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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빨라지는 금융 디지털화, 소외계층 배려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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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빨라지는 금융 디지털화, 소외계층 배려 충분한가
  • 김도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7.15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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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금융서비스 점차 온라인으로 옮겨 가는 추세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 제고 필요성 제기돼

[소비라이프/김도완 소비자기자]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디지털화’를 꼽을 수 있다.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많은 서비스가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갔다. 금융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여러 시중은행을 비롯해 금융사 점포를 찾아 금융 업무를 처리해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많은 금융 서비스가 온라인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직접 오프라인 점포를 찾아야 하는 수고가 사라진 만큼 금융업에서도 디지털화의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디지털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 이른바 디지털 소외계층이 금융 서비스에서조차 배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고령층 금융소비자의 경우 이러한 소외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금융의 디지털화에 대한 이들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60~70대 금융소비자 53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15일부터 22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출처 : 김도완 소비자기자
자료=김도완 소비자기자

금융 서비스가 점차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대해 60~70대 금융소비자 중 90%가 넘는 응답자가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디지털화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불편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하지만 디지털화 흐름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불편과 금융 서비스에서 배제되면서 느끼는 박탈감이 디지털화를 반대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고령층 금융소비자의 온라인 금융 서비스 접근성은 얼마나 낮은 수준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금융 서비스 채널에 대한 질문과 함께 온라인 채널을 이용하는 응답자에 한해 어떤 금융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해결하는지 물어봤다. 

출처 : 김도완 소비자기자
자료=김도완 소비자기자
출처 : 김도완 소비자기자
자료=김도완 소비자기자

대다수 응답자가 오프라인 점포를 직접 방문하거나 폰뱅킹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금융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는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었다. 모바일뱅킹을 활용하는 소수의 고령층 금융소비자 역시 활용 범위가 간편송금이나 잔액 조회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에 국한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용 방식의 차이는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의 차이도 가져온다. 금융사는 자사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고령층 금융소비자들은 이런 혜택을 알지도 못하거니와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온라인 교육, 접근성 간소화 원해

이미 온라인 금융 소외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고령층 금융소비자에게 금융 소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출처 : 김도완 소비자기자
자료=김도완 소비자기자

기존 오프라인에서 금융 업무를 처리하던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오프라인 점포 철수를 늦추자는 의견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고령층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금융 교육을 확대하고(35.8%),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디자인과 내용을 간소화해 접근성을 제고해야 한다(34%)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온라인 금융을 이용하고자 하는 의욕이 결코 없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앞서 응답자 중 상당수가 오프라인 환경을 무조건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과정에서 겪는 불편 때문에 금융의 디지털화를 반대한다고 답변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타 의견으로는 고령층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과 같이 사회 내 다양한 소외계층이 존재하고, 그만큼 폭넓은 범위에서 소외계층을 배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모바일 앱 접근성을 평가하는 ‘웹발전연구소’는 국내 모바일뱅킹 앱은 물론 각종 페이 앱, 증권사 앱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금융과 관련된 애플리케이션 대부분이 시각 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매우 불편하다고 평가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앱을 이용하기 위해 화면 낭독 기능이 필요한데 많은 앱에서 이러한 대체 텍스트 기능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한편 온라인 환경에서 소외되는 소비자 불편함과는 별개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인화 점포가 들어서고 AI뱅커를 도입하는 은행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온라인 금융 서비스를 배우고 싶고, 활용하고 싶은 의지는 있지만 정작 학습 기회나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채 디지털화의 속도만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금융 소외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가 부르짖는 디지털 혁신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 온라인 금융의 접근성을 제고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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