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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의 '가짜' 친환경 마케팅? 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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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의 '가짜' 친환경 마케팅? 속사정은...
  • 양현희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4.27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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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이 용기야' 문구, 과장 홍보 의혹 불러
ESG 경영, 올바른 방향은?

[소비라이프/양현희 소비자기자] 지난해 6월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 이니스프리에서 출시한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 보틀'이 친환경 위장술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일 페이스북 ‘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 페이지에 소비자 A 씨는 해당 제품을 구매한 후 그린워싱 의혹을 제기한 글을 게시했다. A 씨는 “이니스프리가 ‘플라스틱 최소화 종이 보틀'을 내세우며 적극 판촉을 하기에 이 제품을 샀다"며 “이럴 줄 알았다면 이 제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소비자 기만이자 사기”라고 불만을 표했다.

출처 : 페이스북 그룹 '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 게시물
출처 : 페이스북 그룹 '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 게시물

앞서 이니스프리는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용기 사용을 내세우며 친환경 제품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최근 제품 구매시 ‘친환경 타이백 크로스백'을 증정하는 그린 마케팅도 실시했다. 용기 겉면에 ‘HELLO, I’M PAPER BOTTLE(안녕, 나는 종이 용기야)’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언뜻 본다면  용기가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준다. 해당 게시물을 시작으로 각종 매체 댓글란에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업", “사기꾼 기업" 등의 부정적인 댓글이 쇄도했다.

과연 이니스프리는 플라스틱 용기의 정체성을 숨겨 정말 그린워싱을 한 것일까?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친환경 위장술'을 가리킨다. 

우선 이니스프리가 플라스틱 용기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고, 해당 제품의 플라스틱 절감을 이뤄낸 것은 사실이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재활용률이 높은 무색 폴리에틸렌(PE) 재질의 내 용기를 사용하고 겉면에 종이 라벨을 씌운 플라스틱 저감 제품"이라며 “이를 통해 기존 제품 대비 51.8%의 플라스틱을 절감했다"고 해명했다. 기존의 두꺼운 플라스틱 제품보다 플라스틱 함량이 적고, 상단 캡 등은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해 기존 제품과의 차별성을 둔 것이다. 또한 페이퍼보틀 속에 플라스틱이 있다는 점을 상세 페이지에 이미 명시해놓았다. 따라서 작정하고 소비자를 속여 종이병 안에 플라스틱이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친환경 이미지를 과장하여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한 점이 문제가 된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제품 네이밍으로 인해 용기 전체가 종이 재질로 인식될 수 있다는 부분을 간과했다. 고객께 보다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고 혼란을 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현재까지 기술의 한계로 인해 100% 종이로 구성된 용기는 아직 없다. 이니스프리의 플라스틱 절감 노력에는 박수를 칠 부분이지만, 소비자의 친환경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과도한 마케팅을 활용은 결국 일부 소비자의 반감만 증폭시켰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기업의 주 관심사로 급부상하면서 대형마트, 화장품, 패션 등 소비자와 밀접한 기업들의 친환경 정책과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CU는 모든 PB 생수의 패키지를 무라벨 투명 페트병으로 전면 교체하여 전년 대비 매출이 78.2% 급증했고, 매일유업은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 190ml' 제품의 빨대를 완전히 제거해 출시했다. 이처럼 일부 기업들이 단발성이 아닌, 환경 보호를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니스트리의 친환경 과장 홍보는 소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린 마케팅이 대세가 된 요즘, 기업이 올바른 친환경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 정직하고 투명한 정보만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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