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이슈‘환자 정보’ 맘대로 이용?대형병원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논란’정부가 대형병원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정작 알맹이가 빠져 있고, 강제성도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보건복지가족부는 16일 의료기관의 정보보호(보안) 강화를 위해 5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기관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최근 다양화·지능화 되는 사이버공격이 급증함에 따라 ‘국민의 진료정보 보호’를 위해 대형병원의 보안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환자 개인의 정보 이용에 대한 문제는 제외돼 논란을 빚고 있다.개인의 정보이용 문제는?16일 복지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5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은 상설기구로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점검, 예방조치 등을 담당하는 5인 이상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5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은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 업무를 총괄 관리할 실무책임자를 최소한 1명, 1천병상 이상은 2명 이상 두도록 했다. 또 개인정보보호 외부 안전진단과 정보시스템 운영 및 보안관리, 네트워크 및 로그관리, 사용자 인증 및 접근권한 관리, 침해사고 예방 및 대응 등 실무지침을 담고 있다.하지만 가이드라인에는 환자 개인의 진료정보 이용에 대한 권리 부분이 제외돼 있어 ‘속 빈 강정’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의료계와 소비자 사이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보주체 동의’ ‘진료정보의 수집 및 제공’ 등의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현재 보건의료기본법과 의료법상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지만 정보수집에 관한 조항은 없다가 지난해 7월부터 정통망법 적용대상에 의료기관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이 환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할 땐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복지부 관계자는 “2006년부터 환자의 진료정보 이용에 대한 부분에 대해 논의해왔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17대 국회에서부터 논의됐던 ‘건강정보보호법 제정안’이 계류 중인 가운데 의료기관의 사이버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우선 의료계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복지부는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의무기록협회, 서울대학교병원 등 의료계와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안철수연구소, 변호사 등 법률·보안전문가로 이뤄진 의료기관 정보보호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해왔다.강제성 없는 권고 ‘실효성’ 의문복지부가 처음으로 의료기관의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는데 의의가 있지만, 정작 강제성이 없는 권고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올해 시범적으로 적용한 뒤 내년부터는 고시에 넣거나 의료기관 인증제의 평가항목에 추가하는 방향을 잡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일단 500병상 의료기관이 약 124개소(2009년 3월 기준)에 대해 개인정보(보안)을 강화하는 첫 시도로 이해하면 된다. 복지부는 사이버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올해 시스템적인 보안을 강화하고 단계적으로 500병상 미만의 병·의원, 약국 등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한편 환자 개인의 동의 없이 건강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건강기록의 관리·운영에 필요한 기준과 절차 등을 담은 ‘건강정보보호법안’이 난항을 겪고 있다. 2008년 발의된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백원우 의원의 ‘건강정보보호법안’, 전현희·유일호 의원의 ‘개인건강정보 보호법안’이 지난해 4월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으나 아직 계류 중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나노제품 못 믿겠네”시판 제품 절반 위해성 우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나노제품을 표방하는 생활용품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인체와 환경에 해를 끼칠 우려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상당수 제품들이 나노의 정의와 나노물질의 크기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등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시립대 철학과 이중원 교수와 서울대 기초교육원 김훈기 교수가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를 통해 나노제품 실태를 조사해 16일 발표한 데 따르면 시판중인 나노제품 167개 품목 가운데 52.7%인 88개 품목에 대해 안전성 우려가 제기됐다.