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멘토] 회사 찬스로 76억 받아 주택 29채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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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멘토] 회사 찬스로 76억 받아 주택 29채 사다
  • 이봉무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04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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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법에 의하여 은행직원은 자신에게 대출하는 자기거래 금지
금융회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금융업의 본질에 관한 고민을 해야...

[소비라이프/이봉무 칼럼니스트] 2020년 9월 1일 IBK기업은행 직원의 슬기로운 직장생활에 관한 흥미로운 보도가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가족과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 또는 개인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29건을 통해 75억 7,000만 원을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융통하였고, 그 자금으로 경기도 화성시 일대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및 부천시의 연립주택 등 29채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주택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던 시기였기에 시세차익도 수십억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은행원이라는 좋은 직업을 가졌기에 회사 찬스를 사용해서 보통 직장인이 평생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3년 만에 만들어낸 것이다. 

이 은행원은 현재 기업은행으로부터 면직 통보를 받은 상태이다. 가족과 친인척 명의로 대출을 실행하면서 대출 관련 각종 서류에 계약자 서명을 대필한 사실이 드러났고 본인의 권한으로 대출가능금액을 최대로 산정하는 등 기업은행 내부의 대출 절차를 위반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은행은 이 직원을 금융실명제법 위반 및 배임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 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며 아직 형사고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미 실행된 대출에 대해 조기에 회수 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다. 

금융실명제법 위반인지 아닌지는 기업은행과 해당 은행원 간에 다툼이 있으면 법원에서 시비를 가리면 될 것이다. 그런데 부당하게 실행된 대출금 76억 원의 회수와 관련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은행에서는 대출을 받은 고객에게 일정한 문제가 발생하면 대출을 조기에 상환하도록 요구한다. 이것을 기한이익의 상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사안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출을 받은 고객이 대출금을 상환하기 곤란한 상황이 아님에도 기한이익상실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은행법에 의하여 은행직원은 자신에게 대출하는 자기거래가 금지된다. 하지만 자기명의로 대출을 신청하고 다른 은행직원이 업무처리를 하는 방법으로 대출을 받고 있다. 또한 은행들은 은행의 내규 등을 통해 가족이나 친인척 등 이해관계자의 대출을 본인이 직접 처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법원에서 판사가 가족이나 친인척 등의 재판을 맡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그런데 IBK기업은행은 이러한 은행 내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 사건과 관련하여 은행원의 반응을 다룬 한국경제신문의 기사를 보면 이 사건의 은행직원이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는 부분이 나온다. 셀프대출을 한 것은 맞지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위반한 것도 아니고, 은행원은 부동산에 투자해서 돈 벌면 안 된다는 것이냐 라는 반응도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이런 인터뷰를 한 은행직원이 정말 있었다면 매우 실망스럽다. 금융회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금융업의 본질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금융업은 고객의 신뢰를 먹고 성장하는 사업이다. 은행원들이 위와 같이 생각한다면 고객이 그 은행과 거래할 이유가 없다. 신뢰할 수 없는 은행에 내 돈을 맡길 이유가 없고, 20년 이상 갚아야 하는 대출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은행 내부규정이 미비하여 일어났다는 것은 핑계이다. 금융업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에서 이와 같은 빈틈은 존재한다. 도덕적으로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다. 재태크의 관점에서 보면 이 사건은 은행원이라는 회사 찬스를 이용하여 거액의 자금을 대출받고, 현행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우량자산에 똑똑하게 분산투자해서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만들어낸 레버리지 투자의 성공신화이다. 앞으로 수많은 은행직원이 지렛대를 들고 나타나기 전에 이번 사건이 금융소비자의 상식에 맞는 결론을 맺길 기대한다.

생활경제멘토 복숭아나무 이봉무
생활경제멘토 복숭아나무 이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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