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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소비자단체, 의료사고피해구제법 개정 중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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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소비자단체, 의료사고피해구제법 개정 중단 촉구!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4.05.29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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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소비자시민연대(사무총장 강태언)는 최근 추진 중인 의료사고피해구제법 개정에 대해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는 2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의료사고 피해자의 구제의지가 전혀 없는 의사들의 요구만 들어준 개정안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참여율 재고를 위한 조정전치주의(제 27조 8항 삭제) 채택은 그동안 의료소비자 및 시민단체들이 주장해도던 주요내용 중 마지막 보류였던 임의조정 방식을 무력화하는 조치로 이 조항마저 삭제될 경우 사실상 의료소비자 및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오던 내용은 사실상 모두 배제된다고 주장했다.

강태언 사무총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정안 자체가 의료사고자들에대난 실제적인 피해구제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는 악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강 사무총장은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의 목적은 의료사고의 신속한 피해구제이나 그 내용은 의료분쟁조정에 집중되어 있다. 의료사고로 인하여 사랑하는 가족을 잃거나, 중증장애 등으로 가정이 파탄될 위기에 처해있는 의료사고 피해자나 환자들에게 사실상 무리한 분쟁조정보다는 근본적인 피해구제 대책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성 명 서]

세월호 참사 중에 밀실 야합으로 추진 중인 의료사고피해구제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

우리 의료소비자시민연대(부설 의료사고상담센터)는 먼저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및 그 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위로하며 아직도 가족들의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실종자들이 조속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지금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40여일 째로, 대통령을 비롯한 대다수 국민이 큰 슬픔 속에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 같은 참사가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보완대책이 강구되기를 바라고 있는 시점이다. 차제에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원인 중의 하나인 선박안전에 관한 잘못된 법 개정을 추진한 국회의원과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밝혀, 다시는 국민다수의 생명과 안전보다 특정 단체의 이익에 야합하는 행태를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지키고 수호해야 할 국회에서 대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해야할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분쟁조정 관련 법(이하 “의료사고피해구제법”) 개정이 정부와 의료계의 밀실야합으로, 공개적인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슬그머니 추진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세월호 참사를 교훈삼아 국회가 나서, 이제라도 야합으로 진행 중인 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고, 현 제도의 운영과 성과에 대해 철저하게 진단한 후 실질적인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 “그 불편한 진실”

● 이 법 제정 당시, 의료사고! 그 규모와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3대 사고라 하면 산재사고, 교통사고, 의료사고를 들 수 있다. 산재사고의 경우 이로 인한 사망자가 약 2500명이고,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5000 ~ 6500명에 이른다. 의료사고는 얼마나 발생하고 이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얼마나 될까?

환자안전 사고발생에 관한 추정연구에 따르면(’11년 기준),
- 연간 입원환자 597만 7,578명 중 평균 9.2%가 의료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위해사건(adverse event)을 경험하고,
- 위해사건 발생 환자의 7.4%인 40,695명이 사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음.
-이중 위해사건 발생 후 대응을 잘했을 경우 사망을 방지할
수 있는 예방가능 사망은 17,702명(43.5%)으로 추정됨.

 

이밖에도 응급실 내원 환자나 병원내 감염, 오진, 분만 등에 의한 사망은 얼마나 될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미 산재사고나 교통사고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 실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단이 필요하듯 법을 만들 때도 반드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여 이를 근거로 재원이나 조직의 규모 등이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 제정 당시에는 물론 현재까지도 정부의 공식 통계는 없는 상태이다.

● 이 법은 의료사고 피해구제를 위하여 발의되었으나 정부 주도로 의사들을 위한 법으로 변질되어 제정되었다.

이 법은 의료사고 피해구제를 위하여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때 입증책임전환을 전제로 활발하게 논의된 바 있고, MB 정부 초기(18대 국회) 심재철의원과 최영희의원, 시민단체의 1개 청원안이 발의되었으며, 이들 3개 법안은 모두 과실추정에 따른 입증책임전환을 전제로 발의되었다.

3개의 법안 발의 당시, 의료계에서는 의료분쟁조정을 위하여 형사처벌특례, 조정전치주의, 무과실 보상, 환자 측 난동에 대한 가중처벌 등을 요구하였고, 이에 대해 우리 단체를 포함한 의료소비자 및 시민단체들은 의료사고피해구제를 위하여 입증책임 전환과 보험체계화, 임의조정방식 등을 요구하였다.

