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질풍노도] 학문의 요람에서 탈세의 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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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학문의 요람에서 탈세의 요람으로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0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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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는 국가의 소속이 아닌 법인소속
기재부의 반대에도 통과된 국세기본법 일부개정안으로 세금 면제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베리타스 룩스 메아(VERITAS LUX MEA, 진리는 나의 빛)’가 박힌 휘장을 보면 누구나 떠올리는 대학교가 있다. 독특한 구조의 철제문,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칭호를 가진 ‘서울대학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부분의 학자와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권력의 핵심인물 대부분이 이곳의 동문이다. 우리나라는 보수와 진보가 다투며 정권이 바뀌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 ‘서울대’라는 거대한 조직에 의해 지배받는다. 대한민국 내에서의 영향력은 보유한 학과만큼이나 넓다.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문화, 예술, 행정을 비롯한 전반이 사실상 그들이 만드는 법과 관습, 그들이 주도하는 여론, 그들이 부르짖는 이념으로 굴러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모두가 알지만 묵인하는 것은 수재들이 모인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대학교’였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을 모아 일하는 정부도 서울대학교가 발전하는데 많은 역량을 모아 지원을 했고 혜택도 남달랐다. 나라의 자부심이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럴까?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지금의 서울대학교는 국립대학교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는 1946년 8월 22일에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에 관한 법령’을 공포하며 시작했다. 광복과 함께 일제의 잔재인 ‘경성대학’ 이름을 버리고 정부 수립 전에 서울대학교로 바꾼 거다. 국민의 교육열과 국가의 지원 덕에 서울대학교는 최고 대학으로 우뚝 섰다. 그러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라는 법인이 2011년에 설립됐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가 운영하는 서울대학교가 되면서 억지가 시작됐다. 
 
지금의 서울대학교는 협의의 국립대학교가 아니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다. 국가의 소속이 아닌 법인소속이다. 이사회 체제로 운영되는 학교법인에 등록된 대학교다. 법인등록에 따라 교육과 연구에 관련이 없는 건물과 토지에 대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이에 수원시는 서울대에 2015년 36억 원의 지방세를 부과했고, 서울대는 세금을 납부했지만 납부한 세금이 억울했는지 조세 불복을 위해 행정법원으로 향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수원시와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이어진 법정 다툼에서 2019년 1월 법원은 수원시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이런 다툼이 수원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여러 지방캠퍼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대의 입장에서 국세청이나 서울시와의 협상으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 끝에 나온 서울대가 내린 결론은 동문을 동원하는 것이었다. 

막강한 서울대 인맥은 법을 만들고 수정하고 폐기하는 국회에도 있었다. 서울대 동문인 여야의 국회의원들과 동료들이 나섰다.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2019년 9월에 발의되었고 결국 상정되어 가결되었다. 
 
교육부의 통제를 벗어나 자율성을 보장받고자 시작된 서울대 법인화는 권리만 보장받고 의무는 다하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관련 부처인 기재부의 반대에도 통과된 국세기본법 일부개정안은 서울대만을 위한 특혜라고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법인화 이후 서울대가 납부한 세금은 44억 원이다. 이제 세금면제다. 국가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금융시스템인 조세의 틀마저 바꿔버린 국회. 서울대가 원래의 품격을 유지하려면 자신들의 진리(VERITAS) 추구만을 신경 쓸 게 아니라 모두를 위한 진실한 세금(VERI TAX)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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