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택배기사의 사망, 업무 환경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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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 시 택배기사의 사망, 업무 환경 개선 필요
  • 류예지 소비자기자
  • 승인 2020.03.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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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
정부의 위생용품∙생계 지원 대상에 속하지 않아
출처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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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새벽 2시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라에서 쓰러진 택배기사를 동료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최근 동료들에게 배송 시간에 대한 압박을 토로했던 그가 야간 근무 중 사망한 것이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의 신입 배송 기사였다.

사망 원인으로는 최근 온라인 쇼핑 수요가 늘어나며 배송 기사 한 명이 감당해야 할 배송량이 지나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회사와 노조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노조 측은 택배 기사의 사망 원인을 물량 급증으로 인한 과로라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 측은 코로나19 사태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배송량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며 부정하고 있다. 더불어 그는 신입 기사였기에 일반 기사 물량의 50%만 소화했다고 덧붙였다.

물량 증가는 택배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트에서 배송 업무를 담당하는 B씨는 해당 마트의 경우 아침, 낮, 저녁 총 세 번의 시프트로 나눠 배송을 나가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시프트가 1~2개 더 늘었고, 시프트당 배송 건수도 1~2개씩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저녁 배송의 경우 물량을 다 처리해야 하기에 퇴근이 늦어지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8시간을 일하면 1시간의 휴게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배송 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에 적용받지 않는다. 부득이하게 휴가를 쓸 경우 자신의 공백을 대체할 인원 또한 알아서 구해야 한다. 이에 연차가 있어도 쉽게 사용할 수 없으며, 사고가 나도 회사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아무것도 없다. 배송 기사들은 스스로 개인보험을 들고, 사고가 나면 자신의 보험으로 직접 처리해야 할 정도로 열약한 대우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배송 기사에 대한 열약한 처우가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16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의 근무지인 광주우편집중국은 2월 5일 임시 폐쇄하며, 근무자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인 위탁 배송원은 휴업수당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자가격리 된 근로자에게 70%의 유급휴가를 시행한다 했음에도 위탁 배송원은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급여를 받지 못했다.

전국 우체국택배 노동조합의 말에 따르면 “정부의 개인위생 강화 지시에도 정작 배송 기사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거의 없다”라며, “사비를 털어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구매해 일하는데, 위생용품과 생활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우정사업본부가 불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택배나 물류 배송 기사의 과로나 처우에 관한 문제는 처음 언급된 게 아니다. 코로나19와 같이 특수한 상황이 아니어도 평상시에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부당한 처우와 시선을 받으며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노조는 “법을 제도적으로 손질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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