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여가소비] 한밤의 궁궐 산책
상태바
[여가소비] 한밤의 궁궐 산책
  • 이소라 기자
  • 승인 2021.06.04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 옛 궁궐에서 봄의 정취를 느껴보자.

[소비라이프/이소라 기자]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방지하고자 진행되지 않았던 궁궐 야간 관람이 4월부터 진행된다.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 옛 궁궐에서 봄의 정취를 느껴보자.

법궁의 위엄 경복궁
북으로는 북악산, 남쪽으로는 청계천 물길을 품은 완벽한 배산임수 지형에 자리 잡은 경복궁은 ‘하늘이 내린 큰 복’이란 뜻을 품고 있다.

1395년 태조 이성계가 창건했고 1592년 임진왜란으로 불타 없어졌다가, 고종 때인 1867년 중건됐다. 흥선대원군이 주도한 중건된 경복궁은 500여 동의 건물들이 미로같이 빼곡히 들어선 웅장한 모습을 자랑했다.

궁궐 안에는 왕과 관리들의 정무 시설, 왕족들의 생활공간, 휴식을 위한 후원 공간이 조성됐다. 또한 왕비의 중궁, 세자의 동궁, 고종이 만든 건청궁 등 궁궐 안에 다시 여러 작은 궁들이 복잡하게 모인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거의 대부분의 건물들을 철거되면서 근정전 등 극히 일부 중심 건물만 남았고, 조선 총독부 청사를 지어 궁궐 자체를 가려버렸다. 다행히 1990년부터 본격적인 복원 사업이 추진되어 총독부 건물을 철거하고 흥례문 일원을 복원했으며 왕과 왕비의 침전, 동궁, 건청궁, 태원전 일원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경복궁은 매년 야간관람이 진행되며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될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4월부터 시작된 올해 경복궁 야간 관람은 5월 31일까지 이어진다.

관람시간은 요일에 따라 7시부터 9시 30분 혹은 10시까지다. 관람료는 주간과 동일하게 3,000원이다. 야간 관람은 경회루까지 가능하다.

현장발권 대상은 만 65세 이상 어르신과 외국인으로, 관람 당일 경복궁 광화문 매표소에서 관람권을 구매하여 입장할 수 있으며, 사전예매와 현장발권 모두 1인당 최대 4매까지 구매할 수 있다.

국가유공자 본인 및 배우자, 중증장애인 본인과 동반 1인, 경증장애인 본인, 국가유족증 소지자 본인, 만 6세 이하 영·유아, 한복 착용자는 사전예매 혹은 현장발권 없이 무료입장할 수 있다.

자연 속으로 파고든 궁궐, 창덕궁
경복궁이 정궁이었지만 왕들은 창덕궁을 더 선호했다고 알려졌다. 아마도 창덕궁이 품은 아름다운 후원 덕분 아니었을까 싶다. 창덕궁 후원은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린 왕실의 휴식처로 사랑받아왔다.

임진왜란 당시 한양의 궁궐들이 모두 불타면서 경복궁은 터가 불길하다는 이유로 재건되지 않고 광해(1610년) 때 창덕궁이 먼저 재건된다. 창덕궁은 경복궁이 재건될 때까지 270여 년 동안 법궁으로 사용됐다.

현존하는 조선의 궁궐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창덕궁은 자연과의 조화까지 더해져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됐다. 

창덕궁은 크게 후원과 후원 외의 공간으로 나뉜다. 일단 창덕궁의 정문이자 현존하는 궁궐 중 가장 오래된 정문인 돈화문으로 들어서면 임금의 공식 행사를 거행하던 인정전, 임금의 집무실 선정전을 지나 왕비의 생활공간이 대조전과 세자의 교육공간이던 동궁과 닿는다.

이를 지나면 후원 입구다. 이와 나란히 자리한 함양문을 지나면 창경궁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더 내려가면 현종과 경빈 김씨의 애틋한 사랑을 품은 낙선재가 나온다. 왕의 비밀정원 같은 후원의 아름다운 연못 부용지와 부용정, 애련지와 옥류천도 놓치면 안 되는 장소다.

창덕궁은 매년 봄과 가을 ‘달빛기행’을 진행한다. 2009년 처음 시작한 이래 해마다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고궁 활용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다. 달빛기행은 회당 선착순으로 100명의 인원 제한을두며, 참가비는 3만 원이다. 1인 최대 2매 예매 가능하다.

구한말 격동의 역사를 품은 덕수궁
낮에도 아름다운 궁이지만, 밤에 가면 더 새롭고 빛나는 덕수궁은 고종의 거처로 활용되던 곳이다. 전통 건축물과 서양식 건물이 어우러진 덕수궁은 산책하기에도 제격이다.

대한제국의 정궁이었던 덕수궁은 원래 성종의 형 월산대군 후손의 집이었다. 후에 선조가 임진왜란 때 행궁으로 사용했고 이후 1611년, 광해군이 정릉동 행궁으로 불리던 이곳에 ‘경운궁’이라는 정식 궁호를 내렸다. 전성기 때에는 지금의 3배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했다. 그러다 고종 황제가 물러나면서 경운궁은 선황제의 거처로 위상이 달라졌고 이름도 덕수궁으로 바뀐다. 이후 궐내각사 일부와 환구단이 철거됐고 그 위상 또한 사라졌다.

고종 승하 후 일제의 만행은 더 집요해진다. 선원전과 증명전 일대를 매각해 궁역 자체가 줄어들었고 이후에는 아예 공원으로 조성해 일반에 공개했다. 덕수궁 일대에는 이 땅의 근현대 격동기가 구석구석 스며 있다.

창경궁과 마찬가지로 덕수궁도 매일 야간 관람이 가능하며 무료 해설이 진행된다(중단 상태). 
덕수궁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여름 밤 가장 방문하고 싶은 서울의 궁으로 뽑히기도 했다. 특히 1910년에 완성된 대한제국의 대표적인 서양식 건물 ‘석조전’은 야간에 더 빛을 발한다. 

문화재청에서는 1930년대 이후에 여러 용도의 건물로 사용되면서 원형이 많이 훼손됐던 석조전을 원형대로 복원하여 대한제국의 역사적 의미를 되찾고 국민들에게 돌려주고자 2014년 10월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으로 개관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