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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소비] 친환경 위장술 ‘그린워싱’에 속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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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소비] 친환경 위장술 ‘그린워싱’에 속지 말자!
  • 이소라 기자
  • 승인 2021.06.04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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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환경주의)’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

[소비라이프/이소라 기자] 기다란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꽂힌 바다거북. 사람이 그 빨대를 끄집어내자 피가 나오기 시작한다. 약 10분여의 사투 끝에 빠진 빨대 길이는 12cm. 2016년 바다거북이 플라스틱 빨대로 고통 받는 영상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일회용컵 제로화 선언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일회용컵 전면 사용중단 등을 포함 2025년까지의 지속가능성 중장기 전략인 ‘Better Together: 가치있는 같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캠페인은 30% 탄소 감축이 목표인 ‘플래닛(Planet)’과 30% 채용 확대가 골자인 ‘피플(People)’ 등을 양대 축으로 ▲일회용품 절감 ▲식물 기반 제품 및 지역상생제품 확대 ▲친환경 매장 확대 및 물류시스템 구축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가치 확산 등 5가지 세부 과제가 진행된다.

특히 스타벅스 전국 매장에서 일회용컵 대신 리유저블(Reusable)컵 사용을 점진 도입해 2025년도 일회용컵 사용률 0%에 도전한다는 내용은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스타벅스는 올 하반기 중 시범 매장을 선정하고 리유저블컵을 도입해 운영한다. 시범 매장에서는 일회용컵 대신 일정 금액의 보증금이 있는 리유저블컵을 고객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또한 시범 매장 운영을 통해 보완점을 개선하고 2025년에는 전국의 스타벅스 매장으로까지 리유저블컵 사용을 확대, 일회용컵 사용을 전면 중단한다는 목표다.

이전에도 스타벅스는 일회용품 사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8년부터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전국 매장에 종이 빨대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여러 커피 전문점에 종이 빨대 상용화를 안착시킨 공로도 있다.

스타벅스는 이를 통해 연간 126t에 달하는 1억 8,000만 개 이상의 플라스틱 빨대를 절감하고 있다. 빨대 없이 사용하는 리드(뚜껑)도 함께 도입해 일회용 빨대 사용량을 연간 40% 이상 감축시켰다

이 같은 스타벅스의 정책에 대해 소비자들은 다양한 관점을 내놓고 있다. 텀블러가 무거워서 잘 가지고 다니지 않기에 리유저블컵에 대해 반기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해당 이벤트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스타벅스에서는 계절, 기념일 등에 머그잔·텀블러·식기·가방 등을 한정적으로 출시한다. 굿즈라 불리는 이 엠디(MD·특별기획) 상품 대부분이 플라스틱을 사용하기에, 스타벅스가 내세우는 ‘환경보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머그잔과 텀블러는 여러 번 쓸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지만 여러 번 쓸 수 있다고 해서 ‘친환경 제품’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더구나 스타벅스는 충성 고객들의 수집 욕구를 노려 공격적으로 한정판 상품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스타벅스의 ‘Better Together: 가치있는 같이’ 프로젝트에 MD와 관련한 계획이 빠졌다고 지적한다. 한 달에만 수십 종에 이르는 굿즈들이 나오면서 스타벅스는 굿즈 대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난해엔 굿즈 구매를 위해 마시지도 않을 음료를 수십 잔 산 뒤 사라진 소비자도 있었고, 올해 초엔 줄을 선 소비자끼리 싸우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한정판 굿즈 공급은 친환경을 내세우는 스타벅스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남긴다. 국내 한정판 굿즈의 기획 및 제작도, 친환경 전략 수립도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경영 결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는 “스타벅스가 진정으로 환경을 생각한다면 빨대 없애기 말고 엠디를 축소해. 하지만 그건 돈 되니까 안 하겠지”라는 글이 4천여 건 넘게 공유됐다. 허승은 녹색연합 팀장도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우리 제품을 사지 말고, 물려 입고 고쳐 써라’는 메시지를 내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진정성을 느끼는 것”이라며 “스타벅스는 소비자에게 텀블러를 하나 사서 오래 쓰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굿즈를 수집하도록 하는 마케팅에 치우쳐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 기만하는 ‘그린워싱’
스타벅스의 이런 행보는 ‘그린워싱’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환경주의)’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로 기업이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축소시키고 재활용 등의 일부 과정만을 부각해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을 이른다.

지난 4월 초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이니스프리의 스킨케어 제품 중 ‘페이퍼 보틀 리미티드 에디션(종이병 한정판)’이 그린워싱 논란을 일으켰다. 기업들의 친환경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제조·판매 과정이 명확히 알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소비자는 “지난해 여름 이니스프리에서 샀던 ‘종이 보틀’ 세럼을 갈라봤더니 플라스틱 병이 들어 있었다”라며 “패키지에는 ‘나 종이 보틀이야’라고 쓰여 있는 데다 친환경패키지 신제품이라고 해서 선택했는데 이렇게 사기성 짙은 제품인 줄 알았다면 안 샀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니스프리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제품 제조와 판매 전 과정에서 고객 기대에 부합하는 친환경 브랜드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지만 고객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기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장은 “해당 제품은 겉에 있는 플라스틱 포장지를 종이로 바꿔 안쪽 플라스틱 병을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바꾼 제품이지만, 일반 소비자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니 당연히 종이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은 기업이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노력이 아직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있지 못함을 의미한다. 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잘 파악해야 한다. 이는 비단 스타벅스나 이니스프리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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