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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매미 인문학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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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매미 인문학 특강
  • 김정응 『김정응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대표/작가
  • 승인 2021.07.21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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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선운사의 동백꽃
매미는 슬픈 노래의 여름 가객(歌客)
매미는 여름 인문학 강좌 일타 강사

[소비라이프/김정응 퍼스널브랜딩연구소 대표] “맴맴맴 매애~~앰” 

매미 소리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온 세상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매미 우는 소리가 하도 커서 살며시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갔습니다. 적어도 열 마리는 됨직한 매미 가족이 떼창을 하듯이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습니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근처에 나들이 왔던 참새와 나비도 놀란 듯이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저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매미를 바라보는 마음이 애잔한데 당신의 경우는 어떤지요? 사실 이러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여자의 일생이 아닌 매미의 일생을 알고부터였습니다. 

시골 출신인 저에게 매미야말로 가장 존재감 없이 만만한 곤충이었습니다. 매미소리를 들으며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흔하디흔한 것이 매미였습니다. 곤충채집 방학숙제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해준 것도 매미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잡기가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이렇듯 흔하고 잡기도 쉬우니 귀하게 여길 리 만무했습니다. 매미 입장에서는 저를 저주했을 것입니다. 저에게 폐해를 끼친 것도 하나 없는데 자기를 무시하고 심지어 잡아 죽이기까지 했으니까요. 

매미에 대한 재발견은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습니다. 빛 고을 광주에서 군복무를 하던 때의 일이었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는 낮에 잠을 자는 이른바 오수(午睡)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낮잠을 즐기기는커녕 짜증 내기만을 반복했습니다. 내무반 옆의 느티나무와 미루나무에서 매미 소리가 기상나팔처럼 크게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내무반원들이 매미에게 상스런 욕을 퍼부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상식의 대가로 불리던 선임하사님이 매미를 욕하지 말라며 ‘매미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러한 매미의 재발견 이후로 매미를 관심 있게 바라보게 되었고 그럴수록 매미 또한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미는 선운사의 동백꽃입니다. 
송창식은 동백꽃송이가 눈물처럼 후두둑 떨어져서 슬프다고 노래했는데 매미의 일생도 알고 보면 지는 동백꽃처럼 가슴이 아립니다. 매미는 땅속에서 애벌레로 7년을 살다가 땅 위로 나와서 성충이 되고 나서 길어야 한 달 정도 살다가 죽는다고 합니다. 수컷은 암컷과 사랑을 나눈 후에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 나면 죽는 것입니다. 매미의 일생이 이렇듯 그 어느 비극적인 일생만큼이나 안타깝기에 매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인간의 인생은 너무 느긋한 것 아닌가요?

매미는 슬픈 노래의 여름 가객(歌客)입니다. 
매미 우는 소리에는 특별한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매미는 수컷만 우는데 세 가지의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첫째는 짝짓기할 암컷을 찾기 위해서, 둘째는 수컷들끼리 싸우기 위해서, 셋째는 위험했을 때 운다고 합니다. 즉 매미의 울음은 생존 본능과 종족 번식을 위한 처절한 아우성인 것입니다. 저는 이 장엄하고 숭고한 소리를 짜증나는 소음으로 치부해 버리곤 했으니 매미 앞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요. "아 저 매미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겠어" 언제 한번 매미처럼 그렇게 절절한 삶의 노래를 불러본 적도 없는 주제에 말입니다. 

매미는 여름 인문학 강좌 일타 강사입니다. 
매미는 오덕(五德)을 지닌 선비이자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진(晉)나라 때의 시인 육운(陸雲)은 매미를 일컬어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의 다섯 가지 덕을 지닌 곤충 위의 곤충이라고 칭송했습니다.  

즉 매미는 머리 위에 갓끈 관(冠)이 있으니 문(文)을 숭상함이요, 바람을 마시고 이슬이나 나무의 수액만 먹고 사니 맑고 깨끗한 청(淸)이 있고. 사람이 가꿔놓은 채소나 곡식을 훔쳐 먹지 않기 때문에 염(廉)치가 있으며, 어느 벌레처럼 굳이 집을 짓거나 하지 않고 나무에서 살고 있으니 검(儉)이 있으며, 매년 여름이면 때를 어기지 않고 찾아와서 아름답고 시원한 소리를 들려주고 있으니 신(信)이 있다는 것이다. 

저는 지금껏 저를 포함해서 다섯 가지 정도의 덕(德)을 지닌 사람을 좀처럼 만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매미를 조금 이해하고 나니 천지창조의 신비에 경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사람에게만 스승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미나 들풀이나 삼라만상 모든 것에는 유익한 배움의 진리가 담겨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매미 소리는 매미가 우리에게 전하는 성하(盛夏)의 인문학 특강 소리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당신에게 매미는 어떤 존재인가요? 

김정응 『김정응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대표/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이젠 휘둘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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