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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달러 시대의 달러보험, 믿을 만한 안전자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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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달러 시대의 달러보험, 믿을 만한 안전자산인가
  • 김도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2.02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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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보험에 자산 배분하여 위험 분산하려는 수요 급증
환율 변동에 따른 환손실 가능성 인지하고 투자해야

[소비라이프/김도완 소비자기자] 지난달 27일 보험업계는 지난해 대표적 외화보험인 달러보험의 매출이 1조 3,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4배가량 높은 실적이다. 이같은 달러보험의 인기가 최근 이어진 달러 약세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 당국은 소비자들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고려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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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보험은 보험료와 보험금, 해약환급금 등 요금을 지불하고 금전을 수수하는 과정 일체가 외화로 이뤄지는 보험 상품을 지칭한다. 가입자가 외화로 보험료를 납입하면 보험사가 이를 모아 주로 해외 채권 중심으로 투자 및 운용하고, 만기에 자금을 자국 통화(국내 상품의 경우 원화)로 환전하여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형식이다.

국내에서는 달러 상품의 인기가 가장 높은데, 이는 달러보험이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에 더해 최근 이어진 약달러 국면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달러보험 가입자는 글로벌 기축통화이자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에 돈을 투자하게 되고, 이를 통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또한 달러 가치가 낮은 저환율 국면에서 보험료를 지급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돈만 지불해도 되는 상품 구조 특성상, 최근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달러 가치 하락이 보험료 지급 부담을 줄이면서 달러보험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생명보험산업의 성장 여력이 정체된 상황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보험사의 수요와 달러 약세, 저금리 상황에서 자산을 다양화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만나면서 외화보험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생명보험협회는 지난해 외화보험 신계약 건수가 연간 기준으로 10만 건에 육박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2018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한편 달러보험에 대한 뜨거운 열기 이면에 존재하는 위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달러보험이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무조건 보장하는 환테크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품 만기가 되어 보험금을 돌려받을 때, 달러 환율이 하락한 상태라면 보험가입자가 돌려받는 보험금은 환율 하락분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차손의 위험은 한국보다 앞서 외화보험 시장이 발달했던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2016년 일본에서는 은행들이 대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면서 외화보험이 투자 대안으로 인기를 끈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환율이 하락하면서 환손실을 입은 소비자들이 많아졌고 관련 민원 횟수가 폭등했다.

불완전판매의 문제도 해결과제 중 하나이다. 복잡한 보험 상품 내용을 소비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하여 일부 설계사들이 '환차익' 부분만 부각하고 손실 가능성은 생략하여 소비자들을 속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금융 당국이 지난해 10월 말에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고이율과 환차익만 강조하여 판매 실적을 올리는 보험사의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외화보험에 대한 제도나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앞서 일본은 외화보험 가입 시 고령 가입자에 대한 친족의 동석을 원칙으로 하고 위험상품에 대한 투자 경험을 고려하여 상품투자를 할 수 있도록 가입 절차를 개선한 바 있다. 또한 외화보험 판매 자격 시험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이런 의견이 상품 판매 현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주장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마치 고령자와 같이 상품 내용이나 위험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사가 사기를 친다는 식의 인식이 억울하다는 것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1~3분기 판매 통계를 살펴보면 65세 이상 고령층 가입자는 2% 수준에 불과하고, 절반이 넘는 가입자가 3040으로 집계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보험업계는 대다수 고객이 환차손의 위험에 대해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자산 다양화를 위해 외화보험을 선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화보험의 규제를 두고 한동안 금융 당국과 보험업계의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화보험 피해로 민원을 제기한 소비자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적어도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금융소비자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 당국과 보험업계의 신속한 합의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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