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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2~30대, 싱글족 “인테리어 대신 홈퍼니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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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2~30대, 싱글족 “인테리어 대신 홈퍼니싱”
  • 박지연 기자
  • 승인 2021.07.08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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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테리어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행위로 인식됐다. 지금은 작은 소품을 이용해 집에 변화를 주는 행위를 인테리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인테리어 앱이 등장하고, 집을 꾸민 사진이 공유되고, 제품 구입이 쉬워지면서 누구나 나만의 취향으로 집을 꾸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소비라이프/박지연 기자] 서울 구로구에 사는 손 모씨(36세, 여)는 요즘 집꾸미기에 한창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외출이 줄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공간에 변화를 주고픈 욕구가 커졌고, 조금씩 변화를 주다 보니 집꾸미는 데 재미가 붙었다. 무엇보다 5평 원룸에서, 지금 살고 있는 8평 남짓한 오피스텔로 이사한 게 중요한 계기였다. 

서울에서 지낸 지 햇수로 16년. 그동안 주로 원룸과 소형 오피스텔에서 살았다. 손씨는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 그나마 나름의 개성을 펼칠 수 있는, 최소한의 규모를 갖춘 곳이라고 생각한다. 집이 좁을 땐 꾸미기보단 어떻게든 짐을 줄이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방과 거실이 분리돼 있어 작게나마 여유 공간이 생긴 게 집꾸미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특별히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지만 인테리어 앱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손 씨는 “작은 평수를 규모 있게 꾸며놓은 사진을 보면서 이렇게 꾸밀 수도 있구나” 힌트를 얻었다고 말한다. 

사용하던 책상을 당근마켓 거래로 팔고, 이후 흰색 원형 테이블과 플로어 조명을 구매했다. 커튼을 달고 카펫도 깔았다. 양스툴도 구매했다. 변화는 만족스러웠다. 크림색 커튼을 달자 공간은 더 깨끗해 보였고, 전구색 조명을 켜자 작은 거실은 카페나 바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손 씨처럼 집을 꾸미는 2~30대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인테리어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방을 무슨 스타일로 꾸몄다는 사진과 글이 올라오고, 댓글에는 자신도 어떤 소품을 이용해 무슨 스타일로 꾸미려 한다는 얘기가 오간다.  

위 사진에는 손 씨의 인테리어 과정이 담겨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책상을 당근마켓에 판 후, 커튼을 달고 원형 테이블도 구매했다. 

홈퍼니싱 주 소비층은 1인 가구, 2~30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테리어 하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행위로 인식됐다. 구조를 바꾸거나 벽체, 바닥 교체 같은 대형공사를 인테리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작은 소품을 이용해 집에 변화를 주는 행위를 인테리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다. 가구, 조명, 벽지, 소품 등으로 가볍게 집을 꾸미는 홈퍼니싱(Home Furnishing)을 인테리어로 여긴다는 말이다. 

홈피니싱 시장을 견인하는 세대는 2~30대다. 지난해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가 내놓은 ‘홈퍼니싱 시장 유형별 이용 건수 및 이용액 추이’를 보면 판매자 유형별로 대형가구점(18%)과 DIY 가구점(51%),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129%) 모두 이용 건수가 증가한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의 36%는 20대였고, 30대가 31%로 2/3 이상을 차지한다. 한편 대형가구점은 40대, DIY 가구점은 30대가 가장 많이 찾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인테리어 플랫폼 이용자 중 55%는 싱글이었다. DIY 가구점을 찾는 이용자도 싱글이 많았는데 다만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을 찾는 경우보다는 적었다. 이용액 증감률을 보면 대형가구점은 8%, 인테리어 플랫폼은 14% 증가했고 DIY 가구점은 10% 감소했다.   

제품 찾기 쉽고 가격도 저렴
2~3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소형 평수 주택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집을 사기엔 구매력이 부족하고, 이사를 할 가능성이 높아 가볍고 이동성이 좋은 가구를 선호한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인테리어 앱을 사용한다. 

한편 홈퍼니싱 시장의 성장과 함께 이용 고객층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현재 홈퍼니싱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2~30대가 맞지만, 4~60대는 작년보다 모든 홈퍼니싱 유형(대형가구점/DIY 가구점/인테리어 플랫폼)에서 이용이 증가했다. 특히 인터넷 플랫폼 사용 증가율이 11%로 대형가구점(3%), DIY 가구점(4%)에 비해 눈에 띄는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현상이 비단 지난해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대표적인 인테리어 앱 ‘오늘의 집’의 누적 거래액이 이를 뒷받침한다. 오늘의 집 누적 거래액은 2017년 100억원에서 2018년 500억원, 2019년 1월 1000억원, 2019년 12월 3500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이어 지난해 10월 오늘의 집 누적 판매액은 1조가 넘었다.    

TV에선 항상 연예인의 집을 보여주고, 대신 집을 구해주는 프로그램에선 내가 한 번도 본 적는 집들만 보여준다. “연예인처럼 집을 꾸밀 순 없지만 작은 소품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일은 내 능력 안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고 손씨는 말했다. 다만 그렇게 하나 둘 인테리어 소품을 사다 보니 집을 꾸미는 데 든 비용도 만만치는 않다고 덧붙였다.

TV 프로그램 보면 내 방도 바꾸고 싶어
집꾸미기 열풍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구해줘 홈즈’나 ‘신박한 정리’ 같은 TV 프로그램이다. 오픈서베이가 내놓은 ‘리빙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인테리어 영상을 보면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인테리어를 변경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답했다. 나아가 2~30대는 인테리어 앱, SNS/유튜브/블로그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정보 탐색 활동이 활발하고 연령이 높을수록 오프라인 매장 또는 TV 프로그램을 통한 정보 탐색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단, 관심도가 높은 층은 인테리어 앱과 인테리어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우리의 취향은 ‘북유럽 스타일’
인테리어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는 사진을 보면 저마다 꾸민 사람의 특색이 잘 드러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슷한 스타일의 가구인 경우가 많다. 이른바 ‘북유럽 스타일’ 제품이다. 장식없는 심플한 가구와 수납함, 화이트, 뉴트럴, 파스텔 등의 컬러, 헤링본 스타일의 바닥, 패브릭을 활용한 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1인 가구의 공간소비를 분석한 한 연구자는 1인 가구의 공간소비 형태를 “개인의 ‘기호’나 ‘취미’를 적용시켜 자기 자신을 발견, 표현”한다고 분석했다. (채혜진·오창섭, 1인 가구 주거 공간의 디자인 문화:애플리케이션 <오늘의 집>의 ‘집들이’ 게시물을 중심으로) 하지만 동시에 “소위 ‘북유럽 인테리어’라고 불리는 스타일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 모방”되는 현상을 짚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주거공간을 끊임없이 노출하는데 “공간을 연출하고 사진으로 기록해 공유하는 일의 근본적인 동력은 외부의 시선”이라고 지적하면서 지금의 집꾸미기 열풍의 특성을 설명했다. 오늘날 2~30대에게 집꾸미기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모방인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집꾸미기 인기는 계속될까.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집값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데다, 인테리어 후발주자의 성장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기존 대형가구점은 물론 시공 및 자재 업체, 온라인 플랫폼 등 인테리어 업계는 시장에 아직도 틈새가 많다고 보고 소비자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한편 소비전문가들은 “비교적 저렴한 소품이나 가구라 하더라도, 제품의 교체 주기가 짧고 관련 사이트를 자주 방문하면 과소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트렌드 상품을 자주 구매하기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해 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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