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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정말 실효성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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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정말 실효성이 있을까?
  • 류예지 소비자기자
  • 승인 2020.04.02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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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비교되는 한국 재난지원 정책의 허점 드러나
지원 대상, 지급 시기 등 다방면으로 문제점 지적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소비라이프/류예지 소비자기자] 미국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코로나 관련 재난 지원금 정책 발표를 했다. 이에 미국과 한국 정부의 정책이 비교되면서, 정부가 피해에 직면한 국민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지급 기준과 대상이다. 미국의 지원금 지급 기준은 한 마디로 ‘연봉 9만 9천 달러 이하면 준다’이다. 미국 기준으로 연봉 10만 달러 이상은 부유층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은 자신이 기준에 해당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더불어 연봉이 7만 5천 달러를 넘으면 100달러당 5달러씩 지원금이 삭감되는 차등 지급 방식이다. 몇 달러의 연봉 차이로 누구는 지원금을 받고, 누구는 한 푼도 못 받는 불공평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반면 한국은 ‘소득 하위 70%’라는 모호한 기준을 설정했다. 여기에 자산까지 선정 기준에 포함되면서 국민과 정부 모두 지원금 수혜 여부를 쉽게 알 수 없다. 지급 기준에 자산이 포함되면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높은 서울 거주자들은 지급 대상에서 대거 탈락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커다란 타격을 입었더라도 집값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더불어 상위 30%에 속하리라 생각하는 국민들의 박탈감도 상당하다. 해당 국민들은 “전체 세금의 대부분을 상위 30%가 내는데, 우리는 전혀 주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소득 하위 70%는 무조건 100만 원을 지원하고, 상위 30%의 가구에는 전혀 지급되지 않는 지급 방식도 문제다. 이에 따라 하위 70%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이 상위 30%에 간신히 들어가는 가구보다 많아지는 ‘소득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지급 시기에 관해서도 말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4월 중 통장에 지원금을 넣어줄 계획이다. 지원 기준이 확실해 지난해 연말 정산 자료를 활용해 빠른 행정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재산 반영 기준은 무엇인지, 하위 70%는 어떻게 추려낼 것인지 기본적인 기준조차 없다. 복지부는 “대상자 선별을 위해 국세청을 비롯한 정부 내부 자료만으로 기준을 정한다 해도 두 달은 걸린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의 재난지원금은 일러야 6월 중 지급이 유력하다. 지원금 지급을 발표하고 실제 지급까지 석 달이 넘게 걸린다는 것이다.

지급 시기가 늦어지면서 정작 코로나19로 받은 피해를 지원한다는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 하루가 시급한 취약 계층은 당장 사용할 돈이 필요한데, 3개월이 지나서야 피해 지원이 시작되면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제 때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지급 기준을 단순화해, 지급 시기를 당겨야 한다.

지원금 사용처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미국의 경우 지원금을 현금 또는 수표로 지급한다. 이는 통장에 묵힐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각종 이자나 월세 등 당장 써야 하는 돈이 있는 사람에게 급전을 제공하는 게 먼저라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온라인 쇼핑이 주목받는 지금, 미국의 지원 방식은 온라인 쇼핑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지역 상품권이나 전자화폐 등을 통해 지원금을 지급한다. 지역 상품권은 계약을 맺은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전자화폐 역시 소비자가 가장 필요한 대형마트에서는 사용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상품권의 경우 대부분의 사용처가 오프라인이라 지원금 사용을 위해 외부 활동이 불가피하다. 이는 정부가 주도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과도 반대된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외부 활동을 부추기고, 새로운 감염이 다시 증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고용 불안정에서 오는 경제적 피해, 특정 산업과 중소기업의 축소 및 부도 위험성,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우울감 호소 등 외부와 내부 모두 병들고 있다. 이런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정부의 지원 대책이 선거를 위한 정책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런 부분 또한 유념해서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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