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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던 애완동물이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의심이 들어도 이를 증명하기 어렵고 의료법 적용도 안 돼 보호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사람은 수술할 때 기록을 남기기 위해 병원에서 수술동의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지만 동물병원은 보호자에게 ‘구두’로 설명하는 데 그쳐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밝히기가 더욱 어렵다.토끼 수술의사 ‘진료기록’제공도 거부서울시 홍은동에 사는 이 모(여·31세)씨는 최근 애지중지 키우던 토끼가 의료사고를 당했다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긴 사연을 제보했다. 오른쪽 다리를 절뚝거려 홍제동에 있는 H동물병원에 데리고 가 수술을 받았는데 의사가 실수로 왼쪽 다리를 수술했다는 것.   이 씨는 지난 달 11일 다리가 불편한 토끼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수술에 동의했다. 이틀후 수술을 마친 토끼를 집에 데려와 보니 아팠던 오른쪽 다리 대신 왼쪽 다리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 깜짝 놀란 이 씨가 병원에 문의하자 담당의사는 아팠던 다리는 왼쪽이며 이 씨가 착각한 것이라 답변했다. 그러나 토끼는 내내 수술한 왼쪽 다리는 멀쩡히 딛고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며 다녔다. 의심이 든 이 씨는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기위해 동물병원에 찾아가 진료기록과 X-레이 사진 등을 요구했다. 완강히 거부하던 담당 의사는 혈액검사기록만 내 주고 X-레이 사진은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가도록 했다. 그런데 의사가 보여준 X-레이 사진은 원래 크기보다 훨씬 작았고, 좌우 구분 기록이 남겨지는 가장자리가 가위로 오려져 있었다. 환자명과 날짜 등을 기록한 태그도 없었다. 담당 의사는 사진 위에 펜으로 좌우만 표시해뒀다. 의료사고 의심이 든 이 씨는 토끼의  상태를 알아보러  다시 대학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오른쪽 다리 슬개골 탈구 4기’ 진단을 내렸다. 좀 더 정확한 진단을 하러 개인 정형외과를 찾아가니 ‘오른쪽 다리 슬개골 탈구 3기’로 비슷한 결과가 나와 바로 재수술을 받았다. 이 씨는 “재수술을 한 의사는 왼쪽 다리는 외관상으로 봐선 타박상 및 외부 충격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며 “의료사고라는 확신이 들어 첫 번째 수술을 했던 H병원에 진료기록과 X-레이 사진을 재차 요구하러 갔지만 의사는 보여주기 싫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분개했다.관할 관청 동물병원 담당자에 신고이에 대해 H병원 원장은 "보호자가 토끼를 데리고 수술하러 왔을 때 분명히 보호자와 함께 다리를 만져보고 왼쪽 슬개골 탈구라고 확인했다"고 이 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X-레이 훼손 의심에 관해선 “좌우 구분을 용이하기 위해 필름을 잘라 보관한 것일 뿐”이라며 “날짜나 좌우가 처음부터 표시되지 않는 필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하고 이상이 있으면 퇴원한 그날 찾아와서 나한테 문제를 제기했어야지, 수술 한지 한참 지난 후에 다른 병원에서 진료까지 받고 찾아와 항의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박했다. 동물 의료사고 분쟁 해결 실마리는 ‘수의사법’에서 찾을 수 있다. 보호자가 관할 관청 동물병원 인허가 담당자에게 신고하면, 수의사법 31조 <보고 및 업무 감독> 조항에 따라 담당자는 해당 동물병원의 진료상황과 진료부 등을 검사해 책임 소재를 가려낼 수 있다.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발급하는 등의 잘못이 인정되면 해당 동물병원은 제32조 <면허의 취소 및 면허효력의 정지>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심나영 기자 simna1209@naver.com

