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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매년 오르는 실손 보험료... 가입자들 “경제적 부담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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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매년 오르는 실손 보험료... 가입자들 “경제적 부담 느껴”
  • 배찬우 소비자기자
  • 승인 2021.12.31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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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인상률 15% 전후로 결정될 전망
과잉진료, 의료쇼핑 등 누적돼 온 문제
보험료만 올리면 끝? 보험사 비판 거세

[소비라이프/배찬우 소비자기자] 국민 3500여 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 보험료가 2022년 최대 2배 오를 전망이다. 문제를 방치한 채 보험료만 올리려는 보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 인상률 발표를 앞두고 실손보험 가입자 대부분은 이번 인상에 대해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7일 금융위원회는 내년 1·2세대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15% 수준으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험업계에 제시했다.

보험업계는 누적 적자와 손해율을 이유로 최대 인상폭인 25%에 준하는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으나 금융당국은 서민의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보험업계가 제시한 인상폭의 60% 수준인 15% 정도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있다. 

이번 인상 여파가 큰 것은 3~5년치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데다 연령 증가에 따른 상승분(1세당 3~5%포인트)도 추가되기 때문이다.

적정 인상률로 제시되고 있는 평균 인상률 15%는 연령 상승에 따른 인상률을 제외한 것으로 3∼5년 주기 갱신이 도래한 가입자는 연령 인상분까지 고려하면 인상률이 50%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3세대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약 9%로 알려졌다. 이는 안정화 할인 특약을 종료해 달라는 보험 업계의 건의를 수용한 결과다. 안정화 할인 특약은 지난해 1·2세대 보험료를 10%가량 올리는 대신 3세대 보험료를 1년간 할인한 제도다. 

원칙적으로 보험료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지만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경우 가입자가 많아 금융위 의견이 반영된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가 제시한 1세대 실손(구 실손·2009년 9월까지 판매)과 2세대 실손(2017년 3월까지 판매) 보험료 평균 15% 인상, 3세대 실손(신 실손·2017년 4월부터 판매) 평균 8.9% 인상을 두고 막판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1000만원 받아 1407만원 썼다는데
가입자 62%는 한 푼도 청구 안해

보험업계가 추산한 올해 실손보험 손실액은 3조 5000억원 정도다. 1세대 실손보험은 올해 손해율이 3분기까지 140.7%에 이른다. 다시 말해 보험료 1000만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407만원을 지급했다는 뜻이다. 

실손보험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이유는 소수 가입자의 의료 쇼핑과 병원의 과잉진료 때문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의 62.4%인 2181만명이 보험금을 한 푼도 청구하지 않은 데 비해 전체 가입자의 2.2%인 76만명이 각 1000만원이 넘는 보험금을 탔다. 

이런 현상은 실손보험 청구자들이 백내장, 도수치료 등 비싼 비급여 치료를 받아서다. 지난해 252차례 병원에 가서 7419만원의 보험금을 받은 30세 가입자의 사례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백내장이나 갑상선 수술 등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도 문제로 거론된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를 인상해도 내년에 수조원의 적자가 발생하리라 보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손보험 위험손해율(131%)은 3년 전(122.4%)보다 9% 포인트가량 올랐다. 보험연구원은 내년 실손 보험료를 13% 인상해도 적자가 3조 9000억원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는 이번 인상안을 두고 매년 손해를 가입자에게만 돌리는 보험사의 행태를 지적했다. “실손보험료 손해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과다한 사업비 사용, 과잉진료 등 보험금 누수인데 보험사가 이 같은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단지 불투명한 ‘손해율’을 근거로 보험료를 인상해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전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240명 중 222명 “실손 보험료 부담 돼”

이와 관련해 가입자들은 실손보험료 인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실손보험 가입자 240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월 14일부터 12월 26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실손보험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지 물었다. 나아가 적절한 인상률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인원 중 240명 중 222명이 실손보험 인상에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또 적절한 실손보험 인상률로는 83.3%가 ‘인상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고, 9.6%가 ‘5% 범위 내 인상이 적절하다’고 답해 보험료를 바라보는 시각 차가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240명 중 222명이 실손 보험료 인상에 대해 부담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 사진=배찬우 소비자기자
설문조사에 참여한 240명 중 222명이 실손 보험료 인상에 대해 부담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배찬우 소비자기자
실손보험료 인상 비율에 대한 의견에서는 대다수가 인상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 사진=배찬우 소비자기자
실손보험료 인상 비율에 대한 의견에서는 대다수가 인상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배찬우 소비자기자

실손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 가중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매년 반복되는 실손보험료 인상과 관련해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의 보험금 지급 기준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과잉 의료 행위로 인해 보험료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자동차 보험 개선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 도입한 4세대 실손보험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손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온라인 계약 전환 제도 등의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두고 금융감독원과 정부, 보험업계 간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인상률 발표는 올해를 넘겨 내년 초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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