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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국민의 세금으로 성장한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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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국민의 세금으로 성장한 SK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15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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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힐 호텔, 대한석유공사 등 국가의 재산을 헐값으로 사들이며 시세 차익
국민의 세금이 갖는 지분이 작지 않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워...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지금은 SK라는 사명으로 알려진 선경(이하 SK)은 기업의 M&A(Mergers and Acquisitions, 인수합병)를 잘 이용해 성장했다고 회자되는 그룹이다. M&A는 우리가 아는 대로 회사를 사들이거나 두 개 이상의 회사를 하나로 다시 만드는 것으로 많은 금융적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과도한 욕심으로 M&A에 실패하는 예도 많다. 금융적 비용이 인수 주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과도하게 발생해 다시 내놓는 예도 있기 때문이다. 잘만 활용한다면 기업의 성장과 외연 확장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은 자신이 바라보는 성장 동력과 추구하는 비전에 따라 사업권이나 계열사를 사고팔기도 한다. 좋은 기업을 사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은 비용을 들여 사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SK가 M&A를 통해 뛰어난 성적표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끼리 사고판 기업으로만 거둔 성적이라기보다는 국민의 돈인 세금으로 세워지고 움직이던 국가의 재산을 헐값으로 사들이며 본 시세 차익도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25에 참전한 월튼 워커 장군의 이름을 단 ‘워커힐호텔’은 중앙정보부(이하 중정)가 주도해 지은 호텔이다. 주둔 중인 미군을 대상으로 했던 호텔이라 달러벌이를 위해 세워졌다고 볼 수 있다. 63년 4월 8일에 개관 후 국제관광공사에서 운영되다 실세였던 이후락 중정부장과 친했던 SK 창업주 최종건 회장이 워커힐호텔을 저렴하게 인수했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 석유와 관련된 모든 일을 관장하던 ‘대한석유공사(이하 유공)’는 75년과 76년, 78년 전년도 결산법인 매출기준 1위 기업일 정도로 우량기업이었다. 오일 쇼크로 불황을 겪던 79년도에도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던 회사였다. 당시 SK그룹에서 가장 컸던 선경과 10배의 차이를 보일 정도로 격차가 컸다. 정부에서는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걸프사의 지분을 인수해 국유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누군가에 의해 유공의 주인은 SK가 되었다. 당시의 실권자였던 전두환 장군마저도 유공의 주인을 정한 사람은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노태우 장군이었다고 언급한 기록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국가의 정책마저 바꾸게 만들던 당시 군부의 모습은 오늘날 미얀마에 못지않았다.

체급 차이가 남에도 든든한 배경(?) 때문인지 은행권을 비롯한 여러 기관으로부터 금융지원을 저렴하게 받는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 일을 계기로 SK는 10위권 밖이던 재계서열이 10위권으로 진입하게 된다.  
 
체신부의 한 부서였던 전신전화국은 공기업화되며 한국전기통신공사가 된다. 이중 이동통신 분야를 담당하던 한국이동통신은 민영화된다. 노태우 장군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가장 큰 이권 사업으로 SK가 최종심사에서 1위를 차지하지만, 주변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사업권을 반납했다가 94년도에 다시 인수하면서 공식적인 비용만 4천여억 원이 소요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SK텔레콤’으로 활약하던 이 회사는 독보적인 위치로 인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수익을 창출했고 그 돈을 모아 3조4천여억 원을 들여 하이닉스라는 공룡을 먹어 치운다. 국민의 세금으로 세워진 회사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나머지 회사를 인수하거나 성장시킨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볼 때 모든 기업이 마찬가지지만 SK의 성장기반에는 오너십 외에도 국민의 세금이 갖는 지분이 작지 않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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