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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북한에만 있는 문화재 지정번호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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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북한에만 있는 문화재 지정번호 없앤다
  • 배수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2.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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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서열화’ 인식 개선 위해 ‘관리번호’ 체계 전환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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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배수현 소비자기자] 문화재를 서열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온 지정번호제도가 개선된다.

지난 8일 문화재청은 2021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문화재가 서열화되고 있는 일부 인식을 개선하고자 관리번호로 운영하고, 비지정 문화재까지 포함한 보호 체계를 새롭게 마련하고자 정책추진체계를 고도화한다고 발표했다.

문화재청 공식 홈페이지에는 ‘문화재의 지정 가치는 저울질할 수 없다’, ‘지정번호는 사람으로 말하면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것이다’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문화재 지정번호는 문화재 ‘서열화’의 오해를 부르곤 했다. 번호의 의미를 중요도로 여겨 국보 1호를 훈민정음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문화재 서열화의 오해가 깊었던 것은 사실이다.

문화재의 지정번호를 없애고 새 번호체계를 만들자 했던 국민의 소리는 지난 2015년에도 불거진 바 있다. 2008년 숭례문이 화재로 인해 소실되면서 더 이상 ‘국보 1호’의 가치가 없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문화재청 공식청문회에선 대내외적 새로운 관리체계를 부여하거나 현행 지정번호를 외부에 표기하지 않고 내부관리용으로만 사용하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새로운 번호를 확립할 경우 문화재 종류, 유형, 소재지, 지정순서 순으로 코드를 만드는 방안이 제시됐다. 예를 들어 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당시 국보 제 5호)에는 ‘01(국보)03(유형)11(지역)0005(지정순서)’라는 번호를 붙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개선 방안이 코드 번호가 중복되거나 소장 지역에 따라 번호가 바뀌는 등 혼란의 여지로 인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며 정책 방향을 다시금 결정하고자 하는 결론이 나왔다.

우리나라 문화재 지정번호는 1933년부터 시작됐다. 조선총독부는 일본의 문화재법을 따라 조선에서 문화재 보존법령을 제정하고 보물,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을 지정하게 되면서 행정구역 편제에 따라 경기도, 충청북도, 충청남도 순서로 지정하게 했다. 당시 경성(지금의 서울)을 중심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순서로 지정번호를 매긴 것이다. 식민지에서 국보라는 말을 쓸 수 없다는 일본의 요구로 보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 1955년에 들어서서 보물을 국보로 바로 잡는 작업이 진행됐는데, 고유번호를 유지한 채 보물을 국보로 바꾸게 되며 지금의 문화재보호법(국보, 보물 2원 체계)이 자리 잡았다.

문화재청의 관리번호 체계 소식에 네티즌들은 “서열화의 의미가 아닌 걸 알아도 분리해서 생각하기 힘들었다”, “이 이슈를 통해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국보에 이름이 있는데 번호를 붙일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고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문화재 지정번호를 사용했던 국가는 우리나라와 북한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과 영국은 문화재 지정번호가 없고 내부 행정상 필요한 ID 번호, 코드화한 관리번호를 사용한다. 일본도 국보 지정 문서에는 호수를 표기하지만, 문화재 안내판이나 대외적인 부분에서는 번호를 사용하지 않는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국민의 입장에서 소통하고 국민불편을 해결함으로써 문화재가 이웃에 있어서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문화재 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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