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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금융은 자본보다 민본을 지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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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금융은 자본보다 민본을 지향해야 한다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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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에는 아직도 힘의 논리가 작용
금융시스템이 자본보다 민본에 방향성을 맞추도록 관심을 가져야...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시계, 비행기, 기차, 문자, 온도계, 핸드폰, 인공위성, 자동차와 같이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발명품은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존재의 의미가 없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금융은 인간을 위해 탄생했다. 돈은 물, 젖이나 피로 표현되기도 한다. 흘러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젖으로 배고픔을 채운다. 메마른 토지는 물줄기와 연결돼 비옥해진다. 몸 안에서는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가 곳곳에 있는 장기와 피부, 뇌에 영양을 공급해 우리가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 

돈도 마찬가지로 흘러야 한다. 넘치는 곳의 돈을 부족한 곳으로 보내 돈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자연이 만들어낸 물, 젖, 피는 자연의 섭리대로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고루 움직이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돈은 인간의 욕심이나 욕구에 의해 움직이다 보니 모두가 고루 혜택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신석기 시대, 정착과 농경과 어로를 통해 얻은 농산물과 수산물에서 잉여가 발생했다.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자본의 시발이다. 이때부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다툼과 대립이 시작되었다. 왕조시대에는 소수가 모든 부와 권력을 가졌었다. 힘으로 다수를 억압하고 지배하며 군림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가 선택한 민주주의는 다르다. 모든 사람은 나라의 주인행세를 할 수 있는 ‘주권’이라는 권리를 가졌다. 금융시스템도 다수를 위한 형평성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금융에는 아직도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돈이 많은 사람이 돈을 빌릴 때는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아 많은 자금을 사용할 수 있지만, 돈이 적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받아 보다 적은 자금을 사용한다. 이 격차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돈이 적으면 적을수록 더 벌어진다. 
 
일반적으로 금융이라는 범위 안에 있는 대부분의 민간회사는 이런 쏠림을 강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민본을 중심으로 하는 형평성보다는 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효율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흐르지 않는다면 잘 흐를 수 있도록 길을 내주거나 마중물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 코로나19시대에 이런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쏠림으로 벌어지는 격차는 위기 때 더 빠르게 더 심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 정부는 선별적인 복지제도와 보편적인 ‘재난지원금’을 잘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금융시스템이 자본보다 민본에 방향성을 맞추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가의 존립은 국민이 존재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곳에 집중적으로 쏠린 돈이 사회 전반에 고루고루 사용될 수 있도록 채찍과 당근으로 관리해서 금융이라는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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