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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돈쭐' 내기... '바이콧'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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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돈쭐' 내기... '바이콧' 열풍
  • 이현정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3.18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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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쭐 대신 '돈쭐'... 착한 기업 소비 운동
사회에 바람직한 변화 기대

[소비라이프/이현정 소비자기자] 최근 착한 기업을 ‘돈쭐’을 내주자는 소비 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기업에 소비자들도 발 벗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돈쭐’이란 돈으로 혼쭐을 낸다는 뜻으로, 선행한 가게의 물품을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팔아줘 보상하는 행태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의 한 치킨 업체는 ‘돈쭐’을 당해야만 했다. 해당 업체의 점주인 박 씨는, 지난해 형편이 어려워 치킨을 사 먹을 수 없었던 고등학생 A 군과 A 군의 어린 동생에게 치킨을 무료로 대접했다. 그 후에도 A 군의 동생은 형 몰래 박 씨의 가게에 찾아갔고, 박 씨는 변함없이 치킨을 내어주었다. 박 씨의 이런 선행은 1년이 지난 올해 알려졌고,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돈쭐’을 내 박 씨를 응원했다. 직접 가게에 방문하는 것은 물론, 배달되지 않는 지역에서도 수십 통의 전화를 보내 “돈만 낼 테니 치킨은 보내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전하며 일종의 성금을 보내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쏟아지는 주문 전화에 박 씨는 결국 영업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착한 기업을 ‘돈쭐’을 내주자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비단 오프라인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까지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돈쭐’ 내줄 가게로 지목된 곳을 방문해 물품을 구매한 뒤, 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는 ‘선한 영향력 가게 챌린지’가 그 예다. ‘선한 영향력 가게’는 결식 아동에게 발급되는 ‘아동 급식 카드’를 들고 오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음식이나 물품을 제공하는 업체로, ‘돈쭐’ 내줄 가게로 지목된 곳이기도 하다. ‘선한 영향력 가게 챌린지’는 바로 이 ‘선한 영향력 가게’를 온라인상에 널리 알리며, 착한 소비 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렇듯 사회적 책임을 다하거나 선행을 하는 기업에 소비자들은 흔쾌히 지갑을 연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드러내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기업 엠브레인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7명은 ‘내 소비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행복하다’고 답했다. 많은 소비자가 착한 소비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추세인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교수는 “돈쭐 내기는 비도덕적 기업 제품을 불매하는 ‘보이콧’과 반대로 자신이 지지하는 기업이나 가게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바이콧’이다”라며 “소비를 통해 가게를 칭찬하며 다른 사람의 참여도 촉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기업을 부각하는 ‘돈쭐’ 문화의 유행은 사회에 좋은 변화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자영업자들의 마음을 녹이는 ‘돈쭐’ 내기 운동이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돈쭐’ 내기 운동의 과열은 부작용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선행에 동참할 경우 한 가게에 주문이 몰려 영업 중단 사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결코 좋은 결과라 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착한 소비 운동의 열풍은 사회에 따뜻한 변화를 가져왔다. 아무런 대가 없이 선행을 베푼 이들에게 선행이 되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과한 선행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 착한 소비 운동이 단순히 과시를 위한 수단이 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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