소비라이프Q | 소비라이프뉴스 | 2011-01-05 00:00

소비자 신문고제모시술 후 화상, 병원 “후시딘 발라!”제모시술 후 화상을 입었다는 소비자와 그 정도 상처는 화상이 아니라는 병원 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2도 화상을 입었는데도 해당 병원에서 무심하게 상처치료제 ‘후시딘’을 바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전남 목포시의 임 모(여·25세)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A병원에서 겨드랑이 제모시술을 받았다. 처음에는 통증이 크게 느껴졌지만, 3회 정도 받아보니 참을 만한 것 같아서 비키니 제모시술도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그런데 마지막으로 A병원에서 겨드랑이 제모시술을 받았던 지난 5월 19일에는 시술 강도가 너무 세게 느껴졌다. 임 씨는 그날 제모시술을 받은 이후 겨드랑이에 상처가 생겼다. 임 씨는 이 같은 사실을 A병원 측에 알렸지만 병원으로부터 “후시딘만 바르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영구제모를 하려다가 겨드랑이와 비키니라인에 흉터가 남을까 걱정이 됐던 임 씨는 집 근처 피부과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임 씨는 해당 피부과에서 2도 화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임 씨는 “A병원 측에 2도 화상을 받았다고 말하자, 제모시술을 받은 부위에 딱지가 앉은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에 대한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며 “처음에는 5번 시술로 영구제모 할 수 있다더니, 이제 와서는 1~2회 더 받아야 한다더라”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A병원에서는 임 씨에게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화상을 입었다’는 주장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냈다. A병원 측에서는 임 씨가 ‘제모시술로 인해 2도 화상을 입었다’는 진단서를 가져온다면 이에 대해 피해보상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해당 피부과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A병원 원장은 “임 씨가 찾아갔다는 피부과는 생긴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임 씨의 상처를 2도 화상으로 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제모시술을 받다보면 일부 상처가 생기기도 하지만, 임 씨의 경우 충분히 주의사항 등을 설명했다”고 해명했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돌팔이 성형시술 ‘성행’여름을 앞두고 성형시술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가 많은 가운데 불법 시술이 판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일부 의사들은 돈을 받고 의료기관 개설자에 면허를 빌려주거나 사이비 성형 시술자를 고용한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의사 면허를 대여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심 모(68) 씨 등 의사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무면허 성형 시술자를 채용한 혐의로 재일교포 출신 의사 박 모(45) 씨를 지명수배 했다.경찰에 따르면 김 모(38·여) 씨와 서 모(56·여) 씨는 심 씨 등 8명의 의사 면허를 빌려 2002년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인천 지역에서 병원 5곳을 설립해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와 서 씨는 간호조무사, 성형외과 상담실장 출신으로 의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나 지인들을 통해 경영난, 구직난에 시달리는 의사들의 정보를 입수하고 이들에게 접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경찰 측은 병원 사이에 환자유치 경쟁이 심해지면서 의사들이 돈의 유혹에 빠져 불법의료 관행을 돕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소비라이프Q | 소비라이프뉴스 | 2011-01-05 00:00

