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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등 하천 터 수용 땐 개간비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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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등 하천 터 수용 땐 개간비 줘야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9.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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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는 농군이다. 경기도 일산이 개발되기 전부터 고양시에 살면서 어렵게 남의 땅을 부치며 생계를 이어오다 부근 하천 터에 대한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각고의 노력과 돈을 들여 농지로 일궜다.

문제는 2003년 하천환경정비사업이 이뤄지면서 K씨가 일군 하천 터가 2005년에 수용됐다. 얼마간의 영농손실보상금과 영농기계보상금을 받았지만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온 K씨로선 생계가 막막했다.

K씨는 개간비 3억원을 달라는 보상금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서울시가 1991년 한강정비사업을 하면서 개간비용을 준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당 6000원).


1심에선 지고 2심에선 이겨

그러나 법원은 몇 가지 점을 들어 보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K씨가 하천점용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원상 복구조건으로 하천점용허가를 받았다는 점이 첫째 이유다. 또 그 점용기간이 끝난 데다 허가관청이 공용 또는 공익사업으로 필요할 때나 다른 사람에게 점용 허가했을 땐 허가권을 행사할 수 없고 자진원상복구 또는 보상을 일체 요구할 수 없다는 조건 아래 점용허가를 받은 것이어서 개간비 청구를 할 수 없다는 논리다.

K씨는 이에 불복,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고법은 원심판결이 잘못됐다고 결론지으면서 공사로 점용허가가 끝나더라도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부관(조건)이 없다는 점과 원상회복 부관이 기간만료 또는 스스로 그만둔 경우로 한정돼야 한다는 점을 들어 1억4000만원의 개간비 지급을 명했다.

마지막으로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K씨가 점용기간(2003년 12월 31일)까지 땅을 차지하고 더 이상의 하천점용허가 갱신이 없어 하천 터 점용을 끝낸 것이므로 기간만료에 해당돼 개간비 보상청구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하천점용허가 부관에서 정하고 있는 ‘점용기간 만료 또는 점용을 없앴을 땐 곧바로 원상 복구할 것’의 뜻은 K씨가 점용기간만료 때 그에 관한 개간비보상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지옥과 천국, 냉탕과 온탕 오간 K씨


K씨는 법원판단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개간비 보상금을 준다고 했다가 다시 안 준다고 하는 판사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모순된 결론들이 나왔을까. K씨가 하천점용허가를 받을 때 ①점용기간 만료 또는 점용을 폐지했을 땐 곧바로 원상 복구할 것이란 부관을 받아들였다는 점 ②수용되기 전에 점용기간이 끝났고 하천점용허가 갱신이 없었다는 점이 패소원인이다. 구체적 타당성을 중시하는 법원의 경향에 비춰볼 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인정되는 결론이기도 하다.

지금 전국은 4대 강 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곳엔 하천 터를 차지한 많은 농민들이 있다. 태풍과 홍수로 황폐화된 하천 터를 옥토로 일구면서 젊음을 보낸 사람들이다.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상황에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떤 명분으로도 4대 강 사업이 이뤄져선 안 된다.

어쩌다 관광목적으로 놀러 올 소수 국민들을 위해 농민들 삶의 터전을 빼앗는 건 비합리적이요 비경제적이다. 특히 아직까지 점용기간이 남아 있고 원상 복구한다는 부관규정이 없는 하천 터수용 땐 개간비를 줘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개갈 안 나는 보상금을 주고 4대 강 사업을 벌이는 건 눈 가리고 아웅 하기식의 ‘간판사기’다.



홍영균 변호사

·의료법 연구소장(현)

·기업은행 중소기업법률지원단

자문위원(현)

·한국소비지원 자문변호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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