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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채 처음으로 GDP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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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채 처음으로 GDP 넘었다
  • 최명진 소비자기자
  • 승인 2020.12.2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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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말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101.1%
기업신용 규모도 명목 GDP 최초로 넘어서

[소비라이프/최명진 소비자기자] 우리나라 가계가 진 빚이 올해 3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명목 GDP(국내총생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GDP 성장세는 약화된 반면 부동산 투자와 주식 투자, 코로나 생활자금 대출로 인해 가계 부채가 급증한 결과이다. 기업신용 규모도 최초로 명목 GDP를 웃도는 수준을 기록해 민간 경제 전반의 채무상환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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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국은행은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발간해 현재 우리나라 민간 대출의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음을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명목 GDP 대비 가계 신용 비율은 101.1%로 집계됐는데 이는 불과 3개월 전인 2분기와 비교했을 때 4.8%p, 작년 3분기보다 7.4%p 증가한 수준이며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5년 이래로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규모 자체로도 1,940조 6,000억 원을 달성해 명목 GDP인 1,918조 8,000억 원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세계 주요 43개 국가 중 가계 부채가 GDP보다 큰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7개 나라뿐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가계 부채 증가세 자체는 높지 않지만, GDP를 고려했을 때 가계 부채 부담이 크고 부담이 늘어나는 속도 또한 주요국 중 최상위권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우리나라의 명목 GDP 성장률이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질적인 현상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악화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며 명목 GDP 증가율은 0%대로 사실상 성장을 멈춘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활자금 대출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자와 주식 투자 열풍이 계속되며 주택담보와 신용 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도 가계 부채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계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되면 개인의 채무 부담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내수가 위축되고 소득이 축소돼 다시 채무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경우 실물 경제가 위축되며, 가계 부채의 부실화는 부채 상환 능력 저하로 이어져 은행 부문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 이번 가계 부채가 더욱 우려를 낳는 이유는 GDP 대비 기업 부채 역시 최대 수준을 기록하며 민간 경제 전반의 채무 상환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업 대출의 경우 3분기 말 현재 2,012조 7,000억 원으로 최초로 명목 GDP를 초과했다. 기업들 역시 코로나19 이후 대출을 통해 유동성 부족과 수익성 악화에 대응한 결과이다. 가계와 기업신용을 합한 ‘민간신용’은 명목 GDP 대비 211.2%를 기록해 BIS 통계에서 43개국 중 13위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민간 경제 전반의 부담 증가는 소비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은 경기 회복 지연으로 소득 개선이 미약하면 취약 가구가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미 23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의 가계 신용 대출 총량을 당분간 유지함으로써 가계 대출을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단기보다는 장기적 시각에서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추후 금융당국이 급증하는 가계 대출 및 민간 경제 부담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모든 경제주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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