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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해도 너무한 가격 속이기, 수산시장에 비난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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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해도 너무한 가격 속이기, 수산시장에 비난 쏟아져
  • 이현정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3.29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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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오르는 저울 무게, 눈 뜨고도 당하는 가격 덤터기
수산시장 신뢰도 추락해... 발길 끊는 소비자

[소비라이프/이현정 소비자기자] 신선한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소비자의 발길을 이끄는 수산물시장에 쓴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저울치기’, ‘물치기’ 등 소비자를 속이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출처: pixabay
출처 : pixabay

지난달 5일, 전남 목포의 위탁판매장에서 한 수산물업자가 ‘저울치기’를 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민어가 담긴 바구니에 벽돌 2개를 올려놓은 채, 민어의 무게를 잰 것이다. 이 업자는 무게를 부풀린 민어 사진을 그대로 SNS에 올렸고, 16kg짜리 민어를 판다고 45만 9천 원을 가격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수협이 자체적으로 민어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실제 민어의 무게는 10kg이었다.

이렇듯 소비자를 우롱하는 ‘저울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8월엔 어류 칼럼니스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입질의 추억 TV’에 ‘저울치기’를 당한 영상이 올라왔다. 당시 수산시장에서 2.5kg의 벵에돔을 구매했던 그는, 집에서 무게를 다시 재보니 1.5kg인 것을 확인했다. 그가 벵에돔을 판매한 업주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벵에돔 판매 당시 700g이라고 했던 바구니의 무게는 1,545g으로 약 800g이 차이 남을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가격 덤터기를 씌우기도 한다. 작년 6월 유튜브 채널 ‘변경호 TV’는 ‘물치기’ 수법을 그대로 담은 영상을 올렸다. 소래포구 수산시장에서 킹크랩을 구매하는 과정이 담겼다. 유튜버가 수조에 있는 킹크랩 중 하나를 고르자, 상인은 곧바로 킹크랩을 손으로 눌러 수조에 담근다. ‘담금질’을 해 킹크랩에 물을 채우는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상인은 바가지에 킹크랩을 담는다. 일명 ‘물치기’로, 구멍이 뚫리지 않은 바가지에 버젓이 킹크랩을 담는다. 보다 못한 유튜버가 “물치기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자, 상인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바가지를 교체한다. 물의 무게가 얼마나 나간다고 그러냐 생각할 수 있지만, 킹크랩의 가격은 100g당 6천 원이다. 적은 양의 물이라도 더해지면 순식간에 가격이 오른다.

수산시장에서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사례들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결국 수산시장을 찾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울치기’, ‘물치기’ 영상을 본 많은 누리꾼은 “저러니 사람들이 시장을 안 가는 거다”, “차라리 마트에서 사 먹고 말지”, “저건 흥정이 아니라 명백한 사기다”, “나도 그간 저렇게 당했을 걸 생각하니 치가 떨린다”, “태연한 걸 보니 밥 먹듯이 가격 장난쳤을 듯, 괘씸하다”, “다른 건 몰라도 수산물은 시장에서 샀었는데, 충격이다” 등 비난의 댓글을 쏟아내며 격분했다.

수산시장에서 가격 덤터기를 씌우는 일이 비일비재해, 소비자들은 결국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꾸준히 공유되는 ‘수산시장에서 바가지 안 당하는 법’이란 제목의 글이 그 예다. 글에 따르면, 상인이 바구니에 물을 담아 그대로 무게를 재거나, 저울에 손을 갖다 댄 상태에서 무게를 잰다면 반드시 상인에게 이야기해 따져야 한다. 또 시세를 알려주는 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격은 물론 수산 시장, 제철 정보 등 수산물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어 가격 덤터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몇몇 수산시장은 소비자의 불만의 목소리를 수용해 자구책을 찾고 있다. 소래포구 수산시장은 소비자 신고센터를 운영해 소비자들의 교환 및 환불 요청 시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오는 6월엔 사업비 5천만 원을 들여 수산물 가격을 표시한 전광판을 수산시장에 설치할 예정이다. 정자항 수산시장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상인들은 반드시 물이 빠지는 바구니를 이용하고, 소비자에게 무게와 가격을 확인시켜주자는 양심 캠페인이었다. 호객행위 금지도 이 캠페인에 포함됐다. 수산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가장 불만을 느끼는 바가지요금 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세운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12월 수산시장 경기 체감지수(BSI)는 54.9로 전월 대비 33.4p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먹구름이 가득 낀 수산시장에, 바가지요금 논란까지 더해져 시장 확대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산시장의 자구 노력이 올바른 변화의 시작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 번 사라진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신뢰를 다시 찾기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산시장과 소비자의 상생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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