소비이슈‘환자 정보’ 맘대로 이용?대형병원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논란’정부가 대형병원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정작 알맹이가 빠져 있고, 강제성도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보건복지가족부는 16일 의료기관의 정보보호(보안) 강화를 위해 5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기관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최근 다양화·지능화 되는 사이버공격이 급증함에 따라 ‘국민의 진료정보 보호’를 위해 대형병원의 보안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환자 개인의 정보 이용에 대한 문제는 제외돼 논란을 빚고 있다.개인의 정보이용 문제는?16일 복지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5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은 상설기구로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점검, 예방조치 등을 담당하는 5인 이상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5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은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 업무를 총괄 관리할 실무책임자를 최소한 1명, 1천병상 이상은 2명 이상 두도록 했다. 또 개인정보보호 외부 안전진단과 정보시스템 운영 및 보안관리, 네트워크 및 로그관리, 사용자 인증 및 접근권한 관리, 침해사고 예방 및 대응 등 실무지침을 담고 있다.하지만 가이드라인에는 환자 개인의 진료정보 이용에 대한 권리 부분이 제외돼 있어 ‘속 빈 강정’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의료계와 소비자 사이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보주체 동의’ ‘진료정보의 수집 및 제공’ 등의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현재 보건의료기본법과 의료법상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지만 정보수집에 관한 조항은 없다가 지난해 7월부터 정통망법 적용대상에 의료기관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이 환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할 땐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복지부 관계자는 “2006년부터 환자의 진료정보 이용에 대한 부분에 대해 논의해왔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17대 국회에서부터 논의됐던 ‘건강정보보호법 제정안’이 계류 중인 가운데 의료기관의 사이버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우선 의료계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복지부는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의무기록협회, 서울대학교병원 등 의료계와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안철수연구소, 변호사 등 법률·보안전문가로 이뤄진 의료기관 정보보호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해왔다.강제성 없는 권고 ‘실효성’ 의문복지부가 처음으로 의료기관의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는데 의의가 있지만, 정작 강제성이 없는 권고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올해 시범적으로 적용한 뒤 내년부터는 고시에 넣거나 의료기관 인증제의 평가항목에 추가하는 방향을 잡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일단 500병상 의료기관이 약 124개소(2009년 3월 기준)에 대해 개인정보(보안)을 강화하는 첫 시도로 이해하면 된다. 복지부는 사이버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올해 시스템적인 보안을 강화하고 단계적으로 500병상 미만의 병·의원, 약국 등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한편 환자 개인의 동의 없이 건강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건강기록의 관리·운영에 필요한 기준과 절차 등을 담은 ‘건강정보보호법안’이 난항을 겪고 있다. 2008년 발의된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백원우 의원의 ‘건강정보보호법안’, 전현희·유일호 의원의 ‘개인건강정보 보호법안’이 지난해 4월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으나 아직 계류 중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나노제품 못 믿겠네”시판 제품 절반 위해성 우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나노제품을 표방하는 생활용품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인체와 환경에 해를 끼칠 우려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상당수 제품들이 나노의 정의와 나노물질의 크기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등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시립대 철학과 이중원 교수와 서울대 기초교육원 김훈기 교수가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를 통해 나노제품 실태를 조사해 16일 발표한 데 따르면 시판중인 나노제품 167개 품목 가운데 52.7%인 88개 품목에 대해 안전성 우려가 제기됐다.이번 조사는 전국여성과학기술지원센터가 모니터링 요원 22명을 선발, 지난 1월 12일∼2월 17일 웹서핑과 상가방문 등으로 제품의 이름과 설명서, 광고문구 등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대상은 화장품, 가전제품, 건축재 등 국내에서 일상 생활용품으로 흔하게 시판되고 있는 167개의 나노제품이다.조사결과에 따르면, 나노제품 가운데 ‘나노’의 개념 정의와 제품에 포함된 나노물질의 크기가 모두 잘 설명돼 있는 경우는 2개(1.2%)에 불과했다.이에 비해 나노의 개념 정의와 나노물질의 크기가 모두 명시되지 않은 제품은 136개(81.4%)에 달했다.제품에 적용된 나노기술에 대해 모니터링 요원들이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경우는 15개(9.0%) 뿐이었고,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경우는 139개(83.2%)에 달했다.또한 이 가운데 설명이 아예 없는 제품은 36개(21.6%)였으며, ‘제품에 적용했다’는 언급만 있고 설명이 없는 경우는 38개(22.7%)였다. 나머지 65개(38.9%) 제품 역시 설명이 나와 있다 해도 구체적이지 않아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였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박한나 기자 hn10sk@csnews.co.kr

소비라이프Q | 소비라이프뉴스 | 2010-12-29 00:00

생생판례부부가 밥만 먹고 살 수 있나?섹스거부, 이혼사유 되려면 정상적 성생활 할 수 없어야부부는 무엇으로 살까. 뭣 때문에 살까. 가정의 원초적 질문이다. 최근 부부관계와 관련된 대법원판결이 선고됐다. 성관계 거부만으론 이혼사유가 안 된다는 것.부부가 살다보면 헤어질 수도, 해로할 수도 있다. 선택은 각자의 자유의지다. 부부간에 이혼할 뜻이 같다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전혀 없는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자존심이나 돈 등의 이유로 한쪽이 이혼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우리 민법은 재판상 이혼사유를 6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외도, 유기, 학대, 생사불분명은 실무에서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 ‘혼인을 이어가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6호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가장 큰 이슈다.부부간 노력으로 이겨낼 지 여부부인으로부터 계속 성관계를 거부당한 남편의 경우다. 남편 K씨는 결혼 뒤 부인 L씨와 미국으로 유학 갔다가 돌아와 부모 집에서 살았다. 부부는 신혼여행기간은 물론 미국서 사는 동안에도 성관계를 맺지 않아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시부모까지 나서 ‘부부관계를 갖도록 노력하라’고 했지만 결혼 뒤 2년여 성관계를 갖지 못했고 남편은 부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재판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성기능장애로 정상적 성생활을 못한다면 결혼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중대 사유가 되지만 일시적 성기능장애나 부부간 성적 접촉이 단기간 있지 않았다는 점만으론 중대한 이혼사유가 될 수 없다”면서 전문가치료나 도움으로 정상적 성생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을 땐 이혼사유로 보기 어렵다며 남편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편이 아내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이나 시도를 하지 않았고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만큼 파탄 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 시각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최근 선고된 다른 대법원판결을 볼 필요가 있다. 두 자녀를 뒀지만 원만치 못한 결혼생활을 하다 가출해 11년간 별거생활을 해온 부인이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소송 동기는 다른 남자를 만나 살면서 출산한 장애아의 치료비와 양육비 확보였다. 법원 입장과 논리를 그대로 대입시킨다면 가출부인의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혼인관계회복이 될 수 없을 만큼 오래 별거했다면 혼인생활 파탄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했더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원칙·기준에 따라 판결 어려워부부간의 법률문제엔 제3자가 알 수 없는 속사정들이 많다. 냉철한 이성과 논리로 중무장된 법률이란 칼로 재단하기엔 무엇인가 허전하고 법 논리를 일관성 있게 밀고가기가 어려운 부분이 이혼영역이 아닌가. 그래도 법률판단을 바라는 일방이 있으므로 원칙과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부부는 동거, 부양, 부부관계, 양육, 안정 등의 여러 이유들 때문에 함께 산다. 그리고 돈, 애정, 희망, 자식 등의 현실적 또는 이상적 가치를 목표로 하는 인생반려자 관계다. 따라서 부부관계가 전혀 없더라도 다른 이유와 가치를 함께 갖는다면 굳이 법의 이름으로 이혼시킬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혼인생활을 강제하는 게 한쪽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면 이혼을 인정하는 게 현실적이다.부부가 밥만 먹고 사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꼭 부부관계가 본질적 요소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방이 오랜 기간 성관계를 거부, 혼인이 파탄된 상태라면 정의의 여신도 등을 돌리지 않을까. 가정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더욱 등을 돌릴 것이다.홍영균 변호사·의료법 연구소장(현)·기업은행 중소기업법률지원단자문위원(현)·한국소비지원 자문변호사(현)

