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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의 ‘파오차이’ 표기 강제… 선 넘는 중국의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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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의 ‘파오차이’ 표기 강제… 선 넘는 중국의 공정
  • 이은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3.19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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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에 이어 김치까지… 중국의 도 넘은 역사 왜곡
정부, 김치의 ‘국가명 지리적표시제’ 등록 추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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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은비 소비자기자] 한복부터 김치까지, 작년부터 이어진 중국의 ‘문화 공정’ 행위에 국민들의 반감이 더해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현지에서 판매하는 김치 관련 제품을 '파오차이'(泡菜) 로 표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리나라 전통음식인 김치를 김치라고 쓸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김치는 모두 ‘파오차이’로 표기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내 유통∙판매되는 식품 기준 규격을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GB)에 따라 관리하는데, GB에서 김치를 포함한 절임류 채소로 만든 식품을 파오차이로 분류하고 있어 규격에 따라 표기해야 한다. ‘파오차이’로 표기하지 않으면 현지에서의 판매가 제한된다.

언뜻 보면 일본 음식인 스시를 초밥으로 읽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단순 표기의 차이를 넘어서는 문제다. 최근 들어 중국이 김치를 중국의 전통 음식이라고 주장한 정황이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국제표준으로 정해지자, 중국의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에서 “중국이 파오차이 국제표준의 제정을 주도, 한국 매체 폭발: 김치 종주국의 치욕”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한국 김치가 중국 내에서 ‘파오차이’라고 번역된다는 점을 악용해 중국이 김치산업의 표준이라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하지만 ISO 문서에는 이번 식품 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This document does not apply to kimchi)’고 적시돼 있고, 해당 기사는 명백히 왜곡된 내용이다.

중국 유튜버 리쯔치의 영상도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지난 1월 10일 리쯔치가 한국식 김치를 담그는 영상이 업로드됐는데, 이 영상 하단에 '#ChineseFood'라는 해시태그가 붙어 있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금지된 중국에서 유튜브 활동을 하며 1,4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그녀가 가진 영향력은 세계인들에게 김치가 중국 음식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 쉽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현재 970만 회를 넘어섰다.

중국의 김치 공정 시도가 계속되자 국민들의 반중 감정이 더해졌다. 많은 이들이 리쯔치의 김치 영상에 비판의 댓글을 다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도 김치와 한복이 한국 고유문화임을 알리고 나섰다. 중국산 김치를 소비하지 말자는 불매 움직임도 일었다.

파오차이는 각종 채소를 소금, 산초잎, 고추, 물 등에 절여 발효시킨 중국의 전통 음식이다. 김치와는 전혀 다른 음식인 파오차이는 아삭하고 새콤한 맛이 오히려 피클에 가깝다. 그런데 중국은 어떤 의도로 김치를 파오차이에 포함하려 하는 걸까?

1990년대 후반, 중국은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펼쳤다. 동북공정의 목적은 중국의 전략 지역인 동북지역, 즉 고구려∙발해 등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사로 만들어 남북이 통일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영토분쟁의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의 역사 왜곡은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의 문화 공정에 국내 기업들이 고충을 겪었다. 중국에서 김치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CJ 제일제당, 청정원 등 한국 업체들이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GB의 표기 규격에 따라 김치가 아닌 파오차이라는 명칭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18일 정부는 김치의 국가명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GB)에 따르면 '김치', 'KIMCHI' 등을 '泡菜' 등과 병기하는 방식으로 표시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외시장에서 외국산 김치가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불법행위 근절 등을 위해 김치의 국가명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김치'와 '파오차이'를 병기할 수 있게 됐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다. 이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중국의 문화 침탈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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