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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가족’이란 울타리, 돌봄이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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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가족’이란 울타리, 돌봄이 대신한다 
  • 이하나
  • 승인 2023.08.3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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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과 혼인율에 치중한 대안 
정상 가족의 범주를 이전보다 늘릴 필요

[소비자라이프/ 이하나 소비자기자]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걸, 망우보뢰(亡牛補牢)라고 한다. 흔히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대비하자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그러나 만일, 그 울타리마저 제대로 된 울타리가 아니라면 말이 달라진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나라 출생률은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0.78명 OECD ‘인구절벽’에 이르렀다. 2001년 초저출생국가(1.3명 미만)이 된 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노령인구 중심의 초고령사회라고 단정할 수 없다. 2019년 11월부터 시작된 인구 자연 감소 추세는 여전하다. 한마디로 한국사회는 ‘인구 소멸’사회이다. 

정부는 저출생 해결을 위해 주거 안정이 선행되어야 출산을 결심한다고 보았다. 신생아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아파트 특별공급, 임대주택 우선 배정을 추진한다. 이외에도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로 6개월 확대하였다. 부모 공동휴직시 급여 인센티브도 늘리기로 했다. 올해 월 최대 70만원의 부모급여는 내년 최대 100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외 아이돌봄 서비스나 시간제 보육 등 ‘틈새 돌봄’ 예산도 확충한다.


이외에도 초고령화 사회를 위한 제도도 마련되었다. 노인 일자리 수당을 2018년 이후 6년 만에 2만~4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공익형 일자리 급여는 월 27만원에서 29만원으로,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월 59만 4000원에서 63만 4000원으로 오른다. 
 그러나 이 모든 정책은 대게 정상 가족을 중심으로 집행된다. 사회가 아직 ‘돌봄’의 영역을 사회화시키지도 못했고 정상적 가족 이데올로기 하에 운영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부모 가정, 1인 가구 그 외 다양한 형태의 가정에 대한 지원 제도는 활발하지 않다. 최근 정부가 저출생 해결을 위해 ‘신생아 특공’을 계획했다. 입주자 모집 공고일로부터 2년 이내 임신·출산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특공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해결책 역시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게만 집중한다. ‘인구절벽’이 위기라면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지금 ‘인구 정책’에 다시 재고해봐야 한다. 이미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 돌봄 노동에 대한 평가절하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에는 이러한 ‘돌봄 노동’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소아과 폐과 선언 이후, 아동 의료 공백이 생겼다. 정부와 지역구에서 ‘달빛어린이병원’ 제도를 만들거나 광주시가 광주기독병원과 함께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을 열어 기존 응급실 비용보다 저렴하게 이용 가능케한 건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비단 소아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곳곳에서 의료공백이 생겨나고 있다. 돌봄노동을 할 노동자의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1일, 교육부는 어린이집 교사의 보육활동 보호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어린이집 교사가 겪을 수 있는 권리 침해를 예방하고 어린이집 교사의 보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맞춤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사를 상대로 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에 대한 예방책을 골자로 하는 교권회복 종합 방안또한 준비 중이다.

1인 가구에 대한 이해도 ‘청년’에 한정되어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수는 전체 가구 수의 34.5%이다. 그 중 65세 이상 1인 가구는 197만3천명이다. 노인 5명 중 약 1명은 독거노인으로 혼자 거주한다. 그러나 ‘1인 가족’의 지원 형태가 ‘청년’만을 위한 정책으로 여겨진다. 심지어 정책 정보에 대한 접근은 ‘청년’조차 버겁다. 대부분 여성가족부의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찾아야 한다. 1인가구는 전세대에 걸쳐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범주 밖’이다. 주거와 생활이 제도 안에 포함되지 않는 한 1인 가구의 빈곤율은 사실상 높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1인 가구의 빈곤’이 곧 ‘노인 빈곤’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2년 8월 문을 열어 1주년을 맞이한 성동구 1인가구지원센터는 ‘1인 가구’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노력했다. 센터에서 정한 ‘1인 가구’는 중장년층이다. 구에서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지역 내 1인가구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 1년간 1인가구지원센터 프로그램에 50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했고 많은 호응을 얻었다. 다른 서울시 자치구를 비롯한 여러 지역구들마다 ‘1인 가구’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다양한 기준의 1인가구를 포용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처럼 돌봄의 영역은 사회 전반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돌봄은 인간의 모든 생애주기에 해당한다. 더는 개인의 영역이 아니며 사회의 문제이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돌봄을 수행하는 노동자도, 돌봄의 대상에 대한 인식은 아직 사회에서 비가시적 영역으로 치부된다. 돌봄의 영역에 대한 문제가 더 선명한 공적영역에 들어가야 ‘저출생’과 ‘초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사회가 개인을 안심하고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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