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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약한 근무환경의 콜센터...원청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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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약한 근무환경의 콜센터...원청이 나서야
  • 류예지 소비자기자
  • 승인 2020.03.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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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에 취약한 열악한 근무 환경
콜센터의 약 60%가 ‘원청-하청’ 구조
출처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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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류예지 소비자기자] 구로 콜센터가 있는 코리아빌딩과 관계된 모든 접촉자를 검사한 결과, 17일 기준 관련 확진자는 총 134명이다. 이번 집단감염은 ‘콜센터’라는 장소가 갖는 특성이 더 큰 화를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한 접촉 시 전파 가능성이 증가한다. 기침이나 말할 때 나오는 아주 작은 침방울이 공기를 통해 눈, 코, 입과 같은 점막에 접촉했을 때 전염된다. 이와 같은 특성이 계속 말하고, 좁은 공간에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일하는 콜센터의 특징과 합쳐지며 집단감염을 일으켰다.

관계자들은 “콜센터 자체가 건강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한다. 120cm의 책상이 줄줄이 붙어 있는 곳에 많게는 수백 명이 모여 일을 한다. 닭장처럼 된 곳에서 바로 옆 동료들이 내뿜는 안 좋은 공기를 다 마신다. 종일 말을 해야 하기에 마스크를 쓰고는 업무를 하기 어렵다. 환기라도 잘 되면 좋을 텐데 이것마저 어렵다. 창문을 열고 업무를 하면 주변에서 시끄럽다고 민원을 제기해 창문을 거의 열지 못 한다.

말도 힘들지만, 전화응대라는 업무가 가져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고객들의 언어폭력은 물론 사내복지도 열약하기 때문에 몸이 아파도 유급 병가를 내기 쉽지 않다. 구로 콜센터의 첫 번째 확진자도 오후 4시쯤 코로나19 증상을 발견했지만, 퇴근은 오후 6시를 훌쩍 넘겼다.

상담사들은 정해진 실적을 채워야 하기에 타 업종보다 외출 제한이 많다. 특히 짧은 시간에 많은 업무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 가는 시간마저도 통제받는게 현실이다. 이에 첫 번째 확진자는 무급병가임에도 쉽게 자리를 비울 수 없었을 것이다.

콜센터 집단 감염은 정부의 사각지대였다고 하지만, 사실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이유로 매일 15분씩 방역을 실시한다. 하지만 이 15분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업무 시간이었다. 한 콜센터 근무자는 “다른 층에서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헤드폰으로 업무를 보고, 방역이 끝나면 원래 자리로 돌아와 일한다”라고 밝혔다. 이런 열약한 환경에 콜센터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독감, 눈병 등 전염병에 유독 취약한 장소였다.

콜센터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원청-하청’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전국 콜센터의 약 60% 정도가 하청으로 운영된다. 콜센터 업체가 원청사로부터 받는 도급 단가는 정해져 있고, 인건비를 통해 수익이 결정되므로, 근로자를 위한 투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에 코로나19 우려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매뉴얼도 없이, 오직 개인 위생관리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콜센터의 근무 환경은 결국 하청이 아닌 원청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인식 개선이다. 콜센터 근로자를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이를 위해 원청이 직접 노동자를 고용하고, 전문적인 인력을 양성하는 등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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