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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의 인터넷 은행 설립, 오프라인 점포 철수에 따른 금융소비자 소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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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의 인터넷 은행 설립, 오프라인 점포 철수에 따른 금융소비자 소외 우려
  • 김도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4.13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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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은행연합회 의견 반영해 금융지주사의 인터넷 은행 설립 검토
비대면 금융거래 활성화에 따른 오프라인 점포 철수, 금융소외 우려

[소비라이프/김도완 소비자기자] 지난 12일, 은행연합회는 국내 금융지주사 대상 인터넷 은행의 설립 수요를 조사했다. KB국민, 신한금융지주 등 대부분의 금융지주사가 인터넷 은행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금융당국의 허가가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금융지주사 기반 인터넷 은행이 탄생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오프라인 점포 철수가 가속화되면서 고령층을 비롯한 금융소외 계층을 포용하는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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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내에서 4대 금융지주로 불리는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금융지주가 모두 인터넷 은행의 설립 의사를 밝혔다. 지주 내 은행을 통해 온라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비대면 금융 시장을 은행의 온라인 금융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은행연합회가 주관해 진행된 수요 조사에서 4대 금융지주 모두 인터넷 은행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한 만큼, 곧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의견을 취합해 금융 당국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 은행 설립을 원하는 이유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기존 인터넷 은행의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13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8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케이뱅크는 최근 수신 잔액 10조 원을 돌파했는데, 지난해 6월 말까지만 해도 수신 잔액은 2조 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덩달아 인터넷 은행의 실적도 대폭 개선된 것이다. 한 번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소비자가 다시 오프라인 점포를 찾을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 인터넷 은행이 장기적으로도 꾸준히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금융지주사도 인터넷 은행을 설립해 비대면 금융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자 하지만 우선 금융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금융위원회에서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심사를 거친 후 허가를 받아야 설립할 수 있다. 또한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지주 내 은행은 자회사로 인터넷 은행을 보유할 수 없다. 즉, 금융지주사는 손자회사로 인터넷 은행을 둘 수 없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 인터넷 은행업을 영위한다고 하더라도 지주사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존 인터넷 은행의 성공 공식을 살펴보면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사로부터 느꼈던 불편을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고객들의 수요를 확보했다. 이를테면 보안카드나 일회용 비밀번호(OTP) 없이도 송금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를 들 수 있다. 반면 금융지주사의 경우 획기적인 서비스 개선보다 인터넷 은행의 설립 자체에만 방점을 둔다면 금융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 새로운 고객은 확보하지 못한 채 오히려 지주 내 은행의 온라인 금융에 대한 잠식 우려도 존재한다.

금융지주사의 인터넷 은행 설립으로 금융서비스의 비대면 채널 확대가 가속화되면서 은행의 오프라인 점포 철수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고령층 소비자의 경우 온라인 환경에서 금융 업무를 보는 것이 익숙지 않고, 여전히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다. 시각장애인과 같이 장애인 소비자들 대상 온라인 금융의 활용도 역시 낮은 수준이다. 비대면 금융이 확대되고 은행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철수하면서 이들 금융소비자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져 금융소외계층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모두 은행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철수하는 속도를 조절하도록 권고한 상황에서 지주사의 인터넷 은행 설립이 이러한 기조에 반하는 움직임이 될 수 있다.

금융지주사의 인터넷 은행 설립은 커가는 비대면 금융 시장 내에서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기존 고객과의 거래 경험에서 쌓아온 신뢰도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비대면 채널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해 대출 절벽을 마주한 금융소비자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공급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금융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지속해서 살펴보며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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