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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정보 프로그램의 간접 광고, 경각심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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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정보 프로그램의 간접 광고, 경각심이 필요해
  • 이은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3.09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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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좋다는 이 식품, 알고 보니 옆 채널에서 홈쇼핑 광고 중
광고 사실 명시했지만 소비자들 인지하기 어려워

[소비라이프/이은비 소비자기자] 저녁 시간대에 방영하는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 맛집 정보와 더불어 건강 관련 유익한 정보 등을 담고 있다. 그런데 저녁 정보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건강 정보들이 알고 보니 제품 광고를 위한 내용이었다.

가족과의 식사 시간, TV를 튼 채 식사를 하는 가정이라면 저녁 정보 프로그램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지상파 채널의 저녁 정보 프로그램을 틀자 한 트로트 가수 A 씨의 일상이 나온다. 건강을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는 A 씨. 과거 갱년기와 극심한 불면증으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증상을 극복하기 위해 기울였던 민간요법들과 함께 꾸준히 섭취하고 있다는 타트체리 주스가 소개된다. 바로 그때, 다른 홈쇼핑 방송으로 채널을 돌리니 때마침 타트체리 주스를 판매하고 있다.

다른 지상파 채널도 마찬가지다. 운동과 산책을 즐기는 주부 B 씨의 사연이 나온다. 건강해 보이는 그녀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과거 협심증으로 수술까지 받았다는 B 씨. 그 후로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된 그녀가 꾸준한 운동과 함께 신경 쓰고 있다는 건강 식단을 소개한다. 호두와 멸치, 고등어로 이뤄진 식단에는 오메가3가 풍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그 뒤 전문가가 나와 오메가3의 효능과 섭취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한다. 오메가3의 중성지방 분해 실험을 진행하고, 논문 연구 결과를 인용해 그 효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나온다. 동시간대 홈쇼핑 채널을 보니 역시 오메가3 캡슐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관찰 결과, 지상파 저녁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매일같이 동시간대 홈쇼핑 판매 제품과 관련한 건강 정보 코너를 방송하고 있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년 여성을 타깃으로 해 새싹보리, 씨서스, 크릴 오일과 같은 건강식품들이 주로 소개됐다. 시청자들을 위해 생활 속 건강 정보를 알려주는 코너라고 알고 있었지만, 사실 간접 광고였다.

시청자들은 이 같은 간접 광고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을까? 건강 정보 코너를 시청하다 보면 “본 프로그램은 일부 협찬을 받아 제작하였습니다” 혹은 “출연자 개인의 의견입니다”와 같은 안내 멘트가 자막으로 약 3초간 2~4번 등장한다. 최소한의 안내가 이뤄지고 있지만, 저녁 식사를 하며 시청하는 저녁 정보 프로그램의 특성상 잠깐 지나가는 자막에 주의를 기울이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본 기자가 저녁 정보 프로그램을 주의 깊게 시청하고 난 결과 광고 안내 자막이 몇 초간만 표기됐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해당 코너에는 광고 제품에 대한 정보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건강 증상에 대한 전문가의 소견이나 운동법이 자연스럽게 같이 소개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광고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

매체들은 광고 사실을 명시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교묘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해 올바른 선택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나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저녁 시간대 지상파 방송에서 해당 내용이 지속적으로 송출된다면, 소비자들은 광고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로 무방비하게 노출되기 쉽다. 넘쳐나는 간접 광고 사이에서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좀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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