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질풍노도] 돈은 있어도 가오는 없는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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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돈은 있어도 가오는 없는 재벌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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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재용을 수괴가 아닌 심부름꾼으로 취급
사법부가 또 다른 호위무사를 자처한 모양새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1991년부터 시작된 다스의 350억 원 횡령과 BBK의 투자금 회수에 연관된 소송비 67억7천여만 원을 삼성에게 대납시키며 다스의 실소유주로 밝혀진 전직 대통령은 16개의 혐의로 2018년 4월 구속됐다. 1심은 246억여 원 횡령과 85억 원의 뇌물이 인정돼 유죄를, 2심은 유죄로 인정된 뇌물이 94억 원으로 늘어 2년 가중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8천여만 원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고 가석방과 사면이 없다면 95세인 2036년 출소한다.  
 
다른 전직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공천개입으로 확정받은 징역 2년과 국정농단,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의 혐의로 지난 14일에 20년형이 확정됐다. 가석방과 사면이 없다면 87세인 2039년에 출소할 수 있다. 박영수 특검과 검찰수사에서 확인된 뇌물 수수액은 삼성과 롯데, SK에서 받기로 한 592억이다. 이 중 433억 원(실제 수수액 298억 원)은 삼성이 지원을 약속한 금액이다.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서원의 딸 정유라에게 지원한 최소 35억 원 이상도 포함된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비리에 모두 연관돼있는 삼성이 그들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하면서 바랐던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예상하듯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1995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아들 이재용에게 60억 8,000만 원을 증여한다. 증여세로 16억 원을 납부하고 남은 돈인 약 45억 원으로 시작한 투자는 실패를 몰랐다. 비상장회사였던 에스원 주식 12여만 주를 23억 원,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47여만 주를 19억 원에 매입했는데 두 회사는 얼마 뒤 차례대로 상장했고 605억 원에 매도한 뒤에 563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이때부터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1996년 10월, 주당 85,000원대의 가치를 인정받던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에버랜드 이사회는 7,700원으로 발행하기로 한다. 발행된 물량은 125만 4천여 주. 에버랜드지분의 62.5%에 해당하며 취득할 경우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개인주주와 삼성전자, 제일모직, 삼성물산 같은 계열사나 중앙일보까지 아무도 욕심을 내지 않았다. 모든 물량은 이재용 남매가 받았다. 이후 주식으로 전환해서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가 되었고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여러 알짜 계열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삼성생명의 비상장주식을 주당 9천 원에 사들여 실질적인 지주회사가 된다. 삼성의 수재들은 오너가의 승계 작업을 도왔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마다 호위무사로 나타나 희생했다. 
 
마지막 단계에서 삼성물산은 수익사업 중의 하나인 래미안 아파트 시공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까지 하며 스스로 회사의 값어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비정상적인 합병비율을 만들어가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은 이루어졌다.  

국민이 납부한 돈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손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편을 들어준다. 국민연금이 본 손실만 3,300~6,000억 원이었다. 이로 인한 이재용 부회장의 금전적 이득은 2조~3조6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한 개인을 위해 전 국민의 노후에 구멍을 내야 했던 대한민국의 선택은 86억 원의 뇌물이 있어 가능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수많은 금융 비리를 저질렀다. 그에게 희생한 가신들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심부름꾼이던 최지성 미전실부회장과 장충기 미전실사장도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2년 6개월을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범죄의 두목이다. 두목이라면 두목답게 적당한 형량을 내려야 함에도 재판부는 이재용을 수괴가 아닌 심부름꾼으로 취급한다. 이재용의 가오가 떨어지게 말이다. (가오(顔, かお)는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말로 좋은 의미에서 체면이나 명예를 뜻하지만 나쁜 의미로 허세를 뜻한다) 사법부가 또 다른 호위무사를 자처한 모양새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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