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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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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좀스럽다!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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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언론, LH 사태에 대통령 퇴임 후 사저 경호동까지 끌어들여 논점 흐리기
국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좀스럽다는 ‘조그맣다’, ‘좁다’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다. 최근에 부동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순전히 비리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개발계획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한국주택토지공사(이하 LH)의 직원들이 획득한 정보를 공유하며 사적이익을 채우는 데 사용했는지의 여부다. 그럼에도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하 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를 양산에 있는 사저에 대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LH 사태’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했고, 대통령은 이런 행태에 대해 좀스럽다는 표현으로 응수한 것이다.

대통령이 나서기 전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했다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여당은 자신들을 위해 다음 대선을 준비할 뿐 대통령에 대한 관심은 사라진듯하다. 대통령의 반응은 야당의 공격에 일시적인 빌미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미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 한 번 겪었던 일이고, 당시 시끄러웠던 ‘아방궁’이 얼마나 허황된 이야기였는지는 ‘봉하마을’에 다녀온 국민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부동산의 용적률과 건폐율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대통령 사저와 관련된 문제가 얼마나 소모적인 논쟁인지를 알 수 있다.

현재 대통령의 사저(796평)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경호동(1,023평)이다. 대통령이 퇴임 이후 머물 사저 옆에는 경호동이 지어지는데, 이를 위해 사저 옆 농지를 매입해 대지로 전용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경호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저와 경호동을 같은 울타리 안에 두는데, 농지를 대지로 바꾸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저와 떨어진 곳에 경호 시설을 짓는 것은 오히려 경호 인력의 존재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유사시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하 이 대통령)과 그 가족, 박근혜 대통령(이하 박 대통령)은 도심 노른자 땅 위에 사저가 있다. 도시의 주거시설에 대한 용적률은 일반적으로 70%다. 이에 비해 양산의 용적률은 20%다 보니 같은 평수의 땅이어도 건물 크기가 상당히 제한된다. 그러다 보니 도시에서 짓는 크기의 건물과 동일한 크기의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3배 이상의 땅이 필요하다. 농촌 지역에서 도시 지역과 같은 크기의 경호동을 짓기 위해서는 더 많은 땅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 땅은 크기만 클 뿐 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비용도 적게 든다.

국회 제공 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경호부지매입비용은 40억 원, 박 대통령의 경호부지매입비용은 약 49억 원이 사용됐지만 문 대통령의 경호부지매입비용은 22억 원이다. 경호부지에 짓는 경호시설 축조 비용도 이 대통령의 경우 27억 원, 박 대통령은 18억 원, 문 대통령은 39.89억 원이 사용된다. 두 비용의 합산금액은 이 대통령 67억 원, 박 대통령 67.67억 원, 문 대통령 61.89억 원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각각 9.5억 원, 18.3억 원으로 27.8억 원을 사용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7.08억 원, 19.72억 원으로 26.8억 원을 사용했다. '아방궁'을 소유했다고 비판받은 노무현 대통령은 모두 합쳐 12.09억 원을 사용했다. 야당이 문 대통령의 금융 비용으로 또다른 ‘아방궁’ 논란을 만드려고 하지만, 이전 두 대통령들이 사용한 금액이 적지 않다.

사저와 관련해 색다른 이슈를 만든 것은 이 대통령이다. 그의 아들 이시형 씨가 사저부지매입에 관여해 시세차익을 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사용된 돈에 대해서도 모친에게 받았다고 알려졌다. 구입 당시 16~17억 원 정도 하던 해당 토지를 11.2억 원에 매입한 이시형 씨에게 경호처는 감정가 24~25억 원보다 높은 42.8억 원에 매입해서 특혜라는 세간의 비판을 받았었다. 사저 때문에 특검까지 갔던 이 사안의 주연인 이시형 씨는 무죄를 받았지만 조연인 김인종 경호처장과 김태환 경호처 특별보좌관은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며 마무리됐다.

이런 사실이 있음에도 언론계와 정치권은 ‘LH 사태’에 집중해야 할 노력을 엉뚱한 데 소모하며 오히려 LH를 돕고 있다. 좀스럽다기보다 부끄러움을 모른다. 국민은 불필요한 논쟁보다는 빙산의 일각으로 드러난 ‘LH 사태’의 본질을 원한다. 국민이 정치권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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