당시 MB정부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통한 국부창출(의료선진화위원회 의료제도 개선안 자료 참조)이라는 계획하에 외국인 환자의 의료사고 보상을 위한 제도 마련을 정책적으로 추진하였으며, 이에 복지부가 의견안 형태로 해당 3개안과 배치되는 의사들의 요구안을 모두 담은 지금의 법안을 제시하였고, 이후 복지부는 T/F까지 구성하여 해당 법안 제정을 주도하였다.

결국 이 법은 MB정부 당시, 보건복지부가 주도로 만들어진 법이며, 의사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여 만든 의사들을 위한 법으로 변질되어 제정되었다.

● 조정중재원의 저조한 조정•중재 성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다.

이 법에 따라 운영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조정중재원)이 2012년 1년간 처리한 조정 건수는 133건이며, 총 조정성립금액은 8억9,500만원이었다. 이는 같은 해 한국소비자원의 조정건수 390건 및 조정금액 21억 8,000만원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함량 미달의 결과이다.(비교표 참조)

소비자원과 조정중재원 처리결과(2012년) 비교

 

접수건수

조정건수

총 조정성립금액

한국소비자원

1,015

390

21억 8,000만원

조정중재원

804(진행 299)

133

8억 9,500만원

이 같은 저조한 조정 성과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결과로서, 이 같은 단초를 제공한 것은 ‘무과실 국가 보상제도’ 도입 후 발생한 재원분담에 따른 절차상의 심각한 문제로 인한 것이고, 이러한 빌미를 제공한 것은 전적으로 국회와 정부의 책임이다.

무과실국가보상 제도의 경우, 소요재원의 규모, 재원마련 방법, 그 대상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논의 등이 필요한 사안이었으나 국회와 정부는 이러한 논의조차 전혀없이 당시 법안 통과 직전, 의사 및 의사단체의 요구에 따라 삽입하여 통과시켰다.(그동안 의료계에서 지난하게 요구하던 내용이었으나 의료소비자 및 시민단체가 반대하여 3개 법안 중 어떤 법안에도 제안되지 않았던 내용임.)

무과실국가보상제도의 채택 후, 그 재정분담에 대한 의료계와 복지부의 이견으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루어졌으며, 이어 원용금지, 감정단의 업무범위 축소 등을 요구하였으며 제도 시행 후 1~2년을 지내오면서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징수 등을 포함하여 오히려 요구 조건은 더 늘어난 상태로, 운영초기 조정거부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던 무과실 재원분담(산부인과) 다른 요구조건 중의 하나로 묻혀버린 상태에 있다.

■ 발의 중인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이 법 개정안으로는 의사 출신인 문정림의원과 오제세의원 대표발의로 제출되어 있는 상태로, 제 27조 8항의 삭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 개정안을 제출한 오제세의원안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첫째. 참여율 재고를 위한 조정전치주의(제 27조 8항 삭제) 채택

이 법 개정의 핵심인 제 27조 8항을 삭제하는 것은 사실상 조정 전치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그동안 의료소비자 및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오던 주요 내용(입증책임전환, 보험체계화, 임의조정) 중 마지막 보류였던 임의조정 방식을 무력화하는 조치이고 이 조항마저 삭제될 경우 사실상 의료소비자 및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오던 내용은 사실상 모두 배제되는 것이다. 또한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및 선택권에 대한 권리 침해적 요소가 있다.

일시적으론 의료기관이나 의료인들의 참여를 유인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상황이 역전되어 환자들의 선택권이 침해될 것이 명백하다.(복지부가 ‘표준진료계약서’에 중재 조항을 넣어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이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조정이나 중재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차후 선택 진료의 경우처럼 초진 및 재진 신청 시 분쟁 발생에 대한 조정 또는 중재 신청에 대한 서명을 강요받게 될 것이며, 서명을 하여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됨.)

둘째. 조정중재원의 조직 및 업무권한의 대폭 확대

또한 개정안의 주요내용으로는 조정중재원의 조직 및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 법의 주요 운영 주체로서 운영초기 이를 반영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살펴보면 이 또한 우려되는 바가 크다.