소비라이프Q | 소비라이프뉴스 | 2010-12-29 00:00

생생판례혼인빙자간음 대부분 사기사건과 연관성을 도구로 신용카드, 재산 노려2009년 11월 26일 헌법재판소는 형법상의 혼인빙자간음죄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실무에선 줄여서 ‘혼빙간’이라 불리는 범죄다.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속여 간음한 경우다. 법상으론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었다. 실무상으론 성교 횟수와 죄질을 감안,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았다.이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처벌규정이지만 아직도 이와 비슷한 처벌규정이 남아 있어 ‘혼빙간’의 타당성을 살펴본다. ‘혼빙간’은 독일의 예전 형법에 있는 사기간음죄에서 비롯됐다. 일본이 독일(서독)의 사기간음죄를 들여왔다가 곧 없앴다. 우리나라가 해방 뒤 형법을 만들면서 이 사기간음죄를 들여왔고 2009년 11월 26일까지 적용됐다.‘혼빙간’, 위헌 vs 합헌 팽팽‘혼빙간’이 위헌인지의 여부와 관련해 성별, 세대별 시각차가 컸다. 위헌이라 보는 시각은 ①남녀 간의 사적인 부분(성적 결정권)에 형법이 직접 개입하는 건 형법의 보충성에 반한다(형법은 형벌을 제재수단으로 하는 것이므로 최후 마지막 수단으로 적용돼야 한다). ②‘혼빙간’의 근간엔 여성이 정조나 처녀성을 지켜야 한다는 전근대적 생각이 깔려 있으며 여성만을 피해자로 보는 것도 남녀평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합헌이라 보는 시각은 ①피해자인 약자에 대해 별도 보호조치 없이 ‘혼빙간’을 없앤다는 건 속이는 행위는 늘 윤리적 문제이고 국가법익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비현실적 논리다. ②우리 사회는 아직도 윤리문제가 사회적 규범을 넘어 오히려 법적 규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면 평등원칙에 반할 정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양쪽 모두 그럴듯한 명분과 논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왜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을 내렸을까. 헌법재판소는 ‘혼빙간’을 처벌하는 게 남녀평등에 반하고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하는 처벌규정이라 판단했다.사생활 영역기준 엄격히 적용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개인의 성행위가 사생활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부분이란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국가는 이 부분에 대한 간섭과 규제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성적인 사생활의 경우 다른 생활영역과 달리 형법을 적용하는데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또 진실을 전제로 한 혼전성교의 강제는 도덕과 윤리문제에 그친다는 점에서도 헌법재판소 결정은 참으로 타당하다.‘혼빙간’으로 고소되는 사건 대부분은 사기와 이어져 있다. 성교만을 목적으로 여성을 속이는 가해자를 고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고소되는 대부분의 사건은 여성이 가진 신용카드나 재산을 노릴 목적으로 성을 도구로 이용하는 경우다. 분쟁의 본질은 금전을 노리는 사기범죄라 보는 게 정확하다. ‘혼빙간’으로 상대남성이 처벌되길 바라는 건 사적인 복수심의 충족 그 이상이 아니다.간통죄도 같은 선상에 있는 처벌조항이다. 이혼을 전제로 하는 간통고소도 본질적으론 재산분할청구와 위자료 다툼이다. 내 남편은 용서해도 상대방 여자만큼은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정서가 바탕에 깔려 있다. 간통죄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혼빙간’과 간통죄가 없어지는 게 남성이 여성을 맘껏 유린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법은 늘 약자를 보호하므로 민사상으로 보호방안을 갖추고 있다. 그나저나 재심청구가 많아질 것이라고 보는데 가족들 보기 남부끄러워서 몰래 하려나!홍영균 변호사·의료법 연구소장(현)·기업은행 중소기업법률지원단자문위원(현)·한국소비지원 자문변호사(현)

