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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금융권이 떠받친 LH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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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금융권이 떠받친 LH사태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25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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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얻은 정보를 사적 이득 위해 사용,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공기업 직원들의 배신
이들에게 대출을 지원한 금융권도 문제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공무(公務)를 담당하는 만큼 도덕성과 신뢰성을 생명으로 삼아야 한다. 중앙정부가 정책을 세우고 실행을 위한 국가적인 사업을 하려고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가 100% 출자해 설립한 법인체가 공사(公社)다. 그렇다 보니 공사도 직무상 정부에 준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도덕성과 신뢰가 요구된다. 당연히 공사 근무 직원들도 공무원들 못지않은 도덕성과 명확한 잣대를 근거로 한 신뢰가 적용돼야 한다.

공사가 정책과 관련된 공무를 수행하면서 습득하는 정보의 수준은 업무의 특성상 ‘Top Secret(1급 보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보는 곧 돈이다. 공사는 취급 정보의 수준도 높을 뿐만 아니라 국가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공사는 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전적인 이득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싶은 유혹은 끊임없다. 공사는 사적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민간 사기업(私企業)이 아닌 공동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공기업(公企業)이기에 이런 유혹을 뿌리 쳐야 한다.

최근 드러난 ‘LH 사태’는 그런 공기업에서 일하는 직원이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개인을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해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한 것이다. 얻은 이익도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결혼할 때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더욱 선호되는 직장이 ‘LH 공사’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이미 ‘LH 공사’란 조직 내에서는 정보를 활용해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일이 일반화됐고, 관습처럼 굳어진 일이 쌓이면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업무특성상 주로 다루고 있는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은 우리나라에서 돈벌이의 강력한 수단이다.

시루떡 만지는데 콩고물이 안 묻을 수는 없지만 털어내거나 씻으면 그만인 것을 그대로 묻히고 다니는 것이 문제다. 정보로 투기를 하는 이는 LH 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토부와 국회 그리고 각 지역의 지자체 관련 부서를 총망라해서 전 방위적인 감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LH 직원들이 일을 벌일 수 있도록 도운 곳은 바로 금융기관들이다. 이들이 투기에 필요한 돈을 전부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대부분은 대출이다. 1금융권에 비해 대출자를 찾기 위해 목말라 있는 2금융권의 대출이 많았다. 결국 제2금융권의 대출 규제는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융당국에서는 2금융권에 대해 비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규제하려고 한다.

결국 아무 관련도 없는 일반 서민에게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2금융권은 1금융권에 비해 대출금리가 높다. 높은 금리에도 1금융권의 높은 문턱에서 대출받지 못한 서민들이 급전이 필요하거나 돈을 모으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모든 문제에 대해 대응책을 보듯 사고를 친 집단에 대한 단속보다는 다른 구성원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대책이 이번에도 나올 듯하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들이 얻은 이익에 대해 친일파는 아니기에 재산에 대한 환수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친일파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 공동의 이익을 등한시했고 LH 직원들도 자신의 사적이익을 위해 공동의 정보를 활용했다. 더 큰 문제는 신뢰의 문제다. 친일파는 더러운 짓을 한 패거리라는 것을 알기에 원래부터 검다는 것을 알지만 LH는 공기업이기에 나라를 위해 일해주리라던 믿음에 뒤통수를 때려 국민이 분개하는 것이다. 결국 LH 공사는 백로였다.

사회의 모든 가치의 중심이 돈에 집중된 자본주의사회는 구성원들이 돈에 대한 욕심을 가지게 만든다. 그래서 무엇을 하더라도 돈만 벌면 된다는 결과 중심의 생각을 한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 고위공직자는 품위 있게 돈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하위공직자든 고위공직자든 개처럼 벌어 개처럼 쓴다. 개같이 돈을 번다고는 하지만 개는 주인에 대해 충성심이라도 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 공화국’에서 공직자들이 개만도 못하면 되겠는가?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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