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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유동성(돈) 공급이 가져다주는 부메랑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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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유동성(돈) 공급이 가져다주는 부메랑효과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11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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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강력한 경기부양책
가계대출 규모가 큰 한국, 정부 역할이 중요한 때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증권회사에서 계좌를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환매조건부채권’이란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환매조건부채권(RP, Repurchase Agreement)이란 돈이 필요한 금융기관(A)이 단기로 필요한 자금을 빌리기 위해 소유하고 있는 장기 채권 권리를 투자자(B)에게 팔아 B가 이자를 받도록 하고 만기일에 제공한 채권 권리를 다시 매입하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즉, 장기 채권을 매도해서 매도자가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거래 방식이다.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역RP’라 한다.

한국은행은 시중은행과 이런 거래를 통해 통화량을 조절한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RP를 시중은행이 사게 되면 그만큼의 비용을 한국은행에 지불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중의 자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반대로 역RP를 하게 되면 시중은행이 가지고 있던 RP를 한국은행이 가져오면서 받았던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은행의 돈은 늘어다고 이를 대출이나 투자로 돌리게 되면서 자연스레 돈이 불어나기에 유동성 공급과 같은 효과를 보인다.

중국은 최대 명절인 춘절에 인민은행을 통해서 이런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명절을 앞두고 기업이나 개인이 사용해야 하는 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 춘절은 이와 반대로 만기가 도래한 환매조건부채권 1천 800억 위안을 흡수하고 다시 1천억 위안을 공급하면서 800억 위안의 유동성을 줄였다. 이를 두고 많은 추측이 오갔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위축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펼치면서 풀린 돈(유동성)을 줄이려는 출구전략으로 보인다. 또 부채를 줄여 경제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서는 새로 시작되는 14차 5개년 경제계획과 관련한 보도를 통해 2020년 중국 GDP(101조 5,989억 위안, 한화 약 1경 7,273조 8,450억 원)의 25%인 25조 위안(한화 약 4,300조 원)의 부양책이 양회(兩會,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전하면서 이런 추측을 불식시켰다.

중국 정부의 정책은 백신 접종이 성공했을 때 가져올 집단면역과 함께 그동안 위축됐던 경기를 부양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보다 확대된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니 시장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과도하게 풀릴 것으로 예상된 유동성은 물가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그로 인해 경기부양과 단짝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금리인상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당연히 시장은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미국의 국채금리가 오르자 다른 나라의 국채금리도 덩달아 상승했고 주식시장에서는 안전자산으로 회귀하려던 자금은 등락을 거듭하며 우하향했다. 그러자 유럽과 각국의 중앙은행에서는 국채를 매입하며 시장에 돈(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완만한 금리상승은 충격이 덜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시장 불안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가계대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금리가 인상되면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는 국민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제활동 위축으로 부족해진 일자리는 가계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생계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에 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져 ‘K 현상’을 불러왔다. 다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각국의 상황과 이해에 따라 정책이 진행되면서 당장 금리를 인상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다. 이제 정부와 국회의 집단 지성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파 이해보다 국민의 삶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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