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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현재진행형인 삼성의 세금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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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현재진행형인 삼성의 세금 프로젝트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0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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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납(物納)은 소수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어 객관성이 결여된 대체 수단
미술품의 가치를 최대한 높게 평가해 합법적인 탈세를 용인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제1부자였던 고(故) 이건희 회장. 그는 자신의 재산과 삼성그룹을 물려주는 데 있어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세금을 줄여보고자 오랜 시간에 걸쳐 엘리트의 집합소라고 불리는 삼성의 법무팀을 비롯해 각 회사의 두뇌들인 임직원들이 동원되었다. 음지에서 일했던 인원까지 세지 않더라도 사상최대의 인원이 동원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재산을 물려주려고 생각하는 부자들에게 모범이 되는 교과서적인 플레이가 잉태되는 시점이다.
 
94년부터 시작된 삼성그룹의 세금 관련 프로젝트는 이재용 부회장의 나이가 30세도 되기 전에 시작되었다. 95년 12월까지 당시 자연인 이재용 씨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게 61억 4천만 원을 증여받는다. 증여세로 16억 원을 낸 나머지 45억여 원은 이후 세계투자사에 기록될 만큼의 수익률을 만들어낸다. 다만, 자신의 분석과 통찰력이 녹아있는 투자보다는 아버지 휘하에서 얻은 정보와 사무능력으로 인한 수익이라 해외의 유명 투자자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다. 
 
삼성의 세금 프로젝트는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더는 진행되지 못하고 11조 366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상속세를 남기게 되었다. 삼성그룹에 속한 회사들의 주가가 오르면서 12월 21일 종가 기준으로 이건희 회장이 보유했던 주식의 평가액이 사상최대치를 찍었고 22조 945억 원 규모가 되었다. 이에 납부해야 할 상속세도 증가했다. 
 
삼성은 그동안 회피한 조세로는 만족을 못한 것일까? 언론을 통해 물납이라는 기사를 내보내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삼성 측은 물납에 미술품, 문화재 등을 포함해달라고 응석을 부리고 있다. 동원된 작품수도 초대형이다. 언론이 보도한 것만 국보 30점, 보물 82점, 서양 근현대 미술품 1,300여 점 등 총 1만 3,000여 점이다. 약 3조 원이다. 

국내법상 상속세 납부는 다수가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 부동산, 일부 유가증권이 사용된다. ‘친삼성언론’이 대변하는 물납(物納)은 소수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어 이런 객관성이 결여된 대체 수단이다. 현재의 미술품은 상속재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가치를 최대한 낮게 평가해 상속재산가액을 줄이는데 사용된다. 삼성의 의도대로 미술품의 물납이 현실화되면 미술품의 가치를 최대한 높게 평가해 물납하는 합법적인 탈세를 용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은 사람들이 상속세 신고를 해야 하는 시기는 4월 말이다. 이들의 세금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일 것으로 생각한다. 또다시 대한민국 정부와 사법체계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대기업이 집단지성으로 법을 이용하고, 여론을 만들고, 국회는 법을 만드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지 않게 되길 바랄 뿐이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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