이번 조사는 전국여성과학기술지원센터가 모니터링 요원 22명을 선발, 지난 1월 12일∼2월 17일 웹서핑과 상가방문 등으로 제품의 이름과 설명서, 광고문구 등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대상은 화장품, 가전제품, 건축재 등 국내에서 일상 생활용품으로 흔하게 시판되고 있는 167개의 나노제품이다.조사결과에 따르면, 나노제품 가운데 ‘나노’의 개념 정의와 제품에 포함된 나노물질의 크기가 모두 잘 설명돼 있는 경우는 2개(1.2%)에 불과했다.이에 비해 나노의 개념 정의와 나노물질의 크기가 모두 명시되지 않은 제품은 136개(81.4%)에 달했다.제품에 적용된 나노기술에 대해 모니터링 요원들이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경우는 15개(9.0%) 뿐이었고,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경우는 139개(83.2%)에 달했다.또한 이 가운데 설명이 아예 없는 제품은 36개(21.6%)였으며, ‘제품에 적용했다’는 언급만 있고 설명이 없는 경우는 38개(22.7%)였다. 나머지 65개(38.9%) 제품 역시 설명이 나와 있다 해도 구체적이지 않아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였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박한나 기자 hn10sk@csnews.co.kr
소비라이프Q | 소비라이프뉴스 | 2010-12-29 00:00
생생판례부부가 밥만 먹고 살 수 있나?섹스거부, 이혼사유 되려면 정상적 성생활 할 수 없어야부부는 무엇으로 살까. 뭣 때문에 살까. 가정의 원초적 질문이다. 최근 부부관계와 관련된 대법원판결이 선고됐다. 성관계 거부만으론 이혼사유가 안 된다는 것.부부가 살다보면 헤어질 수도, 해로할 수도 있다. 선택은 각자의 자유의지다. 부부간에 이혼할 뜻이 같다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전혀 없는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자존심이나 돈 등의 이유로 한쪽이 이혼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우리 민법은 재판상 이혼사유를 6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외도, 유기, 학대, 생사불분명은 실무에서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 ‘혼인을 이어가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6호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가장 큰 이슈다.부부간 노력으로 이겨낼 지 여부부인으로부터 계속 성관계를 거부당한 남편의 경우다. 남편 K씨는 결혼 뒤 부인 L씨와 미국으로 유학 갔다가 돌아와 부모 집에서 살았다. 부부는 신혼여행기간은 물론 미국서 사는 동안에도 성관계를 맺지 않아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시부모까지 나서 ‘부부관계를 갖도록 노력하라’고 했지만 결혼 뒤 2년여 성관계를 갖지 못했고 남편은 부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재판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성기능장애로 정상적 성생활을 못한다면 결혼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중대 사유가 되지만 일시적 성기능장애나 부부간 성적 접촉이 단기간 있지 않았다는 점만으론 중대한 이혼사유가 될 수 없다”면서 전문가치료나 도움으로 정상적 성생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을 땐 이혼사유로 보기 어렵다며 남편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편이 아내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이나 시도를 하지 않았고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만큼 파탄 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 시각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최근 선고된 다른 대법원판결을 볼 필요가 있다. 두 자녀를 뒀지만 원만치 못한 결혼생활을 하다 가출해 11년간 별거생활을 해온 부인이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소송 동기는 다른 남자를 만나 살면서 출산한 장애아의 치료비와 양육비 확보였다. 법원 입장과 논리를 그대로 대입시킨다면 가출부인의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혼인관계회복이 될 수 없을 만큼 오래 별거했다면 혼인생활 파탄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했더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원칙·기준에 따라 판결 어려워부부간의 법률문제엔 제3자가 알 수 없는 속사정들이 많다. 냉철한 이성과 논리로 중무장된 법률이란 칼로 재단하기엔 무엇인가 허전하고 법 논리를 일관성 있게 밀고가기가 어려운 부분이 이혼영역이 아닌가. 그래도 법률판단을 바라는 일방이 있으므로 원칙과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부부는 동거, 부양, 부부관계, 양육, 안정 등의 여러 이유들 때문에 함께 산다. 그리고 돈, 애정, 희망, 자식 등의 현실적 또는 이상적 가치를 목표로 하는 인생반려자 관계다. 따라서 부부관계가 전혀 없더라도 다른 이유와 가치를 함께 갖는다면 굳이 법의 이름으로 이혼시킬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혼인생활을 강제하는 게 한쪽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면 이혼을 인정하는 게 현실적이다.부부가 밥만 먹고 사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꼭 부부관계가 본질적 요소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방이 오랜 기간 성관계를 거부, 혼인이 파탄된 상태라면 정의의 여신도 등을 돌리지 않을까. 가정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더욱 등을 돌릴 것이다.홍영균 변호사·의료법 연구소장(현)·기업은행 중소기업법률지원단자문위원(현)·한국소비지원 자문변호사(현)
소비라이프Q | 소비라이프뉴스 | 2010-12-2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