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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멘토] 알아서 굴려주는 퇴직연금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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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멘토] 알아서 굴려주는 퇴직연금에 대한 오해
  • 이봉무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05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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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자산운용에 관하여 기초값을 제공하기 위한 디폴트옵션
퇴직연금 사업자가 알아서 잘 굴려줄 것이라고 오해하면 안 돼...

[소비라이프/이봉무 칼럼니스트] 퇴직연금에 관한 디폴트옵션 도입에 관한 개정안이 국회에서 검토 보류로 결정되었다. 최근 여러 가지 이슈로 인해 검토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모습이다. 

퇴직연금제도는 과거 퇴직금제도를 대체하는 제도로서 2005년 도입 이후로 많은 기업이 채택하고 있다. 퇴직연금에는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 개인퇴직연금(IRP) 세 가지가 있는데, 위의 디폴트옵션 도입과 관련된 것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이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퇴직연금의 자산운용에 관하여 퇴직연금 가입자인 근로자가 책임을 지는 제도이고,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은 자산운용에 관한 결과책임을 사용자인 회사가 지는 제도이다. 개인퇴직연금제도인 IRP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이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과 별도로 개인적으로 가입하는 퇴직연금제도이다. 따라서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은 퇴직연금의 자산운용에 관하여 퇴직연금 사업자와 회사가 협의하여 정하게 되지만,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별도로 운용지시를 하여야 한다. 

퇴직연금 사업자란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가입한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의 금융회사를 의미한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퇴직연금 사업자가 1년에 한 번 이상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운용 결과를 설명하고 퇴직연금의 자산운용과 관련된 금융교육을 한 후 자산운용지시서를 개인별로 받아야 한다. 그러나 퇴직연금 가입자인 근로자나 회사가 위 과정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퇴직연금 사업자가 시간과 인력을 충분히 투입하지 못하여 근로자마다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운용지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2019년 기준으로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약 220조 중에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이 58조,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이 138조, 개인퇴직연금이 25조 수준인데, 과거보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과 개인퇴직연금의 적립금이 증가하고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의 적립금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은 대부분 은행이나 저축은행의 원리금보전형 상품으로 운용되어 왔기 때문에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감소하였고, 근로자에게 지급할 퇴직급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퇴직급여충당금을 회사가 부담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사업장이 증가하게 되었지만 근로자는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자산운용지시를 할 역량이 부족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디폴트옵션이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퇴직연금의 자산운용에 관하여 기초값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햄버거를 주문할 때 고기, 야채, 소스, 음료수 등의 종류를 각각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햄버거런치 A세트 또는 B세트 형태로 주문하는 것이다.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하여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자는 의견도 일리가 있고, 디폴트옵션으로 자동투자되면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미국 퇴직연금 401K의 경우에는 주로 타겟데이트펀드(TDF)를 디폴트옵션으로 활용하여 자산운용성과를 개선한 바 있다. 그러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자산운용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디폴트옵션만 이용하면 퇴직연금 사업자가 알아서 잘 굴려줄 것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의 도입이 신상품을 출시하는 금융회사의 마케팅 수준에 머물기보다는 근로자 스스로 퇴직연금의 자산관리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생활경제멘토 복숭아나무 이봉무
생활경제멘토 복숭아나무 이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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