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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부터 줄줄이... 대출 절벽 시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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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부터 줄줄이... 대출 절벽 시대 오나
  • 이주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8.2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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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계 빚 1700조 돌파에 대출 규제 칼 빼 들어
‘끊어진 내 집 마련 사다리’에 한탄하는 서민들
이달 24일부터 오는 11월 말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단을 선언한 NH 농협은행. 시중은행 대출 중단 도미노의 시작이었다. 사진 = NH 농협은행
이달 24일부터 오는 11월 말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단을 선언한 NH 농협은행. 시중은행 대출 중단 도미노의 시작이다. 사진=NH 농협은행

[소비라이프/이주현 소비자기자] 지난 20일 NH 농협은행은 이달 24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 경우는 사상 최초다. 충격도 잠시, NH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이 줄줄이 대출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해 우려를 낳고 있다.  

NH 농협은행 이후 우리은행도 신규 전세자금 대출 서비스를 다음 달 말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출 승인을 받은 사람이 서비스를 취소할 경우에만 해당 금액 만큼 신규 대출이 가능하다. SC제일은행은 부동산담보 대출 상품 ‘퍼스트홈론’ 중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상품을 지난 18일부터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상품 우대금리 역시 0.2~0.3% 포인트 낮춘다. 청년 대출의 희망이었던 카카오뱅크마저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진행 중이다. 

영끌, 빚투 열풍에 지난 1분기 가계 빚은 사상 최초로 1,700조를 넘었다. 금융권은 이로 인한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연쇄 대출 중단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 예상한다. 사진 = 한국은행
영끌, 빚투 열풍에 지난 1분기 가계 빚은 사상 최초로 1700조를 넘었다. 금융권은 이로 인한 정부 압박으로 인해 연쇄 대출 중단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 설명했다. 자료=한국은행

시중은행 연쇄 대출 중단 사태에 내 집 마련을 목전에 두었던 가계는 혼란에 빠졌다. 11월 초 결혼을 앞둔 직장인 A 씨는 거주 중인 집을 팔고 대출이 가능한 금액에 맞춰 더 큰 평수의 아파트를 계약했다. 그러나 대출이 중단되며 현실적으로 이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A 씨는 “잔금일에 맞춰 진행하려 한 대출이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 몰랐다”며 “이미 원래 살던 집은 계약이 체결돼 그곳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계약을 취소하면 이중으로 계약금을 배상해야 하는데 막막할 뿐”이라고 밝혔다. 

청년들의 반발 역시 거세다.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대출까지 막아버리면 내 집 마련 실현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다음 달 전세자금을 대출받으려 한 B 씨는 “전세자금 대출은 투기를 위함이 아닌데, 왜 이렇게 강력하게 규제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예상하지 못한 것이냐”고 토로했다. 

금융 당국은 대출이 가능한 다른 시중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우려 중이다. 이 경우 다른 시중은행도 대출 중단을 선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NH 농협은행과 같이 대출 상한선을 넘긴 시중은행이 여럿 있어 우려가 현실화가 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밝혔다.

금융권은 오는 26일에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표될 기준금리 조정 여부에 주목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약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 금리 역시 오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현재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강도 가계부채 대책은 결국 9월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중 대부분의 은행이 대출 금리를 인상하거나 한도를 줄이는 ‘대출 옥죄기’에 돌입해 대출 절벽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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