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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기생집에 중국풍 술상이 웬 말?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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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기생집에 중국풍 술상이 웬 말?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
  • 이은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3.24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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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송부터 비판 쇄도, 시국 읽지 못한 결과
중국 자본에 잠식된 한국 드라마, 이대로는 위험해

[소비라이프/이은비 소비자기자] 지난 22일 퓨전 사극 판타지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첫 방송을 선보였다. 지난해 K-드라마 열풍에 기여한 드라마 ‘킹덤’에 이은 사극과 좀비물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첫 방송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시달리며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조선구마사' 방송 화면 캡쳐
'조선구마사' 방송 화면 캡쳐

작품에서 논란이 된 장면은 충녕대군 일행이 악령(생시) 퇴치를 위해 서역의 구마사제인 요한과 마르코를 접대하는 부분이다. 분명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인데, 기생집의 술상 위에는 중국 음식인 월병과 피단(삭힌 오리알), 중국식 만두가 올려져 있다. 기생집의 소품도 중국식, 배경 음악도 중국풍이다.

해당 드라마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왜곡도 논란이 됐다. 작품상에서 태종은 아버지 태조의 모습을 한 환영에 이끌려 무고한 백성들을 도륙 내는 폭군처럼 묘사됐다. 충녕대군(세종)은 형제들에 밀려난 패배감으로 점철된 인물로 그려진다. 극 중 충녕대군이 자신의 핏줄을 모독하는 대사를 하는 등 역사와는 다른 인물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논란이 불거지자 조선구마사 측은 입장문을 냈다. “셋째 왕자인 충녕대군이 중국 국경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서역의 구마 사제를 데려와야 했던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의주 근방(명나라 국경)'이라는 해당 장소를 설정했으며,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하여 소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또 “한양과 멀리 떨어진 변방에 있는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 예민한 시기에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시청에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제작사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조선 초 명과 조선의 접경 지역은 의주가 아닐 뿐더러 국경이 모호했으며, 중국 통치력이 조선에 미친 때는 훨씬 이후이다”라며, “이 시국에 중국 소품을 사용한 것은 고의성이 다분하지 않나”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이번 논란에 대해 “중국이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며 “제작진 역시 입장문에서 ‘예민한 시기’라고 언급했듯이, 더 조심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화가 되어 많은 세계인이 시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왜곡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라마에 대한 논란은 작가에게도 이어졌다. 박계옥 작가의 이전 작품인 ‘철인왕후’는 중국 원작 작가의 혐한 논란이 빚어졌던 바 있다. 또한 드라마 속 “조선왕조실록은 다 지라시”라는 부적절한 대사로 인해 비난을 받았다. 최근 박계옥 작가가 중국 대형 콘텐츠 제작사인 항저우쟈핑픽처스유한공사와 집필 계약을 체결한 점도 거론되고 있다.

‘동북공정 드라마’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안게 된 조선구마사의 시청자 게시판엔 시청자들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24일 8시 기준 2,500건이 넘는 항의 글이 게재됐다. 23일 청와대 국민 게시판에 올라온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중지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최근 드라마 ‘빈센조’에서도 중국산 비빔밥 PPL 장면이 노출돼 물의를 빚었던 바 있다. 중국이 김치, 한복 등 우리나라 문화를 중국의 문화라고 우기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비빔밥이 중국어가 적힌 중국 제품으로 광고되는 것은 외국인으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적절한 처사다.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를 왜곡하려는 문화 침탈 시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인이 시청하는 지상파 드라마에서 이 같은 장면을 연출한 것에 대해 큰 실망감과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현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더 많이 분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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