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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도 넘은 만우절 장난, 주가 조작이란 비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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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도 넘은 만우절 장난, 주가 조작이란 비난 받아!
  • 양현희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4.14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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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만우절 마케팅, 소비자 반응은?
주식시장 흔들… 전문가 “기업의 만우절 농담은 신중히 해야"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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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양현희 소비자기자]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의 미국 지사가 만우절 농담을 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감쪽같이 속은 투자자들 및 전문가들 역시 거짓정보로 인한 주가 변동에 대해 황당한 입장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폭스바겐 미국 지사는 5월부터 전압의 단위인 ‘볼트(Volt)’가 담긴 볼츠바겐으로 사명을 변경한다는 보도자료 초안을 공식 홈페이지에 잠시 올렸다가 삭제했다. 긴가민가 하는 소비자와 투자자들을 인지한 지, 폭스바겐 측은 오히려 30일 브랜드명 개칭은 사실이라고 한 번 더 확인하기까지 하며 신뢰도를 더했다. 기존 알파벳 V자와 W자가 위아래로 붙어 배치된 폭스바겐 로고 대신 ‘볼츠웨이건' 이라는 로고가 붙게 될 것이라고 추가로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까지 드러나자, 이런 소식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투자업계 역시 폭스바겐이 전기차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며 개명 발표 직후 폭스바겐의 주가가 유럽과 뉴욕 증시에서 급등했다. 전 거래일 대비 폭스바겐의 주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4.7% 상승했고, 뉴욕 증시에서는 장중 12%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폭스바겐 본사 관계자는 이틀 후 31일 “브랜드명 변경 발표는 만우절 정신에 따른 농담이었고, 미국에서 출시되는 첫 순수전기차 ID.4 홍보 차원에서 벌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소비자들을 우롱한 도 넘은 장난이다", “주가에 영향까지 주는 만우절 장난은 굉장히 불쾌하다" 등 대중의 냉소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만우절은 4월 1일인데, 그보다 며칠 앞서 농담을 한다면 소비자들은 만우절 장난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 역시 폭스바겐의 속임수에 깜빡 넘어갔다. 월가 투자은행 웨드부시의 댄 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만우절 농담이라는 것이 밝혀지기 전 투자자들에게 “명칭 변경은 전기차 브랜드에 대한 폭스바겐의 확고한 의지를 강조한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기업들의 만우절 농담이 주가에 영향을 준 경우는 종종 있었다. 지난 2018년에는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4월 1일 트위터에 ‘Tesla Goes Bankrupt(테슬라가 파산한다)’라며 “테슬라가 마지막까지 부활절 계란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등 자금을 모으려 노력했는데 테슬라가 완전히 파산한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안타깝다. 파산이란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게재했다. 이후 다음날인 2일 미국 증시에서 실제로 테슬라 주가는 5.13% 하락하여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2003년에는 일부 매체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게이츠가 피살됐다고 거짓 보도를 했다. 이후 코스피는 550선에서 536.7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까지 이번 만우절 사태가 폭스바겐을 향한 법적 고소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폭스바겐 역시 이를 교훈 삼아 발언을 신중히 해야 한다. 노스웨스턴대 마케팅학과 교수 팀 칼킨스는 “이번 폭스바겐의 만우절 농담은 당초 의도와 달리 자사 브랜드에 대한 신뢰에 타격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만우절 농담은 보통 명백히 거짓임을 알 수 있는 선에서 이뤄지지만, 주가에 막대한 영향까지 끼치는 기업들의 만우절 장난은 소비자들이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사소한 찌라시가 주식 시장에서 주가를 휘청이게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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