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5 11:09 (월)
일반 쓰레기 아니라는 폐의약품... 안전하게 버릴 수 있는 곳 찾기 힘들다
상태바
일반 쓰레기 아니라는 폐의약품... 안전하게 버릴 수 있는 곳 찾기 힘들다
  • 이현정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2.09 13: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폐의약품 수거함' 부족, 약국에선 폐의약품 회수 거부하기도 해
폐의약품 관리 체계 확립 위해 정부 차원 방안 필요

[소비라이프/이현정 소비자기자] 폐의약품을 수거하는 곳을 찾기 힘들어 곤혹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지 않는 폐의약품을 안전하게 버릴 곳이 부족해 답답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출처: pixabay
출처 : pixabay

폐의약품은 사용 기한이 지나 변질하고 부패해 의약품의 기능을 상실한 폐기물이다.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통기한이 지난 약, 연고 등이 이에 해당한다. 폐의약품은 더는 의약품의 기능을 못 하는 폐기물이지만, 일반 쓰레기가 아닌 생활계 유해 폐기물로 분류된다.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버려질 경우, 수질 오염과 토양 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폐의약품을 생활계 유해폐기물로 분류해 처리하기 위해, 환경부는 2009년부터 폐의약품을 따로 수거할 수 있도록 ‘폐의약품 수거함’을 약국에 비치하게 했다. 지역 주민들이 ‘폐의약품 수거함’에 폐의약품을 배출하면 약국에선 이를 보건소에 보내 소각하도록 해왔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폐의약품을 제대로 수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폐의약품 수거함’이 비치된 약국이나 보건소가 부족할뿐더러, 폐의약품 수거를 거부하는 약국이 더 많다는 이유다.

한국소비자원은 2020년 서울 및 경기 내 약국 120곳 가운데 폐의약품 수거함을 비치한 약국은 17곳(14.2%)에 불과했고, 보건소의 경우 12개소 중 4개소(33.3%)만 수거함을 비치했다고 발표했다. 안전한 폐의약품 수거를 위해 필수적인 폐의약품 수거함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폐의약품을 흔쾌히 수거하는 약국을 찾기도 힘들다. 한 커뮤니티에선 “약국에 폐의약품을 가져갔는데, 우리 약국은 수거하지 않으니 다른 약국을 가라는 말을 들었다”, “근처에 폐의약품 수거함이 없어 약국을 갔지만,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하더라”, “환경 오염 때문에 애써 약국에 갔는데 폐의약품을 드리니 싫어하시더라” 등 페의약품 수거에 불편을 겪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폐의약품 수거 거부에 있어 약국은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는 입장이다. 폐의약품을 처리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불명확해, 수거한 폐의약품이 지자체의 의지나 예산에 따라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폐의약품을 아무리 수거해도, 보건소에서 이를 제때 수거해가지 않아 약국 내 방치된다는 것이다. 결국 보관 장소의 부족과 악취로 인해 폐의약품 수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폐의약품 수거, 처리 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허술한 규정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전국 단위의 통일된 폐의약품 처리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폐의약품 처리의 주체가 정부 차원이 아닌 지자체나 기관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 수거가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수거 관리 체계가 여전히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문제다.

다른 나라의 폐의약품 처리 과정은 어떨까? 미국과 캐나다에선 제약회사가 폐의약품을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처리나 소각에 드는 비용은 제약회사와 정부가 공동으로 부담하거나, 단독으로 분담하고 있다. 비용의 주체가 명확하고, 처리 주체 역시 전적으로 제약회사가 맡아 책임을 서로에게 떠미는 일이 없다.

우리나라의 폐의약품 처리 개선 방안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폐의약품 관리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폐의약품 수거 방안이 필요하다”며 “지자체 수준에서 벗어나, 전국적인 수거 방안 일원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