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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ESG 선언하는 기업들... ②“당신 기업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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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ESG 선언하는 기업들... ②“당신 기업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 박지연 기자
  • 승인 2021.08.05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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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기업’이 살아남는다

소비자 10명 중 9명 “기업 잘못하면 불매나 소비 자제할 것” 
ESG 실천하는 기업 제품 소비하겠다 86.9%

기업이 ESG 경영을 생존전략으로 택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역시 기업에 사회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직접적인 문제 해결자로 나서길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원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지우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재활용률이 높은 제품을 생산토록 요구하는 것이다.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소비자 인식이 드러난다.

소비자들은 ESG 경영 소식을 들으면 해당 기업에 더 많은 관심이 가고(68.4%),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겠다(86.9%)는 뜻을 밝혔다. 또 앞으로 기업에 투자하거나 소비할 때 ‘ESG 경영’ 실천 여부가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는 의견(82.1%)을 냈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이 내놓은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남녀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6%는 예전보다 기업의 사회적 논란이나 물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답했다. 특히 기업이 저지른 갑질, 성차별, 불법행위 등은 소비자의 행동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응답자의 90.6%는 기업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제품이나 서비스를 즉각 불매하거나(21.5%), 소비를 자제하겠다(69.1%)는 의사를 밝혔다. 열 중 아홉은 기업이 잘못하면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불매 운동과 보이콧이 소비자의 정당한 의사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비율도 90%가 넘었다. 

물론 아직까지 ESG라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소비자는 적다. ESG가 무엇인지 인지하는 사람(48.4%)은 응답자의 절반 정도며, 내용까지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15.2%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89.1%로 이미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소비자들은 ESG 경영 소식을 들으면 해당 기업에 더 많은 관심이 가고(68.4%),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겠다(86.9%)는 뜻을 밝혔다. 또 앞으로 기업에 투자하거나 소비할 때 ‘ESG 경영’ 실천 여부가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는 의견도 82.1%였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국내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굿즈에 대한 계획은 밝히지 않아 빈축을 샀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국내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굿즈에 대한 계획은 밝히지 않아 빈축을 샀다.

기업이 말하는 혁신에 ‘진정성’ 있나
보여주기식 ESG 경영에 대한 ‘불신’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듯 소비자들은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할 의향이 있다. 하지만 ESG 경영을 외치는 기업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ESG가 기업의 또 다른 홍보 수단이거나 구호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SG 경영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기업은 드물 것 같다(43.5%)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소비자(31.3%)보다 많았다. 이는 기업이 외부 평가를 잘 받기 위한 수단으로 ESG 경영을 내세우는 행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MBC 스트레이트는 ‘ESG 열풍의 실체’편을 방송했다. 방송 내용에 따르면 포스코는 산재로 사람들이 죽었는데도 ESG 평가에서 AA 최상등급을 받았다. 박유경 네덜란드 연기금(APG) 아시아 책임투자 본부장은 MBC 스트레이트와 인터뷰에서 “산재 문제만 보면 한국은 도저히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한국 기업들의 현 상황이 참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ESG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언론에 홍보하면서 정작 중요한 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그린워싱’도 비슷한 예다.       

“당신 기업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묻는 소비자들
스타벅스는 지난 4월 2025년까지 국내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내세운 ‘Better Together: 가치있는 같이’ 프로젝트에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환경, 상생, 채용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매달 수십 종에 이르는 굿즈에 대한 얘기가 빠져 진정성을 의심 받는다.

소비자들은 어떤 기업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핀다. 무늬만 착한 기업인지 정말로 사회 문제 해결을 자신들의 가치관과 사명으로 받아들이는지를 말이다. 기업 내부의 경영과 조직문화에서부터 하청을 받는 수많은 외주업체와, 그곳의 직원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행보를 꼼꼼히 살핀다는 말이다. 그리고 당연히 착한기업에 힘을 실어주려 한다. 결국 제품이든 서비스든 소비자들의 관심과 취향이 기업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이어지자 몇몇 SNS를 중심으로 새벽배송이나 로켓배송을 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를 두고 한 편에선 기업들의 책임인데 왜 소비자가 불편을 겪어야 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반응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다. 기업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는 점에선 같다. 그리고 이제 소비자는 기업에 묻고 있다. 당신 기업은 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ESG 선언하는 기업들... ① 쿠팡이 쏘아 올린 질문  

박지연 기자 yeon7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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