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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페스' 소비자 처벌 청원, '딥페이크' 논란까지 다시 불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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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페스' 소비자 처벌 청원, '딥페이크' 논란까지 다시 불지폈다
  • 류예지 인턴기자
  • 승인 2021.01.13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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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페스, SNS를 통해 보거나 창작 공간 통해 유료 유통되기도
성별 갈등 조장해 본질을 흐린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출처 : pixabay,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출처 : pixabay,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소비라이프/류예지 인턴기자] 최근 논란이 됐던 AI 챗봇 '이루다'는 서비스 동안 성희롱의 대상이 됐고, 결국 12일 운영 중지됐다. 이루다로 불거진 성착취 논란에 남자 아이돌을 대상으로 하는 '알페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13일 오후 3시 기준 17만 명을 넘어섰다.

'알페스'란 'Real Person Slash'의 약자로 남자 동성애 커플을 뜻하는 'Slash'가 들어 있는 단어다. 종합적으로는 '실존하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동성애 콘텐츠'이다. 알페스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알페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팬픽'은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한 문화다. 알페스는 흔히 음지 문화로 여겨져 SNS에서도 검색이 잘 안 되는 단어로 변경해 일반인들은 단어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특정 단어만 알면 트위터와 같은 SNS 외에도 작가들을 위한 수익창출형 창작 공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알페스와 팬픽의 차이는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창작자가 팬이냐 아니냐는 것이다. '팬픽'이라는 단어는 예전 HOT나 젝스키스 시절 등 한국에 아이돌 시장이 자리잡을 때부터 있었다. 팬픽은 해당 아이돌의 팬이 작성해 팬들끼리 공유하던 소설이었다. 팬픽과 알페스 모두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이 여성이 많았던 만큼 남자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 더 많지만, 여자 아이돌이나 남녀 아이돌이 같이 주인공인 소설도 많다. 이런 팬픽은 컴퓨터의 대중화, 스마트폰의 보편화와 맞물려 더욱 발전할 수 있었고, 그만큼 '아는 사람만 아는' 팬 문화로 자리 잡기 쉬워졌다.

이런 환경에 팬픽과 조금 다른 알페스가 흥하기 시작했다. 팬픽에 비해 알페스는 '팬이 아니라도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알페스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팬심이 아니라 그저 '남자 아이돌이 대상이 된 동성애 소설'을 즐기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페스 중 일부에서는 변태스러운 성관계나 강간을 묘사하는 성범죄 문화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하다. 팬픽과 알페스가 아주 예전부터 있던 문화인 만큼 이미 많은 연예인이 알페스를 통해 성적 대상화가 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알페스 소비자 중 일부는 자신들의 행동이 범죄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우리가 이렇게라도 아이돌을 소비하기 때문에 아이돌 시장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속사도 우리를 고소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 국민청원에서는 "실존하는 남자 아이돌이 알페스 문화를 통해 성적 대상화가 됐다"라고 말하며 "평균 연령이 어린 아이돌의 특성상 피해자의 상당수가 미성년자거나 사회초년생의 나이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국민청원은 13일 오후 3시 기준 17만 4천여 명이 동의했다.

이런 상황에 몇몇 남성 래퍼들도 알페스 국민청원에 목소리를 보태기 시작했다. 그들은 알페스에 대해 "성범죄다", "미성년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행위다", "법과 선을 지켜라"라고 말하며 알페스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동안 일어났던 AI 챗본 논란, 딥페이크 처벌, n번방 전원 신상 공개 등 '여성'이 겪은 피해에 대해서는 묵인하고 방관하다가 '남성'이 피해자로 언급된 알페스 논란에만 입을 열어 처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여성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남성들이 성착취를 논하는 건 앞뒤가 너무 다른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한 사례로 이번 알페스 논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한 래퍼는 예전에 자신의 SNS에 여자 아이돌의 투샷과 '찬성이다'라는 문구를 같이 업로드 했던 게 드러나면서 대중의 입에 오르고 있다. 한 커뮤니티 댓글에서는 "알페스는 범죄라면서 청원까지 하고, 왜 자기는 여돌 알페스를 하는 것인가?"라고 말하며 "수위가 다르다고 말할 거면 남돌 알페스도 수위가 낮으면 문제가 없지 않냐? 그리고 해도 되는 거랑 안 되는 거에 대한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건가?"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알페스 논란 자체가 성대결을 부추기려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남자 아이돌이 받은 피해에 공감해 그들의 인권을 생각했다기보다는 단순히 여성을 공격했던 AI 챗봇, 딥페이크, n번방 등의 범죄를 지우려는 빌미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SNS 이용자 중 일부는 "단순히 여성들에게 '가해자'라는 낙인을 찍고 싶은 남성들의 집단행동으로 보인다"라며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해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다 피해자로 남성이 언급되자 알페스가 심각한 범죄인 것처럼 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1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여성 연예인들을 고통받게 하는 불법 영상 '딥페이크'를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국민청원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성인 비디오(AV)에 나오는 여성의 얼굴을 여성 연예인의 얼굴로 바꾼 가짜 영상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 딥페이크 영상은 '더 스테이트 오브 딥페이크스' 보고서 통계 날짜 기준으로 1만 4천여 개에 이르며, 딥페이크 영상 속 피해자들을 대부분 한국 여성 연예인이다. 또한 이런 딥페이크 영상이 유통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판매되기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에 있어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성범죄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권력이 있든 없든 그 누구라도 피해를 받아서도 안 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소설 및 영상 등이 불법으로 유통되지 않게 강력히 처벌하고, 이를 규제할 수 있는 SNS 관련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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