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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창업금융시장에 찾아올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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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창업금융시장에 찾아올 가뭄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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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규모 자산운용사들은 다양한 분야에 투자처를 찾아 모험금융의 역할
역할이 축소된다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열악한 창업현실은 더욱 열악해져...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의 영향은 지난번에 언급한 대로 국민의 금융문맹화를 초래하는 것 외에도 자금을 조성하던 자산운용사와 이제 막 뿌리를 내리려는 창업 초창기 기업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투자에 최소가입금액이 1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상향됨에 따라 기존에 투자를 받았던 1억 원 이상의 자금 중에 수익금까지 포함해서 3억 원 이상이지 않으면 재투자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에 모집금액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현재 운용규모가 1천억 원 이하인 중소규모의 자산운용사들은 운용규모가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유지가 힘들어 문을 닫는 운용사들이 생길 수 있는데, 문 닫는 만큼 자금 공백이 생긴다.
 
그 공백을 채우고 금융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지난 1월 29일 금융위원회는 금융발전심의회의 자본분과에 민·관으로 구성된 위원들이 화상으로 회의를 열었다. 논의된 주제 중에는 모험자본에 증권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하기 위해 여러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벤처기업에 대한 증권사의 투자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본래의 업무인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잊은 채 수익을 내기 위해 기업부동산에 대한 대출업무에 신경을 써왔다. 담보물이 확실한 부동산은 안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금융당국이 눈감아준 부분도 있다고 본다. 기업에 있어 공장과 물류보관을 위한 부동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증권사들은 기업과 관련한 부동산보다는 초기중견기업의 신용공여(대출)와 리파이낸싱(재융자, 재대출)에 대해 보다 많은 신용공여를 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의 돈 흐름에 더 많은 기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에만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인데 이 정도로 성장한 기업에 대출해주겠다는 곳은 증권사가 아니더라도 은행권에 이미 많다. 굳이 회의를 열어 가면서까지 증권사에 이런 업무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이번 규제 완화는 기업에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오히려 증권사가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할 뿐이다. 그리고 많은 수의 자산운용사가 하던 일을 소수의 증권사가 하도록 함으로써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수월하게 하려는 공무원들의 꼼수다. 모험금융이 아니라 안전이 어느 정도는 보장된 곳에 대출할 수 있도록 선을 그어주면서 증권사가 동참하도록 당근을 준 것이라고 봐야 한다. 
 
중소규모의 자산운용사들은 증권사나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쳐다보지 않는 다양한 분야에 투자처를 찾아 기업을 발굴해왔다. 더 많은 모험금융의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디어로 끝났을 아이템이 기업으로 성장하고 사용하기 쉬운 앱으로 만들어져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규모의 자산운용사들이 해왔던 모험금융의 역할이 축소된다면 지금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열악한 창업현실은 더욱 열악해진다고 봐야 한다. 물론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된 대로 증권사를 활용해 문제점을 보완한다고 하지만 증권사는 이미 ‘갑’이다. 대출이라는 것을 무기로 새로운 갑질에 희생당할 창업자들에게 혁신적인 발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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