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10년차, 전통시장은 살아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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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10년차, 전통시장은 살아났나?
  • 류예지 인턴기자
  • 승인 2021.01.19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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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규제에 웃는 건 전통시장 아닌 '중형 식자재마트'
소비자들, "대형마트 규제보단 전통시장 개선이 필요"

[소비라이프/류예지 인턴기자] 2021년 1월, 정부는 대형마트에 이어 복합쇼핑몰에도 월 2회 의무휴업을 적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시작된 대형마트 규제에도 전통시장은 여전히 어려웠고, 웃는 건 중형 마트인 '식자재 마트'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지난 2012년 1월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으로 처음 시작했다.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 아래 많은 소비자가 이용하는 대형마트에 규제를 가한 것이다. 대형마트 규제 초반은 ▲오전 0시~8시 영업제한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 의무휴업이었지만, 1년 후인 2013년 ▲오전 0시~10시 영업제한 ▲매월 2일 의무휴업으로 규제를 강화해 지금까지 이어졌다.

2012년 → 2013년 변경된 대형마트 규제
  영업제한 시간 의무휴업일
2012년 오전 0시~8시 1일~2일(매월)
2013년 오전 0시~10시 2일(매월)
  2시간 증가 선택 → 2일 필수

그리고 지난 2021년 1월 5일, 정부는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중점 처리 법안'으로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규제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지정했다. 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당초 20대 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각종 이유로 미뤄졌던 법안이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받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유통산업발전법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표면적으로는 효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시장의 하루 평균 매출이 규제가 시작된 2012년 4,502만 원에서 2015년 4,812만 원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결과에 대해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매출이 줄어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추진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기존의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등에 적용된 월 2회 의무휴업과 심야영업 금지 규제를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대형 대형마트에게 규제를 가하자 대형 유통기업들이 공격적인 복합쇼핑몰 출점이 나서며 주변 상권이 붕괴하고 있다"라며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더불어 대형 유통기업들의 신규 매장 출점 규제도 대폭 강화될 예정이다. 지금은 전통시장 반경 1㎞ 이내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하고 대형마트를 비롯한 '대규모·준대규모 점포'를 개점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제를 전통시장을 포함한 골목·거리 상권이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게 여당의 판단이다. 이번 개정안은 신규 매장 출점 규제를 기존보다 강화해 '전통시장 혹은 상점가 등 기존 상권 반경 20㎞ 이내'를 상업보호구역으로 지정, 출점 규제가 적용되는 물리적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 대신 신도시와 같은 기존 상권이 빈약한 지역은 '상업진흥구역'으로 지정해 출점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유통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며 매출은 급감했고, 신규 출점 자체도 거의 없는 마당에 더한 규제를 가한다는 것은 애초에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한 대형 유통기업은 2022년까지 오프라인 매장 700여 개 중 200여 개를 없애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미 매출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규제에 대해 의도를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형 유통기업들이 대형마트 규제로 인해 애매해진 사이, 전통시장 상권에는 중형 마트인 '식자재 마트'가 들어섰다. 식자재 마트는 대형마트보다 규모가 작아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 기존 상권이 있어도 개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국 약 13개의 직영점을 두고 있는 A 식자재 마트는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된 후 2013년 매출 1,576억 원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9년 매출은 2배 이상 오른 3,164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식자재 마트는 흔히 말하는 '매장 쪼개기'로도 주변 상인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대형마트만큼 넓은 면적을 사용하면서도 건물 내부를 분할해 각각 1,000㎡ 이하의 소매점으로 등록해 법적으로 받는 대형마트 규제를 피한 것이다.

실제로 인천에 있는 B 식자재 마트는 일반공업지역에 제1종근린생활시설로 등록된 995.35㎡의 공간 3개를 연결해 하나의 점포로 운영하고 있으며, 건물 사이의 공간은 창고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유통산업발전법뿐만 아니라 건축법과 소방법에도 저촉되는 경우지만, 지금의 규제로는 건축법에서만 낮은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렇기에 대형마트처럼 운영하는 식자재 마트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꼼수다.

유통산업연합회의 '식자재 마트가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식자재 마트 출점 이후 1년이 지나자 0.1㎞ 내 전통 시장 매출액은 6.97% 감소했고, 인근의 기존 농수축산물 매장의 매출액은 11.42%나 줄었다. 유통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식자재 마트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고객에게 침투해 전통상권과 골목상권을 서서히 압박한다"라고 전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7월~2018년 7월 전통시장 관련 민원 중 50.2%가 시설 이용에 대한 민원으로 가장 많은 민원을 차지했다. 시설 이용 답변 중에는 42.7%의 소비자가 '주차 및 도로 이용'이 제일 불편하다고 답변했고, 이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건의'가 11.8%, '물품 구매 및 결제 관련 불편사항'이 11.5%로 뒤를 따라왔다.

'물품 구매 및 결제 관련 불편사항'에서는 '온누리 상품권 이용 불편 및 개선 요구'가 31.2%로 가장 많았고, '판매 물건의 품질 불량 및 불친절'이 29.7%로 바짝 따라왔다. 특히 '신용카드 사용 거부' 22.5%나 무허가 품목 판매 13.8% 등에 대한 신고도 꾸준히 들어왔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는 대형마트를 규제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가고, 그곳에서 만족할 만한 품질과 서비스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를 예고하며 올해 안으로 통과시킬 것이라 말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온라인을 필두로 하는 이커머스 업계에도 의무 휴업이나 판매 품목 제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아침배송 등 소비자의 편의를 크게 개선한 이커머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신 의원은 개정안 발의 취지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유통이 활성화되며 골목 상권과 중소상공인들의 매출이 하락했다"라고 말했다.

이 개정안은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B마트 등 일정 구역에 물류 창고를 두고 판매 및 배송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소비자를 더 불편하게 하고, 소상공인들을 죽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그동안 다양한 그동안 기획전을 통해 소상공인의 판로 개척에 앞장섰던 바가 있기 때문이다. 한 업체의 경우 플랫폼에 입점한 파트너사의 95%가 중소상공인이고, 2020년에만 약 600개의 중소상공인이 입점한 만큼 소상공인이 많은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번에 발의하는 개정안들이 모두 통과된다면 소비자들은 물건을 구매할 때 크게 불편함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마트·복합쇼핑몰 등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할 수 있는 날과 시간이 줄어들고, 새로 오픈하는 가까운 신규 매장은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온라인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의 품목이 제한되고, 의무 휴업으로 배송이 느려져 원하는 때에 물건을 구매하기 힘들 수도 있다.

많은 소비자는 이번 개정안을 보고 "비대면이 일상이 된 요즘에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기분"이라며 "복합쇼핑몰이나 온라인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을 개선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시급하다"라고 말할 만큼 이번 개정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작된 각종 규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온라인까지 번져가고 있다. 대형마트 규제가 시작된 지 10년 차인 지금, 소비자의 편의성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규제만 강화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트를 이용하는 주 고객인 소비자의 입장에서 좀 더 심도 깊은 이해와 관심이 담긴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좀 더 실용적이고 현실성이 있는 규제가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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