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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금융 문맹률을 높이는 국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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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금융 문맹률을 높이는 국가정책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0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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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진행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
가입 자체를 소수화해서 관리감독을 수월하게 하려는 꼼수
금융에 대한 접근기회를 차단해서 국민의 금융 문맹률을 높이는 처사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2월2일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의결되었다.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진행한 개정이다. 그러나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지는 의문이다. 

제2의 키코사태로 불리며 사회적 문제를 낳은 DLF·DLS 사태는 가입자의 문제보다는 상품을 구성한 금융기관의 책임이 크다. 안전하다고 금융소비자를 꼬여 가입시킨 금융상품이 90% 이상의 손실을 보게 만들었다면 금융기관은 이에 합당한 해결책을 내놓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이번 국무회의의 의결내용은 해결책보다는 문제 발생 요인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글을 알면 문제를 일으키니까 글을 알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험에 출제된 문제가 잘못되었다면 출제위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함에도 시험 자체를 못 보도록 응시 제한을 한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결과적으로 이번 국무회의 결과가 고난도 금융상품에 관한 판매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라고 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이고 부의 양극화를 더욱 극단으로 치닫게 할 정책으로 변질될 거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DLF·DLS 사태는 최소가입금액이 1억 원 이상이었기 때문에 피해가 컸다. 최소가입금액이 1천만 원, 1백만 원 이상이었다면 국민들 피해는 훨씬 적었겠지만, 가입금액의 한도가 컸기 때문에 위험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를 더욱 키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산효과를 볼 수 있도록 가입금액을 낮춰야 했다. 

매매와 중개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 부적합투자자와 고령자에게 투자 권유를 함부로 못 하도록 강화하되 가입금액을 1억 이하로 낮춰 위험을 분산시키고 손해를 줄여야 함에도 금액을 올린 것은 가입 자체를 소수화해서 관리감독을 수월하게 하려는 꼼수다. 투자자 요건 강화라는 명목 아래 가입 최소 금액을 1억에서 3억으로 올린 것은 부유층만 가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의결은 발전해가는 금융환경에서 금융에 대한 접근기회를 차단해서 국민의 금융 문맹률을 높이는 처사다.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무원임에도 좋은 수익상품을 소수에게 독점시키고 자신의 일감을 줄이려는 얄팍한 꼼수를 가린 이번 정책은 비판받아야 한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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