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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 살균수 만드는 '전해수기' 실제로는 30% 효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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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 살균수 만드는 '전해수기' 실제로는 30% 효과만
  • 류예지 인턴기자
  • 승인 2021.01.13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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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수기 매출 2019년보다 35% 증가
정작 코로나19 살균제 기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돼
출처 : pixabay, 네이버쇼핑
출처 : pixabay, 네이버쇼핑

[소비라이프/류예지 인턴기자] 수돗물이나 소금이 첨가된 수돗물을 전기분해해 살균수로 만드는 '전해수기'가 많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11일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 중인 전해수기 15개를 조사한 결과 수돗물만 사용한 전해수는 광고 내용과 달리 살균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조사 대상인 전해수기 15개 중 13개 제품을 최소 작동조건으로 가동해 만든 전해수의 실제 환경에서의 살균력을 검사했다. 실제 환경이란 가공된 실험 환경이 아닌 유효염소량과 유기물이 존재하는 환경이다. 해당 제품들이 전해수가 99% 이상의 살균력이 있다고 광고한 것과 달리 유효염소량은 0.2㎎/L에서 최대 2.0㎎/L에 불과했고, 살균력도 대장균 최대 35.294%, 황색포도상구균 최대 32.500% 감소해 광고와 달리 살균 효과가 없거나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해수기는 락스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게 수돗물이나 수돗물과 소금을 섞은 물을 전기 분해하는 기계다. 이 전해수기에 수돗물만 넣으면 차아염소산(HOCL)이 만들어지고, 수돗물에 소금을 추가하면 차아염소산나트륨(NaCIO)이 만들어진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우리가 알고 있는 '락스'의 주성분이다. 이처럼 전해수기를 통해 락스의 주성분이 만들어지기에 전해수가 살균력이 있는 것은 맞지만, 락스에 비해 매우 낮은 살균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관건이다. 전해수로 락스와 같은 살균 효과를 보려면 비교적 매우 오랜 시간 전해수를 도포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식품위생법 중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차아염소산과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식품첨가물 혹은 기구 등의 살균소독제로 분류하고 있어 함량과 사용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전해수기와 같은 차아염소산 및 차아염소산나트륨을 만드는 제품은 식품위생법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의료기기법 '동물용의료기기의 범위 및 지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반려동물을 위해 사용하는 살균수를 만들기 위한 전해수기는 의료용살균소독수생성장치로 분류되며,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후에 제조 및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용 살균제로 광고한 13개 제품 중 12개 제품이 동물용 의료기기로 허가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유튜버의 전해수기 리뷰를 보면 전해수기에 대한 의문이 더욱 증가한다. 시중에 판매하는 전해수기의 가격은 최소 1만 원대부터 비싸게는 3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해당 유튜버의 리뷰에 따르면 이름이 많이 알려진 V전해수기의 가격은 기본 패키지가 24만 원인데, 이 24만 원으로 그냥 락스를 산다면 V전해수기로 만들 수 있는 200ppm의 낮은 농도의 락스를 약 30,000L 만들 수 있다. 30,000L는 매일 1리터씩 사용해도 약 80년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또한 V전해수기 브랜드는 전해수기용 정제소금을 140g에 8천 원에 판매하고 있다. 140g의 정제소금은 V 전해수기를 사용해 약 112L의 전해수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만약 소금 가격인 8천 원으로 그냥 락스를 산다면 유한락스 레귤러(락스 4%, L당 1,575원) 기준 전해수처럼 200ppm으로 희석한다고 했을 때 약 1,000L의 락스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이 유튜버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블로거 A 씨는 해당 유튜버가 말한 내용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그 내용을 보면 락스의 주성분은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맞으나 단순히 락스 희석액과 전해수를 비교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락스에는 차아염소산나트륨과 더불어 다양한 계면활성제와 부식방지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A 씨는 락스에 있는 화학성분의 위험성과 매번 희석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대해 말했다.

2020년 전에는 보통 아이가 있는 집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집에서 전해수기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나, 2020년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으며 살균수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전해수기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10~11월의 판매량을 보면 2019년에 비해 2020년이 35%나 오른 판매량을 보여주며 127%의 신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과 환경부가 발행한 코로나19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안내 기준을 보면 전해수와 락스의 살균 주성분인 차아염소산이 코로나19 방역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최소 500ppm의 농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전해수기의 차아염소산 농도는 200ppm 정도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해 잘 알아보는 것과 더불어 과장·허위 광고와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기기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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