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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대 로스쿨, 온라인으로 로스쿨 다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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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대 로스쿨, 온라인으로 로스쿨 다니게 될까?
  • 권유정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1.2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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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학비’에 진입 장벽 높은 로스쿨... 방통대 로스쿨로 직장인·중산층 이하 입학 유도
호의적인 여론과 달리 법조계는 강력히 반대... 온라인 강의 한계 지적
방통대의 온라인 수업, 변호사 시험 응시 인원 증가 문제 있어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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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권유정 소비자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통대)에 로스쿨을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기존 사립 로스쿨이 비싼 학비로 인해 ‘현대판 음서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가운데 방통대 로스쿨에 대한 공정성과 실효성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국립 방송 통신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직장인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도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방통대에 로스쿨을 설치하는 내용이다. 방통대 로스쿨 도입의 배경에는 사립 로스쿨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데 있다. 사립 로스쿨에 입학하려면 대학을 졸업해야 하고, 한 학기에 천만 원에 가까운 등록금을 내야 하며, 법학적성시험도 치러야 한다. 이에 부모가 부자인 사람만 로스쿨에 갈 수 있다며 ‘현대판 음서제’라는 별칭도 생겼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한국장학재단이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의대·로스쿨 신입생 소득분위별 국가장학금 신청 현황’에 따르면,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신입생의 51.4%가 소득분위 9·10분위의 고소득층 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학교 로스쿨에서는 58.3%가 고소득층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스쿨에는 장학금 제도가 있다. 현재 로스쿨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소득분위 1~3분위의 학생에게는 등록금 전액을, 4~6분위 학생에게는 등록금의 70~90% 정도를 지원한다. 그런데도 30~40대 이상의 직장인들이 로스쿨에 진입하기란 쉽지 않다.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해결해도 3년간 직장에 다니며 벌 수 있는 돈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 부양 의무가 있는 직장인들이 3년 동안 경제 활동을 멈추고 공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러한 문제로 본래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로스쿨을 통해 법조인으로 키우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로스쿨 신입생 다수는 대학 학부를 갓 졸업한 학생들이다.

그러나 방통대 로스쿨이 무조건 핑크빛만인 것은 아니다. 온라인으로만 수업이 진행되는 방통대 특성상 기존 로스쿨처럼 심도 있는 법률 교육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법률저널은 사설을 내며 "방송대 로스쿨 입학생 중 과연 변호사 자격을 얻을 사람은 얼마나 될까? 현재 인적·물적 시스템이 갖춰진 로스쿨에서조차 충분한 실무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마당에 온라인 수업으로 질적·양적으로 충분한 실무교육이 가능할까? 방통대 로스쿨은 기회의 폭을 넓힌다는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로스쿨 낭인을 양산하고 사교육의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라며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또한, 방통대에 로스쿨을 설치하면 변호사 시험 응시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현재 전국 25개 로스쿨의 입학 정원은 2천 명이다.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는 매년 법무부가 변호사 수급 상황, 기존의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 등을 고려해 1,500∼1,700명 정도로 설정한다. 합격자 수가 고정돼있어 시험 합격률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시험에 떨어지는 인원은 결국 방통대 로스쿨 출신의 응시자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온라인 수업이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할 만큼의 법률 이해도를 갖추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에 방통대 로스쿨이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에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법조계는 방통대 로스쿨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는 방통대 로스쿨법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5명 또한 모두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법조계와는 달리 여론은 호의적인 편이다. 방통대가 2018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4%가 방통대 로스쿨 설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과 법조계의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될지 관심이 기울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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