조정위원회 및 감정단의 사무를 보조하기 위한 사무국(제14조)을 조정중재원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무국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규정, 50-100 이내의 감정단을 300명(조정중재원에서는 1,000명을 요구함.)로 확대하는 규정(제25조), 조정을 하지 아니하는 결정(제33조 2), 이밖에도 각 과별 자문의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규정, 조정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등을 개정하거나 신설하여 비약적으로 조직을 키우고 조정을 하지 않거나 조정을 결정하는 일방적 권한을 확대하려는 속내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정들은 조정중재원의 저조한 실적에 비해 인력과 예산의 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의료사고 피해자의 구제에 중점을 두어야 함에도, 조정을 하지 아니하는 규정이나 조정을 결정하는 규정을 악용 또는 남용할 경우 의료사고 피해자의 부담만 가중하게 될 우려가 큼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환자 즉 대다수 일반 국민의 권익 보호 측면에서 마땅히 검토되어야 한다.

셋째. 소송 방지를 위한 원용금지 규정 신설과 조사권 완화 등 의료계의 요구 대부분 수용

이 번 개정안의 특징 중 하나는 또 다시 의사들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하였다는 것이다.

조정절차에서 진술이나 감정서 또는 자료를 소송에서 원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용제한 규정(제39조의 2)의 신설, 의료사고 현지 조사권 규정(제28조 3항)의 완화, 조사를 방해하거나 출석 및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등의 형사처벌(벌금) 규정을 과태료로 하거나 면하게 하는 규정, 대리인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규정이 그것이다.

신설한 원용제한 규정은, 의료사고 피해자나 가족들이 조정에 불응하고, 재판으로 갈 경우, 재판에 쉽게 가지 못하도록 하거나 재판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재판받을 권리를 이미 심각하게 제한하게 되고, 삭제 또는 완화하려는 조사권(제 28조 3항)은 복지부 스스로 종전의 의료심사조정위원회에서의 현지조사(구 의료법 제74조)와 다를 바 없고, 의료소비자 및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온 입증책임 전환 제도를 도입하지 않기 위해 존치한 제도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 단체를 포함하여 관련 단체들이 주장해 온 입증책임전환을 대신하여 도입한 제도를 논의한 번 없이 편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삭제 또는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 국회 계류 중인 이 법 개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

지금 병원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의무기록의 위·변조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EMR. 그러나 소문과 달리 예전보다 기록의 수정과 삭제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수정된 흔적까지도 없앨 수 있어 오히려 EMR이 병원의 진료비 부당청구를 돕고 의료사고 시 기록 조작을 용이하게 하는데 이용되고 있다.(973회 진료비 부당청구의 비밀- mbc 피디수첩, 2013.10.22)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 이 법의 목적은 의료사고의 신속한 피해구제이나 그 내용은 의료분쟁조정에 집중되어 있다. 의료사고로 인하여 사랑하는 가족을 잃거나, 중증장애 등으로 가정이 파탄될 위기에 처해있는 의료사고 피해자나 환자들에게 사실상 무리한 분쟁조정보다는 근본적인 피해구제 대책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라.

-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러한 의료사고의 심각성에 따른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믿을 수 없는 진료기록만을 의지하여 감정하는 기능만 강화하지 말고, 환자 취약지역에 블랙박스나 CCTV를 설치하거나 미국의 외상환자(트라마센터) 치료 시 적용되고 있는 24시간 녹음과 촬영이 가능한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제라도 입증책임전환 제도를 도입하여 환자의 안전과 알권리를 확보하라.

- 또한 환자, 의료소비자는 물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신속한 피해구제와 예방을 위해서는 이 법 제정 2년 동안의 운영 실태에 대해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조정중재원의 조정 성과를 면밀하게 분석 평가하여 이를 바탕으로 이 제도의 종합적인 개선안을 마련하라.

- 더 나아가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없이 복지부와 조정중재원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개정을 주도하고 있고, 의료계는 또 다시 자신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반영하기 위하여 서로 거래한 산물이다. 이처럼 야합에 의해 추진되는 법 개정을 지금이라도 국회가 나서 즉각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다.

우리 의료사고 피해자나 가족들은 작금의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라” 했던 침몰하는 세월호의 자화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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