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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전력난 겪는 중국...세계 경제도 혼란에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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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전력난 겪는 중국...세계 경제도 혼란에 빠지나
  • 최유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10.11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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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문닫은 공장들과 여전히 부족한 석탄
에너지 가격까지 올라가 진정될 기미 안보여

[소비라이프/최유진 소비자기자] 중국이 최악의 전력난을 겪는 중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나흘 연속 전력 부족경보가 발령된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는 정전으로 도로의 신호등이 꺼져 도로 전체가 마비됐다. 가게들은 예고 없는 정전에 촛불을 켜고 영업했고 전기가 끊겨 엘레베이터에 갇혔다는 신고도 잇따랐다.

이런 상황에 중국의 31개 성과 직할시 중 20여 곳은 지난달 중순부터 산업용 전기를 중심으로 제한 송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국내 총생산은 중국 전체의 66%에 해당한다. 처음에는 에너지 소비가 특히 많은 일부 산업을 대상으로 했지만 섬유, 제지, 식품, 전자 등 거의 모든 산업으로 확대되면서 ‘전기 배급’이라고도 불린다.

하반기에 들며 원자재 가격 급등,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반도체 품귀, 헝다 파산사태 등 각종 위기 요인에 전력난까지 이어지며 올해 중국의 경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2%에서 7.8%로 하향 조정했고, 일본 노무라 증권도 7.7%로 낮췄다.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긴급 공급망 전검에 들어갔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공장이 멈추면서 중국의 전력난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긴급 공급망 전검에 들어갔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공장이 멈추면서 중국의 전력난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세계 최대 수출국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의 전력대란 사태가 세계의 경제에도 혼란을 줄 것을 우려한다. 중국의 공장이 멈추면 이를 받아 생산하는 완제품의 가격이 오르고, 이것이 세계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식품, 제지, 양모 산업은 이미 위기를 맞았다. 제지 산업의 경우 이번 사태로 인해 9월과 10월의 공급량이 15%까지 또 줄어들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유엔의 세계 식량 가격지수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양모산업의 생산량은 최대 40%까지 줄었다.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은 주로 한국을 통해 부품과 소재를 공급받고 이를 가공해 선진국으로 수출하는데, 현지 전력난이 지속되며 공장의 정상가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 제조 주요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긴급 공급망 점검에 돌입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운영하는 생산시설이 있는 중국 장쑤성에 위치해있는 기업들의 설비 가동률이 평균 70%까지 떨어지자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이폰13 시리즈의 대기가 길어지는 부분에서다. 국내보다 앞서 아이폰13시리즈 사전예약에 돌입한 미국에서도 일부 모델은 최소 한 달은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으며 한국 역시 일부 모델의 재고가 소진돼 사전예약한 제품도 제 기간에 받을 수 없다. 중국에서 아이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과 스피커를 만드는 공장의 생산률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력난의 원인은 중국의 탄소 저감 정책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탄소량을 줄이기 위해 지방별로 에너지 소비량을 제한했는데, 목표치를 넘는 전력 생산에 대해 중앙 정부가 해당 지역의 발전소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인은 틀어진 중국과 호주와의 관계 때문에 발전에 필요한 석탄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중국 전력 생산의 70%는 화력발전으로 이루어지고, 이때 이용하는 석탄의 대부분을 호주에서 수입하는데, 호주가 코로나19 발원지로 중국을 의심하며 국제적 조사를 요구하자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을 즉각 중단했다.

현재 중국은 항구에 있던 호주산 석탄을 풀고 있고, 발전용 석탄 생산과 외국산 석탄 수입을 대폭 늘리고 있다. 하지만 겨울철이 다가오며 에너지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데,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빠른 시일 내로 해결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유럽은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인도는 석탄 부족으로 중국과 같은 상황에 빠졌다.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질지, 스테그플레이션으로 국면이 전환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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