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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병원 오진으로 인해 종양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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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병원 오진으로 인해 종양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 최예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4.0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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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병원에서는 ‘발목 염좌’ 상급병원에서는 ‘골낭종’ 진단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의사가 오진판단 인정하는 사례 극히 드물어.."
제공 : 최예진 소비자기자

[소비라이프/최예진 소비자기자] A 씨는 지속적인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S’ 정형외과에 방문했다. 검사 후 담당 의사는 X-ray 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며 높은 하이힐을 자주 신은 탓에 발생하는 발목 염좌라고 진단했다. 

그에 따른 비수술적 보존치료를 권한 의사의 판단에 따라 충격파 치료, 도수치료 등 비급여에 해당하는 고가의 치료를 A 씨는 꾸준히 해당 병원에서 받아왔다. 그러나 3~4번 치료를 받으면 통증이 사라질 것이라는 말과는 달리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 발목을 쓰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에 이르렀다. 

증상이 악화되자 해당 의료진은 A 씨에게 프롤로 주사(일명 인대 강화주사)를 권하며 일주일에 2번씩 방문할 것을 권했다. A 씨는 의사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꾸준히 10~15만 원에 달하는 보존치료를 받아왔으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A 씨 모친은 해당 병원의 진단에 의구심을 갖고 대학병원으로 예약을 잡았다. 그곳에서 A 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X-ray를 통해 관절 사이 4cm 크기의 혹이 자리 잡아 근처 인대가 파열된 것이다. 통증을 심하게 느낀 증상에 대해 의사는 ‘골육종’이라고 하는 악성 종양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즉시 입원할 것을 권하고 A 씨는 갑작스러운 진단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골육종은 뼈에서 발생하여 유골조직 및 골조직을 만드는 악성 종양으로 10대~3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자주 나타난다. 흔히 뼈암으로도 불리며 혈액을 타고 폐 혹은 뼈로 쉽게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수술만으로는 장기 생존이 20%에 그칠 정도기에 그 어떤 질환보다 조기 검진 및 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나 ‘S’ 정형외과에서 다른 병으로 진단하여 두 달간 다른 치료에 전념했기 때문에 A 씨는 하마터면 수술 시기를 놓칠 뻔한 것이다. CT, MRI, 조직 검사 등 정밀검사 이후 수술대에 오른 A 씨는 3시간의 수술과정을 거친 끝에 혹을 제거할 수 있었다. 이후 8일간 입원을 하여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다. 

A 씨는 퇴원 이후 주치의와 상담 후 해당 질병이 골낭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직 조직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나 다른 경위를 봤을 때 양성종양인 골낭종일 확률이 매우 높아 안심하셔도 된다는 말에 A 씨는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퇴원 후 A 씨는 ‘S’ 정형외과 치료 내역서 및 영수증을 첨부하여 해당 병원에 연락을 취했다.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았음에도 통증이 지속됐으나 상급병원 의뢰를 권하지 않은 점, 오진으로 인해 고가의 불필요한 치료를 한 점, 수술이 늦춰졌을 시 발생하게 피해 등을 토로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S’ 정형외과 측에서는 초반에는 '관점의 차이'라며 해당 병원에서는 수술 대신 보전적 치료를 위해 회복을 도와드리려고 했을 뿐이라며 오진을 부인했으나 A 씨가 상급병원 진단서와 'S' 정형외과 진단서에 표기된 질병분류코드를 비교한 자료를 제출하자 치료가 고객에게 만족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X-ray에 찍힌 혹을 알아채지 못한 것을 인정하고 A 씨에게 비급여 치료에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의료 서비스의 경우 고객들은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므로 의사가 권고하는 수술 및 치료를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치료가 질병을 낫게 하는데 충분한지 과도한지의 여부는 의사만 알기 때문에 과잉진료 논란은 끊이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과잉진료 및 오진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급증하고 있지만 의사가 오진을 인정하고 보상을 하겠다고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양성 오진 사례에 대해 "보통 검사량 증가에 따른 의료진의 피로도 문제도 일부 있으며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검체가 오염되는 경우가 생긴다. 보통 의료진의 잘못을 따지는 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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