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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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과 펜은 물과 기름만큼이나 이질적이다. 하지만 이질적인 ‘그것’은 남자의 몸과 마음을 닦는 삶의 원천이 됐다. 육군박물관장 겸 육군사관학교 국문학 교수 이기윤(54·육사 33기/국문학 박사) 대령이 소설가로 출사표를 던졌다. 오래 전 시인으로 등단한 이 대령의 두 번째 도전이다.고교시절부터 시 써온 문학 소년열일곱 살 마산고(32회)에 입학하던 해부터 시를 써온 문학소년 이기윤은 마산 ‘돝섬문학회’ 동인활동으로 문학 혼을 불태웠다. 초급장교시절 ‘군인의 시적 체험은 개인에겐 전인(全人) 형성의 기틀이 된다’는 조지훈 시인의 글을 지금껏 마음에 새기고 있다.‘펜을 쥔 육군대령’으로 50대 중반이 된 그는 최근 ‘섣달 그믐밤‘이란 장편소설을 완성했다. 소설집엔 일제 강점기→8·15해방→6·25전쟁→근대화 시대로 이어지는 격동의 나날들을 살아온 한 농부의 일생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대령은 “제 삶의 뿌리이자 우리 근대화의 디딤돌이 된 아버지 세대들의 고통과 애환, 사랑과 희생, 용기를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77년 사관생도출신으로 처음 <태릉무림기>란 시집을 낸 그는 1997년 ‘시와 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1999년 발표한 시집 <자전거와 바퀴벌레>를 통해 시인으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경남 김해 출신인 이 대령은 마산고 졸업 뒤 육사에 입학, 소위로 임관한 뒤 초급·중급 장교로 전·후방 부대에 근무했다. 육사교수가 되고부터는 육사신문 주간을 비롯한 여러 보직들을 두루 거쳐 오늘에 이른다. 지난해엔 현대사와 영욕을 함께 해온 육사 60년사(史)를 발간했다. ‘별,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60년’이란 제목의 이 책은 많은 화제를 불러 KBS 등 많은 언론매체들이 인터뷰 및 보도기사를 다뤘다.한편 이 대령이 장편을 완성하는 긴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였다. 특히 미술에 조예가 깊은 교사출신 부인(김영희씨)은 최근 화가로 변신, 작품활동에 바쁘다. 아버지 뒤를 이어 군인의 길을 걷는 육사출신 아들(전방부대 육군 대위)도 묵묵히 응원을 보내는 든든한 원군이다.이 대령은 “사관생도들에게 역사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역사소설 집필에 전념하려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의 첫 장편소설 <섣달 그믐밤>은 지난 2월 말 전국서점에 깔려 벌써부터 인기다.박물관 소장 유물 1만여점한편 이 대령이 책임을 맡고 있는 육군박물관엔 고대군사유물 4500점, 현대군사유물 4600점, 군 역사관련 기념자료 2300점이 있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의 육군사관학교 안에 있는 육군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은 1만 점이 넘는다. 육군박물관은 특정부대의 역사관 수준을 뛰어넘는 말 그대로의 ‘박물관’이다. 1948년 육군창군 후의 유물은 물론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독립투쟁시기에 이르는 군사유물을 총망라한 게 특징이다. 열쇠모양의 박물관 건물은 ‘조국통일을 염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소비라이프Q | 소비라이프뉴스 | 2008-09-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