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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용자 중심 카드론 수요 급증, 금리 양극화 현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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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용자 중심 카드론 수요 급증, 금리 양극화 현상 심화
  • 김도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3.02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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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용자 대상 카드론 금리 하락으로 신용도에 따른 금리 양극화 현상 심화
카드론 물량 한정되어 저신용자 대상 상품 감소와 대출절벽 우려돼

[소비라이프/김도완 소비자기자]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규제에 따라 은행들의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카드론으로 향하는 고신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이 고신용자 대상 카드론 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신용도에 따른 금리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한정된 카드론 물량이 고신용자에 집중되어 상대적으로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들이 대출 절벽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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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장기대출인 카드론에 대한 수요가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1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 7곳(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우리, 하나)의 지난해 카드론 이용액은 전년 대비 12.7% 증가해 29조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카드론은 신용도가 부족해 1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고금리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채널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가계부채를 관리하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은행들이 각종 우대금리를 폐지했고, 전체적인 1금융권 내 대출 옥죄기가 이어지면서 고신용자들까지도 카드론으로 유입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3월 내 가계 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의 관리 방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가계 대출 금리를 올리고 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급전이 필요한 고신용자들을 중심으로 카드론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난 것이다.

수요 급증에 따라 전체적인 카드론 상품의 평균금리는 올해 들어 하락하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수요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카드사들이 가격경쟁력을 위해 상품 금리를 인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1월 말 기준, 국내 7개 카드사의 평균 카드론 금리는 전월 대비 0.63% 하락했다.

그러나 신용도에 따른 금리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고신용자 대상 상품의 금리 인하 폭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2등급 신용도에 적용하는 평균 금리가 한 달 새 0.37%, 3~4등급의 경우 0.77% 하락했지만, 저신용자인 7~8등급에 대한 평균 금리는 0.29% 하락하는 데 그쳤다. 1월 말 기준 1~2등급과 7~8등급의 카드론 평균 금리 격차는 한 달 만에 0.1%가량 커지면서 신용도에 따라 카드론 금리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에 중저신용자들의 경우 대출절벽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신용자들보다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한정된 카드론 공급 물량이 새롭게 유입된 고신용자들에게 집중되면서 중저신용자 대상 카드론 기회가 제한되고, 결국 또 다른 고금리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유예되고 있는 대출 총량규제가 향후 재개될 경우, 건전성 리스크가 큰 중저신용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올해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하는 조치를 앞두고, 기존에 20% 초과 금리의 카드론 상품을 이용하던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카드사들이 선제적으로 대출 취급을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의 국고채 금리 상승 현상으로 인해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심해지고 이에 카드사들의 대출 금리가 다시 상승하면서 중저신용자 카드론 고객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카드사들은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대출 자금을 대부분 카드채를 발행해서 조달한다. 국고채 금리와 시중 금리가 상승하여 카드사들이 카드채에 대해 부담하는 이자 비용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카드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결국 카드사들이 카드론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존에 변동금리 형태로 카드론을 이용하던 고객의 경우, 금리 인상에 따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기존에 높은 금리를 부담하던 중저신용자들에게 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카드론과 같은 2금융권 내에서도 적절한 대출 상품을 찾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은 대출 절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은 불법 대부업체로 내몰리게 된다. 신용도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고, 또다시 제도권 금융 시장 내에서는 상품을 찾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자체적인 신용평가 시스템을 활용한 다양한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기존 저축은행과 카드사, 온투법 이후 제도권 정착이 기대되는 P2P금융까지 중금리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공급자는 다수 존재한다. 시장 내에서 사업자들 간에 건강한 경쟁을 통해 다양한 상품이 만들어지고, 중저신용 소비자들 대상 대출 기회가 확대되면서 제도권 금융 내에서 소비자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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