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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디지털 금융소외 노인을 위한 금융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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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디지털 금융소외 노인을 위한 금융서비스
  • 박태영교수
  • 승인 2023.07.31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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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노인인구 지불 거래비용 커져
노인 특화 금융교육프로그램-앱 설치, 인증스킬 교육 절실
박태영교수(성균관대 소비자학과)
박태영교수(성균관대 소비자학과)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디지털금융이 오히려 노인인구의 금융서비스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금융혁신이 특정계층을 금융에서 배제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여 또 하나의 차별과 모순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빠른 변화로 제도권 금융기관의 금융서비스 접근이 어려워지거나 이용할 수 없는 배제된 상태를 금융소외’(financial exclusion)라 부른다. 디지털기술이 금융의 문턱을 낮추었음에도 노인인구의 디지털금융 서비스 활용 정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갤럽의 2021년 조사 결과를 보면 60세 이상 노년층의 81%는 점포방문으로만 금융거래를 했다. 최근 한달 내 인터넷뱅킹을 사용한 비율은 9%에 그쳤고 인터넷전문은행, 간편결제 이용률은 2%를 밑돌았다. 한국은행의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70대 이상은 지불방식 중 현금(68.8%)을 가장 많이 사용하며, 은행 점포에 직접 방문(53.8%)하여 돈을 인출하고 송금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단순한 금융업무에도 은행원을 통한 대면 서비스를 선호하기에 온라인, 모바일 뱅킹 이용률이 젊은 층보다 매우 낮은 편이다.

 

이처럼 노년층은 직접 방문을 통한 대면업무를 선호하지만 은행 점포의 수는 줄고 있다. 남아있는 점포도 대부분 인구 밀집지역에 있어 농촌이나 원도심에 거주하는 노인은 금융서비스 접근이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점포가 하나 둘 사라지다 보면 은행을 가기 위해 더욱 먼 거리를 가야 하고 창구에서 대기시간도 길어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노년층의 금융소외 문제가 세대간 경제적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모바일 금융거래는 대면서비스보다 수수료가 낮고 시간도 적게 걸린다. 비대면금융상품의 경우 대면상품에 비해 높은 이자수익을 제공한다. 디지털 거래내역이 쌓이다 보면 개인 최적화 솔루션 제공이 가능해져 금융소비자 상황에 잘 맞는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막상 사용해보면 인증절차나 제출서류가 간소화되는 장점이 있음에도 디지털기기를 통한 거래를 꺼리는 탓에 여러 비대면거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금융의 디지털전환이 가속화 되면 노인인구가 지불하는 거래비용은 더 커질 것이다. 이는 세대간 경제적 격차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초고령사회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노년층의 금융소외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노인이 보다 편리하게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어떤 솔루션이 필요할까?

선진국에서 입증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노인인구에 특화된 금융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복잡하고 이론적인 교육 보다는 앱 설치, 계좌 개설, 인증 등 실제 비대면 거래에 자주 활용되는 스킬을 알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심리적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는 넛지 타입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행동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첫 번째 허들을 넘는 것보다 첫 허들까지 다가가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금융교육을 통해 실질적인 방법과 기법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지털금융 거래의 편리를 몸소 느끼게 해주어 심리적 방어기제를 누그러뜨리는 교육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현 제도 및 기술이 노인 금융소외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문, 얼굴인식 등 생체인식을 통한 인증방식은 노화로 인한 신체변화를 경험하는 노년층에게는 여간 불편한 인증방식이 아닐 수 없다. 휴대폰의 작은 화면을 통해 여러 숫자를 입력하는 현 거래방식이 노인의 입장에서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에 대한 기술적 고민도 필요하다. 역설적이게도 디지털기술로 인한 금융소외 문제해결에 디지털기술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과 정부의 협력 아래 고령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적 디지털 혁신이 일어나길 바래본다.

 

박태영 교수 typak@skku.edu

(개인 홈페이지) https://sites.google.com/view/ty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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