소비라이프Q | 소비라이프뉴스 | 2010-12-29 00:00

K씨는 농군이다. 경기도 일산이 개발되기 전부터 고양시에 살면서 어렵게 남의 땅을 부치며 생계를 이어오다 부근 하천 터에 대한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각고의 노력과 돈을 들여 농지로 일궜다. 문제는 2003년 하천환경정비사업이 이뤄지면서 K씨가 일군 하천 터가 2005년에 수용됐다. 얼마간의 영농손실보상금과 영농기계보상금을 받았지만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온 K씨로선 생계가 막막했다.K씨는 개간비 3억원을 달라는 보상금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서울시가 1991년 한강정비사업을 하면서 개간비용을 준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당 6000원).1심에선 지고 2심에선 이겨 그러나 법원은 몇 가지 점을 들어 보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K씨가 하천점용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원상 복구조건으로 하천점용허가를 받았다는 점이 첫째 이유다. 또 그 점용기간이 끝난 데다 허가관청이 공용 또는 공익사업으로 필요할 때나 다른 사람에게 점용 허가했을 땐 허가권을 행사할 수 없고 자진원상복구 또는 보상을 일체 요구할 수 없다는 조건 아래 점용허가를 받은 것이어서 개간비 청구를 할 수 없다는 논리다.K씨는 이에 불복,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고법은 원심판결이 잘못됐다고 결론지으면서 공사로 점용허가가 끝나더라도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부관(조건)이 없다는 점과 원상회복 부관이 기간만료 또는 스스로 그만둔 경우로 한정돼야 한다는 점을 들어 1억4000만원의 개간비 지급을 명했다. 마지막으로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K씨가 점용기간(2003년 12월 31일)까지 땅을 차지하고 더 이상의 하천점용허가 갱신이 없어 하천 터 점용을 끝낸 것이므로 기간만료에 해당돼 개간비 보상청구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하천점용허가 부관에서 정하고 있는 ‘점용기간 만료 또는 점용을 없앴을 땐 곧바로 원상 복구할 것’의 뜻은 K씨가 점용기간만료 때 그에 관한 개간비보상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한 것이라고 판시했다.지옥과 천국, 냉탕과 온탕 오간 K씨K씨는 법원판단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개간비 보상금을 준다고 했다가 다시 안 준다고 하는 판사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모순된 결론들이 나왔을까. K씨가 하천점용허가를 받을 때 ①점용기간 만료 또는 점용을 폐지했을 땐 곧바로 원상 복구할 것이란 부관을 받아들였다는 점 ②수용되기 전에 점용기간이 끝났고 하천점용허가 갱신이 없었다는 점이 패소원인이다. 구체적 타당성을 중시하는 법원의 경향에 비춰볼 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인정되는 결론이기도 하다.지금 전국은 4대 강 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곳엔 하천 터를 차지한 많은 농민들이 있다. 태풍과 홍수로 황폐화된 하천 터를 옥토로 일구면서 젊음을 보낸 사람들이다.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상황에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떤 명분으로도 4대 강 사업이 이뤄져선 안 된다. 어쩌다 관광목적으로 놀러 올 소수 국민들을 위해 농민들 삶의 터전을 빼앗는 건 비합리적이요 비경제적이다. 특히 아직까지 점용기간이 남아 있고 원상 복구한다는 부관규정이 없는 하천 터수용 땐 개간비를 줘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개갈 안 나는 보상금을 주고 4대 강 사업을 벌이는 건 눈 가리고 아웅 하기식의 ‘간판사기’다. 홍영균 변호사·의료법 연구소장(현)·기업은행 중소기업법률지원단자문위원(현)·한국소비지원 자문변호사(현) 

소비라이프Q | 소비라이프뉴스 | 2009-11-2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