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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보험모집인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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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보험모집인의 민낯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17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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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설계와 재테크 같은 자산관리개념을 끼워 넣으면서 치장했지만 결국 보험모집이 주된 목적
교육만 받아도 준다는 교육수당과 초기 정착수당은 대부분 ‘덫’이면서 ‘미끼’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한때 금융시장개방으로 물밀 듯이 들어왔던 외국계 보험사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다. 남은 회사들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만큼 한국의 보험시장이 기업의 입장에서 더는 매력 없는 시장이 되었다. 출산율 감소로 인한 생산인구감소, 노령인구증가로 인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어 보험회사의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분위기가 이럼에도 보험설계사(보험모집인)를 모집하고 이에 지원하는 사람은 꾸준하다.
 
문제는 보험모집인들이 보험회사에 취업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으면서 영업에 대한 의지를 갖기보다 사탕발림에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호텔에서의 식사, 고급 외제차 사진과 온몸을 휘감은 명품 같은 허세와 과장 말이다. 억대 연봉과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노출되는 보험모집인의 모습은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감당도 안 되는 카드빚으로 상환의 부담과 독촉에 시달린다.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빚을 지거나 지출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20여 년 전부터 보험회사가 예전과 다르게 MDRT나 우수인증설계사와 같은 금융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로조직이라고 홍보되고 있다. 사실관계만 따지면 전혀 틀리다고 볼 수 없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극히 일부에게만 일시적으로 볼 수 있는 허상이고 망상일 뿐이다. 재무설계와 재테크 같은 자산관리개념을 끼워 넣으면서 치장했지만 결국 보험모집이 주된 목적이다. 

MDRT나 우수인증설계사는 금융전문가의 자격이라기보다는 실적이 많으면 주어지는 1년짜리 자격일 뿐이다. 억대 연봉이라는 사탕발림에 넘어가 업계에 뛰어들지만, 실상을 알고 느끼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특히, 교육만 받아도 준다는 교육수당과 초기 정착수당은 대부분 ‘덫’이면서 ‘미끼’다. 다리가 쇠사슬에 묶여 사육을 당하던 어린 코끼리가 나중에 밧줄에 꼬리만 묶여도 도망치지 않게 길들이는 과정을 거치듯 보험모집인들도 서서히 길들여진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실적을 채우지 않으면 수당을 전부 지급하지 않는다. 모집인이 이미 받은 수당마저도 위촉(입사) 당시에 가입한 보증보험의 약관에 따라 보험모집인이 해촉됐을 때 보험회사가 손실을 봤다고 생각하면 보증보험사에 손실액을 청구하고 손실 본 금액만큼 보험금으로 보전받는다. 보험회사에 돈(보험금)을 지급한 보증보험사는 해촉된 보험모집인에게 구상권 청구를 하는데 이를 갚지 않으면 신용상의 불이익을 받는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 

보험회사가 주는 돈은 절대 공짜가 없다. 설사 본인이 보험회사에 받을 잔여수당이 있어 이를 받으려고 계속 남아 보험계약을 모집해도, 새로운 계약에 대한 수당은 계속 쌓이기 때문에 지급받지 못하는 수당이 늘어나게 된다. 이런 식으로 한번 늪에 빠지면 빠져나오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보험모집인이라는 특수고용직에는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   
 
또한, 해촉(해직)의 위협과 실적의 압박을 가해 교묘히 지인영업을 유도한다. DB를 지급한다고 하지만 기존에 가입한 가입자의 DB를 줄 뿐이다.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가 잘 유지하도록 도와야 할 회사는 이런 DB를 보험모집인에게 할당하면서 기존계약을 유지하기보다 새로운 계약으로 바꾸도록 암묵적인 유도를 한다. 물론 대놓고 지시하지는 않지만 영업현장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실적을 만드는 모집인들에게 시상하고 박수를 쳐주는 게 현실이다.
 
보험회사는 리쿠르팅 대상자에게 억대 연봉의 미래를 그려주고 이를 위해 회사에서 초기정착수당을 지급한다고 말한다. 회사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면 성공의 길을 갈 수 있다고도 한다. 달콤한 사탕발림이다. 상위 10%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하위 90% 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보험회사와의 위촉계약서에 서명 전에 다시 한번 더 고민하길 바란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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