 숨졌다. 아파트에 놀러왔던 사람과 아파트경비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 된 이 어르신은 신병을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이처럼 세상과 이별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늘고 있다. 2007년 자살한 어르신은 3541명. 2000년보다 세 배쯤 늘었다. 외로움과 질병 등 이유는 갖가지다. 특히 경제난, 가족과의 갈등에 따른 죽음이 느는 추세다. 노인자살증가율 OECD회원국 중  1위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국 중 노인자살증가율 1위, 노인자살률 4위다. 통계가 말해주 듯 어르신들은 막막하고 험난한 길을 걷다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빈곤층 중에서도 가장 힘든 부류가 실버세대다. 노인들 경제문제는 한계에 이르렀다. OECD조사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자가구의 상대적 빈곤비율은 45%다. OECD 평균(13%)의 3.5배다. ‘상대적 빈곤’이란 전체가구 중위소득의 50% 미만에 속한 가구를 말한다. 우리나라 실버가구의 반 가까이가 빈곤상태란 얘기다.우리나라 말고 고령자 가구의 상대적 빈곤비율이 40%가 넘는 나라는 없다. 30%를 넘는 국가도 31%를 기록한 아일랜드가 유일하다. 학계 관계자는 “1988년 시작된 국민연금제도가 20년밖에 되지 않아 혜택을 받는 어르신 수가 적다”면서 “전통적인 가족제도마저 무너지면서 혼자 사는 어르신과 자식들 봉양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난 점이 높은 빈곤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우리나라는 만 65세 이상자를 ‘노인인구’로 규정하고 있다. UN도 마찬가지다. UN은 나이 구조에 따라 한 나라의 인구유형을 나누고 있다. 고령화 사회는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7% 이상인 사회를, 고령사회는 14% 이상인 사회를 일컫는다. 노인인구비율이 21% 이상인 나라는 초고령사회로 부른다. 우리는 2000년 고령화 사회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해 7월 고령화 사회 진입 8년 만에 65세 이상자는 500만 명을 넘어섰다. 인구 10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어딜 가도 있다.전문가들은 2018년엔 노인인구비율이 전체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18년 만에 고령사회를 맞는다는 계산이다. 115년 걸린 프랑스, 71년 걸린 미국, 24년 걸린 일본과 비교했을 때 너무 빠른 속도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1990년 69.8세에서 2005년 76.8세로 늘었다. 그러나 사망인구는 제자리걸음이다. 출생인구는 1990년 65만 명에서 2005년 44만 명으로 32.8% 줄었다. 우리사회가 급속히 늙어가는 실정이다. ‘늙어가는 대한민국’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고령화 사회는 의학이 발달하고 생활환경이 나아지면서 평균수명이 늘어 생기는 선진국형 사회다. 하지만 많은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가난, 병, 외로움, 자살 등이다. 바로 지금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병리현상으로 날로 심각해져 걱정이다. 학력 낮고 가난할수록 만남 줄어 요즘 어르신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외롭다’는 얘기다. 20~30년 전만 해도 ‘배고파서 못 살겠네’였으나 이젠 ‘외로워서 못 살겠네’로 바뀌었다. 물질이 풍족해지면서 배고픔은 없어졌지만 핵가족에다 산업화사회가 되면서 고독한 어르신들이 느는 것이다.우리나라 어르신 5명 중 1명은 배우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고립상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가 뒷받침해준다. 어르신들이 자주 만나는 사람 수는 평균 18.4명. 이들 중 85.7%가 친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 손자, 형제, 집안사람들을 만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팀이 내놓은 ‘전국 노인생활실태 및 복지요구조사’ 자료가 이런 사실을 단적으로 알게 한다. ‘노년기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다차원적 구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65세 이상 어르신 3278명 중 20%가 자녀와 살지 않으면서 떨어져 있는 자녀와도 만나지 않고 벗, 이웃들과도 교류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가장 많은 유형은 자녀와 떨어져 살면서도 수시로 만나지만 벗이나 지역사회 사람들과는 거의 만나지 않는 ‘수정 가족중심형’으로 43.5%에 이르렀다.   자녀와 살고 떨어져 있는 자녀와도 만나지만 벗, 이웃과는 접촉하지 않는 ‘전통적 가족중심형’도 21.1%를 차지했다. 이밖에 자녀와 함께 살거나 별거자녀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지역사회구성원들과도 자주 만나는 ‘다층형’은 11.2%였다. 친구나 이웃 등만 만나는 ‘지역사회 중심형’은 4.2%에 그쳤다.특히 경제수준과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고립형’ 비율은 떨어지지만 ‘전통적 가족중심형’과 ‘다층형’ 비율은 높아졌다. 학벌이 높고 소득과 재산이 많으면 가족, 친구, 이웃들과 자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론이다. 반대로 학벌이 낮고 가난할수록 외로운 어르신비율이 높아진다. 가구소득 항목에서 고립형의 비율은 50만 원 미만이 29.9%로 으뜸이었다. 또 △50만~100만 원 미만 24.4% △150만~200만 원 미만 11.3% △300만 원 이상 5.6% 등이었다.교육수준에서도 ‘고립형’ 비율은 초등학교 이하가 26.1%로 가장 많았다. 전문대학 이상은 10.3%로 최저였다. 지역별 ‘고립형’ 비율은 농·어촌(26.8%)이 도시(16.7%)보다 높았다. ‘다층형’은 도시(12.3%)가 농어촌(8.9%)을 앞섰다. 성별로는 ‘고립형’의 경우 남자어르신이, ‘다층형’은 여자어르신 비율이 더 높았다. 

소비라이프Q | 소비라이프뉴스 | 2009-05-2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